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맥도넬 트위터 프로필 사진

토마스 맥도넬 트위터 프로필 사진 ⓒ Thomas Macdonell


2017년 전후로 한글 트위터를 올리며 국내에서 유명해진 미국 배우 토마스 맥도넬은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글을 중심으로 여러 각국 글자를 '긁어다' 올린다는 이 할리우드 배우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한글 연구가 아닌, 한글의 조합과 모양이 '예뻐서' '수집'했다는 독특함으로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실제 그가 남긴 트위터 글들에는 공통적 주제가 전혀 없으며, 무작위로 선정된 한글이 공존한다. <디시 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의 댓글에서나 볼 법 한 각종 인터넷 유행어부터, '귀여니'로부터 출발한 여성적인 조합의 이모티콘까지. 마치 지난 5년의 우리 젊은 인터넷 문화를 수집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가 수집한 여러 글에는 자조적 성향이 묻어나고, 때로 지극히 일상적이기도 하지만 그가 기묘한 공감대를 조성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맥도넬이 한국어 문법이나 회화를 거의 모른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정권교체로 격했던 시기 상 정치적 운을 띄우고, 미투운동 따위로 활발해진 여권신장에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던졌다. 또 지도에 적힌 '일본해'에 엑스(X) 표시를 한 뒤 '동해'라고 쓰고, 독도에 화살표를 한 뒤 'Dok-do'라고 적어 한국 네티즌들의 환호를 받았다.

대부분 온라인 검색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2018년 6월 15일 LA현지에서 토마스 맥도넬을 직접 만났다. 모자를 눌러쓰고 소탈하게 등장한 이 할리우드 배우는 인터뷰 내내 편안하고 예의바른 모습으로 일관했다.

- 한국에서는 한글에 애정을 가진 미국배우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 외에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뉴욕에서 태어나 대부분 그곳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잡지 편집장이었고 어머니는 배우였다. 형이 하나 있는데 역시 저널리스트다. 저널리즘에 많이 노출돼 자란 셈이다. 뉴욕대 아트스쿨 재학 중 세계 각지 대학에서 수업을 들었다. 형 역시 중동지역 등을 취재하러 다니고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다."

- 배우 말고도 여러 직업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작품들이 개인적으로 좋다. 언론인 가정에서 자랐으니 글도 쓰나?
"여러 작업을 한다. 순수미술을 만들고 밴드 'Moon'에 소속되있다. 글도 쓴다. 현재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빨리 보고 싶다"

 토마스 맥도넬과의 인터뷰 중

토마스 맥도넬과의 인터뷰 중 ⓒ Lily


- 2017년 전후 트위터로 시작해 올해 5월 한국에서 예능방송(서울메이트)에 출연했다. 어땠나? 향후 한국행 계획이 있나?
"분량이 30분 정도 된다고 해서 촬영 역시 하루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4일을 몰아서 하더라. 알고보니 총 3시즌이었다. (알다시피) 출연자 중 하나인 김숙과 가끔씩 연락한다. 개인적으로 앤디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실은 한국에 꼭 다시 가고 싶은데 여행도 좋지만 일 적으로 방문하고 싶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전시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 흥미롭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음... 대략 한정된 공간에서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인 역할이 나라면, 한국 여자 배우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역할로 다른 주연을 맡으면 좋겠다. 드라마가 가미된 액션물이 될 것인데,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소통이 불가능한 두 사람이 상생하는 내용이다. 돕는 것도 돕는 것이지만, 스크린 상 언어가 없다. 소통이 모호해지면 주연들의 모티브에 의문점이 남을 수 있다는 거다. 즉 어떻게 보면 둘의 관계는 협력 혹은 소모, 심지어 계략이 될 수 도 있겠다."

- 미스터리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여주인공은 한국 배우일 텐데, 선택권이 있다면 캐스팅하고 싶은 현역 배우가 있나? 
"김숙. <서울메이트>에서 받은 느낌과 우리의 관계가 좋았다. 또한 김숙의 한국 방송 이미지(개그맨)와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서 재밌을 것 같다. 진지하고 급박한 연출이 요구되니까 코믹한 요소의 정반대가 표출되는 셈이다. 기타 한국 여성 배우들에 관심이 무척 많아서 당장 나열하기에 너무 많다.

여튼 각본 두 가지를 구상하고 있는데, 한 스토리는 '잔디' 연구원이 연구 목적으로 한국 골프 리조트 따위를 방문하여 현지 여성을 만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내용이다. 다른 전개는 가령 '독도' 같은 섬에 야생 새 따위를 찍으러 온 사진작가와 한국인이 마주하는 갈등이라든지 하는 식이다."

- 한국 영화를 좋아하나? 가장 재밌게 본 영화가 있다면?  
"<살인의 추억>을 가장 좋아한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한국은 무척 특별하다. 한류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사실 한국은 미국과 비슷한 점이 상당하다. 지난 시대에 한국이 서구권에 시선을 두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시작된 셈이다. 체감 가능한 변화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빨리 보고 싶다."

-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내한도 첫 방문이었다. 애초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LA 작업실 근처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애경'에게 한글을 배웠다. 트위터에 올렸던 손글씨는 모두 그가 써준 것이다. 나는 전부터 그와의 만남이 몹시 즐거웠는데, 한편으로 미국까지 건너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삶을 개척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에서 용기를 보았다. 그는 7년 전에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나는 애경씨를 매우 좋아한다. 그의 필체는 정말 멋지다. 우리는 티셔츠도 제작했다. 뒷면에 '동행'이라고 적혀있다. 함께 걷는다는 뜻이다. 결국 (방한 전 한국에 대한 전반적 경험은) 내 주변 한국인들에게 얻은 체험이다."

-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했는데, 그의 당선 배경이나 그 전의 현대사 맥락에 대해 알고 있는가?
"(미국인으로써) 한국 현대사 맥락을 깊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인들이 내게 말해준 것을 바탕으로, (전 정권에) 심각한 부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 스캔들도 그렇고... 그 후로 인터넷 등에서 공부했다. 주로 지인들에게 들은 것이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대화 내내, 주제를 불문하고 그의 시선이 다소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이라는 이질적 대상을 일종의 프레임 안에서 재단하기 보다는, 진심으로 소통하려 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미국 내에서도 어색한 인터뷰를 하기로 유명한 그는 화려하지만 소모적인 할리우드 내에서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현지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연기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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