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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자로 안마을신문 창간호가 나왔습니다.
▲ 안마을신문 창간호 지난 6월 28일자로 안마을신문 창간호가 나왔습니다.
ⓒ 강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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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작은 신문이 필요하다. 지역 밀착형 여론 형성이 필요한 때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 바로 이웃의 이야기, 내 삶과 직접 연관된 이야기를 다루는 신문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누구든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이웃마을에서 아무리 큰 사건, 사고가 있었다고 해도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는 일은 정작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우리 동네 주정차 시비가 심각해 해결책이 필요해도, 지역 주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동네 도로 구조나 신호등 하나도 주민들에게는 큰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여론이 형성되지 않으면 모두들 무심히 지나치게 마련이다.

우리 동네에 관심을 갖는 아주 작은 신문이 있다면, 내가 관심 갖는 그 문제에 나서는 신문이 있다면 우리 삶은 훨씬 윤택해질 것이다.

내가 뽑은 시의원, 구의원.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또 줄 투표가 이슈가 됐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냥 정당만 보고 찍는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인 기초의회, 광역의회가 불신 받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들을 제대로 감시하는 작은 신문이 없기 때문이다.

내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들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행정은 모두 구청, 주민센터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정작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가끔 구청의 소식을 전하는 신문이 엘리베이터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온통 행사 홍보로 꽉 차 있을 뿐 정책과 비판은 볼 수 없다. 나의 관심사가 실려 있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보는 일은 더욱 없다.

요즘 몇 달 째 안마을 상가길이 공사 중이다. 오전에 팠다가 오후에는 다시 덮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민들은 다니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상인들도 장사에 보탬이 될 리 없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어디 물어봐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음식점에서는 여름을 맞아 계절 메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단골손님들은 모두 좋아하지만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를 홍보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전단지를 뿌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아파트에 투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TV를 켜면 날마다 맛집이 나오고 달인이 나오지만 언제나 다른 동네 이야기다. 우리 동네라고 맛집이 없고 달인이 없을 리 없다. 다만 이를 소개하는 언론이 없을 뿐이다. 다양한 요리 노하우에서부터 요리사의 인생 역정까지 담아주는 아주 작은 신문이 하나 있다면 작은 식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맡기는 학원과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선생님을 모시고 새로운 커리큘럼을 마련해도 광고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그동안 보았던 신문은 정작 우리 동네에는 뿌려지지 않는다. 우리 동네에 뿌려지는 신문에는 광고만 가득할 뿐 볼 기사가 없다. 아무래도 눈이 덜 가게 마련이다.

학교는 정보의 사각지대다. 우리의 자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저 남의 집 일이겠거니 하지만 학교 안에서 사건,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정작 그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 관심을 가져주는 곳은 없다.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신문은 바로 우리 동네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우리 동네 학교, 교회, 주민 센터, 파출소, 보건지소까지 우리가 직접 만나는 곳들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부터 경로당, 부인회, 동창회, 상가 번영회까지 이웃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신문이 꼭 있어야 한다.

이런 곳들에서 일어나는 기쁜 일, 슬픈 일, 어려운 일까지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식을 나누다 보면 도움이 필요한 곳엔 도움의 손길이, 행정력이 필요한 곳엔 정부의 개입이 가능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여론을 형성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 동네 안에는 꼭 세계적인 유명인이 아니어도, 한류 연예인이 아니어도 나름대로 재능이 있는 소설가, 음악가, 운동선수, 예능인이 있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바로 지역 사회에 깊은 뿌리를 박고 있는 신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도시인들에게 삶의 공간은 예상 외로 넓지 않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지하철역에서 아파트까지 정도의 거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소비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있는 빵집, 치킨집, 편의점, 미용실, 당구장, 내과, 치과에서 한다. 그 안에는 부동산, PC방, 안경점, 약국, 학원이 있다.
 
이정도 범위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요구가 있고 비슷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 범위 안 사람들의 의견이 모인다면 아마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행정업무가 바뀌고 부녀회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속속들이 소식을 전해주는 아주 작은 신문이 있다면 우리 마을은 그야말로 시골 인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훈훈한 마을이 될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웬 종이신문이냐고 하지만 세상은 점점 편해져 가는데 어느 것 하나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아도 손에 쥐어주는 것이 없다. 항상 흥미 있어 하는 취미생활이라면 하루 한 번씩 인터넷 사이트를 들르겠지만 주변에 일어나는 일상에 대해 매번 찾아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상도 우리 집까지 배달된다면 읽어볼 만 한 일이다. 기존 일간지가 아니라도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찾아오는 동네 소식이라면 반갑게 읽을 만할 것이다.

이런 신문이 전국에 1000개만 있다면 사실 우리는 거대 신문을 볼 필요가 없다. 인터넷 신문의 여론 조작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제대로 만든 첫 번째 아주 작은 신문이 필요하다. 첫 사례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안마을신문을 통해 바로 그 첫 발을 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마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마을신문, #안마을, #공릉2동, #노원, #작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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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저보고 이선균 닮았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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