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전문에 존재감 없는 여고생. 그러면서도 폭발하는 욕과 거침없는 랩 구사자. 또 한편으로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시선의 소설가.

<변산>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선미의 모습이다. 조금 엉뚱하지만 깊고 성숙한 내면을 지닌 여성. 이런 선미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내뱉는 대사들에는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있다. 오는 7월 4일 개봉을 앞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의 주연배우 김고은의 인터뷰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후져지는 것 경계해야

김고은 오는 7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의 주연배우 김고은이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고은은 <변산>에서 첫사랑 학수(박정민 분)를 고향 변산으로 강제소환하는 선미 역을 맡았다.

▲ 김고은 오는 7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의 주연배우 김고은이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값나가게 살진 못혀도 후지게 살진 말어."

김고은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그는 "제가 살고 싶은 삶의 이상향이 막연했는데 그걸 대사로 정리해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값나가게 사는 게 무엇일지 묻자 김고은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계속 바뀔 것 같다. 하지만 후져지지 않는 건 뭔지 알 것 같다."

김고은은 "후져지는 걸 항상 경계하면서 살고 싶다"며 "특히 무언가에 대한 맹목성을 띠는 걸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때 학수(박정민 분)를 짝사랑한 선미는 성인이 된 후 고향 변산으로 학수를 '강제소환'한다. 김고은은 선미가 학수를 대하는 마음을 설명하며 "맹렬한 첫사랑의 상대였던 학수를 다시 만났을 때 선미는 내가 좋아했던 아이의 본질이 흐트러졌다는 것에 실망한 상태였다"고 했다. 이어 "학수한테 선미가 직언을 하는 건 조용한 선미의 성격으로서는 큰 노력이었다. 그 표현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이 필요했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친한 대학선배 박정민

 영화 <변산> 관련 사진.

영화 <변산>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고은은 박정민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사이다. 재학 당시 서로 고민하는 지점이나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친하게 지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넌 어떻게 봤느냐는 이야기에서부터 연기적으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걸까 하는 고민상담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런 친분 때문에 박정민 캐스팅 소식을 들은 그가 흔쾌히 <변산> 출연을 결정했지만, 동시에 이 친분 때문에 걱정도 됐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과 작품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오히려 연기할 때 어색함을 느낄까봐 염려됐던 것. 하지만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웃어보였다. 친해져야하는 과정이 생략된 게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고, 표현을 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일 것이다 하고 알 수 있어서 호흡이 한결 편했다.

이준익 감독님은 진짜 어른

그렇다면 이번에 처음 만난 이준익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고은은 한 마디로 "너무 멋진 어른인 것 같다"고 했다. "선배들이 이준익 감독님과 같이 작업하면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셔서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게 어떤 건지 궁금했다"고 한다.

"촬영하다보면 분명 예민할 수 있는 순간이 있고 어떤 실수들이 나와서 상황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변산> 촬영 때도 분명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이 있었고 그래서 혼자 괜히 조마조마해서 '화나시면 어떡하지' 했는데 그 찰나에 감독님이 '하하하하 내 잘못이야 하하하하' 하고 넘어가고 덮어버리시더라. 누가 실수했는지 알려고도 않으신다. 촬영장의 가장 큰 어른인데 그렇게 해주시니까 모든 게 다 웃음으로 연결될 수 있더라. 이렇게 인터뷰할 때는 칭찬을 하지만 감독님이나 정민선배나 저나 셋 다 칭찬 받으면 몸서리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감독님께 현장에서 칭찬할라치면 늘 '차라리 디스를 해줘' 하고 말씀하신다."

김고은은 청춘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도 "저는 이준익 감독님이 청춘 같다"며 "청춘이란 나이와 상관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무언가에 대한 열정과 열망이 있고 그것들이 계속 샘솟는다면 그게 청춘이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도깨비> 이후 책임감 생겨

김고은 오는 7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의 주연배우 김고은이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고은은 <변산>에서 첫사랑 학수(박정민 분)를 고향 변산으로 강제소환하는 선미 역을 맡았다.

▲ 김고은 김고은은 <변산>에서 첫사랑 학수(박정민 분)를 고향 변산으로 강제소환하는 선미 역을 맡았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tvN 드라마 <도깨비> 종영 이후 <변산>을 찍은 김고은에게 <도깨비>의 흥행이 이후의 작품을 고르는 데 영향을 줬는지 물었다.

이에 김고은은 "작품선택에 있어서 <도깨비>가 영향을 끼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도깨비>가 잘 된 건 이응복 감독님과 김은숙 작가님이 하신 거고 또 공유 선배님도 계셨고, 저는 거기에 잘 따라가기만 했던 작품이었다. 다만 <도깨비> 이후에 인지도가 더 생겨서 다음 작품 제안을 주시는 분들께서 저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돼서 그에 대한 책임감은 생겼다"고 말했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기

김고은은 작품을 선택하거나 배우로서 방향을 잡아갈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 질문에 그는 "시나리오, 감독님, 배우 등 중요한 요소는 너무 많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 본인의 상태를 우선적으로 점검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봤을 때 나의 지금 감정이나 상태가 어떤지를 고려해가면서 그에 맞게 작품을 선택하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는지 덧붙여 물었다.

"어렵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순간순간 자기 점검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힘들수록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이어리를 썼는데 그런 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

데뷔 7년차인 김고은에게 그동안 얼마나 성장한 것 같은지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그의 엄격한 태도가 느껴졌다.

"제가 데뷔작 <은교>(2012)를 찍을 때가 21살이었다. 그때 '아직 나는 너무 어리니까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도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쉬지 않고 달렸다. 좋은 선배님과의 작품 기회가 생기면 다 달려갔고 스스로 두려움을 느낄 법한 작품을 했다.

그게 <계춘할망>(2016) 때까지였다. 그때부턴 자신에게 '너는 이제 스스로 신인이라고 생각하면 안돼. 네 몫을 해내야하는 연차야' 하고 주문했다. <계춘할망> 이후의 작품에 있어서는 전보다 신중하려고 했고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김고은 오는 7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의 주연배우 김고은이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고은은 <변산>에서 첫사랑 학수(박정민 분)를 고향 변산으로 강제소환하는 선미 역을 맡았다.

▲ 김고은 <변산>은 짝사랑 선미(김고은 분)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 분)의 인생 최대 위기를 그린 유쾌한 영화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고은 변산 박정민 이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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