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제5회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이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스테판스쿨에서 열리고 있더.
 제5회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이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스테판스쿨에서 열리고 있더.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5년 전과 달리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중략) 팩트체커가 늘 긍정적 기대만 받던 참신한 언론분야 개혁 움직임도 아닙니다."

전세계 팩트체커들의 축제인 '제5회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이 지난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 진행을 총괄한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국장은 자신의 모교인 로마 세인트스테판스쿨에서 열린 개막식 연설에서 5년 전 첫 모임 때를 떠올렸다.

글로벌 팩트체커 '성장통'... 위상 높아졌지만 신뢰 위기 직면

2014년 6월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열린 첫 글로벌 행사에 모인 팩트체커는 불과 50명 남짓이었다. 4년 만에 참가자는 전세계 55개국 220여 명으로 늘었지만 늘어난 숫자와 높아진 위상 만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른바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들이 주요 국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팩트체크가 이를 차단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와 더불어 팩트체커들도 기존 언론과 마찬가지로 정파적인 편향성을 의심하는 비판적인 독자들의 시선, 그리고 가짜뉴스 물량 공세에 맞설 팩트체크 자동화 요구에 맞닥뜨렸다. 이번 행사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전세계 팩트체커들이 서로의 고민과 해법을 나누고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애론 셔록만 폴리티팩트 부장이 6월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스테판스쿨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 행사에서 한국 팩트체커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론 셔록만 폴리티팩트 부장이 6월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스테판스쿨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 행사에서 한국 팩트체커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팩트체크닷오알지(factcheck.org),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와 함께 미국 3대 팩트체커인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수 성향 독자들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폴리티팩트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인 알라바마, 웨스트 버지니아, 오클라호마 등 미국 3개 주에서 지역 언론과 손잡고 54개 현지 이슈를 팩트체크했다. 아울러 해당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가짜 뉴스를 가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병행했다.

그 결과 실험 전후인 2017년 10월과 2018년 3월 사이 해당 지역에서 팩트체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46%에서 85%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을 진행한 애론 샤록만 폴리티팩트 부장은 "그동안 우리가 하는 일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면서 "이 전까지 폴리티팩트 회원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가 44%를 차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8%뿐이었지만 프로젝트 이후 공화당 지지자 비율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팩트 불신하는 독자에게 다가가는 노력... 독자 질문 답변-자동화도 대안

 제인 엘리자베스 미국언론연구원(API) 선임연구원이 6월 2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컨퍼런스(Global Fact V)에서 팩트체크 결과를 불신하는 독자에게 다가가는 해법에 대해 참가자들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제인 엘리자베스 미국언론연구원(API) 선임연구원이 6월 2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컨퍼런스(Global Fact V)에서 팩트체크 결과를 불신하는 독자에게 다가가는 해법에 대해 참가자들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이미 지난해부터 과거 정치인 발언 중심에서 독자 중심, 이슈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팩트체크3.0' 화두가 등장했다. 미국언론연구원(American Press Institute) 제인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당신은 틀렸다'고 말하고 팩트를 던지면 나쁜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면서, 팩트체크 결과를 불신하는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 인물이 아닌 이슈에 초점을 맞춰라
▲독자를 당파성에 따라 편가르게 만드는 편향적인 브랜드는 피하라
▲ 어느 한 당파에서 주로 쓰는 용어 사용에 주의하라
▲ 해법을 강조하라
▲ 사람들은 늘 올바름을 원한다는 걸 기억하라
▲ 긍정적인 점도 한두 가지 함께 짚어라, 존중하고 겸손하라

특히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은 팩트체커에 대한 독자들의 대표적 불만이 정치적 편향, 관련 주제에 대한 지식 부족, 검증 발언 선택 문제 등이라며 팩트체커 스스로 드러냄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라고 강조했다.

주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로 양분된 미국 현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이 심한 우리나라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행사에도 한국에서 SNU팩트체크센터를 비롯해 10명의 주요 언론사 팩트체커들이 참석해 알렉시오스 IFCN 국장, 애론 샤록만 폴리티팩트 부장과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참가한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2일 "폴리티팩트의 실험은 보수는 절대로 팩트체크로 설득되지 않는다는 것에 도전해 현장에서 독자를 창출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에 소개된 프랑스 리베라시옹의 '체크뉴스'처럼 독자에게 수천 개의 질문을 받아 팩트체크해 답변하는 방식도 저널리즘의 편견 문제를 돌파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팩트체크도 유력 정치인들 발언을 검증하고 판정을 통해 시각화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진, 동영상, SNS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팩트체킹 자동화다. 구글 '알파고'로 대표되는 AI 기술 발달로 이미 스포츠나 주식 관련 기사를 쓰는 로봇 기자가 등장했고, 실시간이 생명인 팩트체크 역시 궁극적으로 AI 영역이 되리란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현재 팩트체킹 자동화 기술은 팩트체킹이 가능한 발언을 빠르게 추출하거나 기존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와 대비시켜 사람의 팩트체크가 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이뤄지도록 보조하는 수준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폴리티팩트'를 만든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이번 서밋 마지막 날 대표적인 자동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듀크대 리포터스랩에서 만든 '팩트스트림' 앱은 폴리티팩트 등 미국 3대 팩트체커 결과물을 하나의 피드로 가져와 팩트체크할 수 있는 앱이고, '테크 앤 체크 경보'는 TV 스크립트에서 팩트체크가 필요한 발언을 주요 팩트체커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는 일종의 통보 시스템이다.

아르헨티나 체키아도의 체키아봇 역시 아르헨티나 언론 뉴스를 스캔해서 팩트체크할 발언을 전달해 준다. 영국의 '풀팩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BBC와 의회 발언록에서 확인 가능한 발언을 자동으로 가져와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시연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발언하면, 관련된 정부 자료를 자동으로 찾아와서 이를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검증해준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의 '체크뉴스'가 가짜 뉴스나 루머, 정치인 발언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에 팩트체커가 직접 답변하는 '인간 검색기' 서비스를 하는 동안, 브라질의 '아오스 파토스(Aos Fatos)'는 독자 질문에 자동으로 답해 주는 '페이스북 메신저 로봇'을 개발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페이스북, 구글, 왓츠앱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의 참여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은 이번 행사에 맞춰 팩트체크 프로그램 업데이트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팩트체커가 거짓 판정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프랑스, 멕시코 등 4개국에선 영상, 사진 조작 검증 시스템도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도 검색어와 관련된 팩트체크 결과물을 노출하는 '클레임리뷰 마크업' 활용을 팩트체커들에게 적극 홍보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거짓 정보의 양과 확산 속도 탓에 전문 팩트체커의 힘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자동화가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행사에선 팩트체커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과 협력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팩트체크 자동화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과정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팩트체커의 원조' 진실의 입과 피노키오, AI가 이어받을까?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국장(오른쪽)이 6월 2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 서밋 행사에서 그레이스 잭슨 페이스북 UX 연구자와 함께 페이스북 팩트체크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제공: IFCN/포인터재단)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국장(오른쪽)이 6월 2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 서밋 행사에서 그레이스 잭슨 페이스북 UX 연구자와 함께 페이스북 팩트체크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제공: IFCN/포인터재단)
ⓒ Giulio Riotta

관련사진보기


영국과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을 거치긴 했지만 국제적인 팩트체커 행사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것도 뜻깊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잘 알려진 로마의 관광 명소 '진실의 입'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손을 물어버린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거짓말 탐지기의 원조다.

또 대표적인 이탈리아 동화 주인공인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목각 인형으로, 워싱턴포스트, 오마이팩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유력 정치인 발언이나 가짜뉴스, 루머의 진위를 가리는 게 과거에도 큰 관심사였던 셈이다.

과거 언론이 사실 검증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정파성 탓에 신뢰를 잃었고, 보다 중립적인 팩트체커가 나섰지만 독자들은 좀 더 완벽하고 빠르고 중립적인 '도구'를 꿈꾸고 있다. 과연 AI 기술은 피노키오를 닮은 로봇 팩트체커를 만들 수 있을까?

 6월20일까지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스테판스쿨에서 열린 제5회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 행사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55개국에서 220여 명의 팩트체커와 연구자들이 참가했다. (사진제공: IFCN/포인터재단)
 6월20일까지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스테판스쿨에서 열린 제5회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Global Fact V) 행사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55개국에서 220여 명의 팩트체커와 연구자들이 참가했다. (사진제공: IFCN/포인터재단)
ⓒ Giulio Riotta

관련사진보기


   
때마침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와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IFCN 국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온다. 두 사람은 오는 1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거짓 정보 시대의 저널리즘'을 주제로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에 기조연설 연사로 참석한다. "5년 전엔 아무도 팩트체크에 관한 컨퍼런스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누구나 팩트체크를 다룬다"는 알렉시오스 말처럼 팩트체크는 국내 언론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정은령 센터장은 "전세계적으로 팩트체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큰 맥락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살펴보고, 팩트체크 자동화 등 디지털 환경에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자극 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팩트체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메일(2018factcheck@gmail.com)로 신청하고 참석할 수 있다.

※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 취재는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뉴스게릴라와 함께 하는 팩트체크, '오마이팩트' 시즌2를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