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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직장생활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퇴직하는 날까지 쉬는 날을 제외하고 출근 일을 세어보니 딱 30일이 남았다. 28세에 직장에 들어와서 어느덧 30년이 지나 57세, 강산이 세 번이 바뀌고 이제 그 끝이 저만치 보이고 있다. 요즘 하루하루 줄어드는 날짜를 세며 수많은 상념에 마음이 심란한 날이 많다.

이 땅의 수많은 베이비 부머처럼 학교, 군대, 취업, 결혼이라는 일반적인 공식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 대학을 나와서 난생 처음 와본 수도권 중소 도시에서 취업을 하고 살고 있다.

부모를 잘 만난 어떤 이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사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늘 가난의 멍에 속에 살아온 것 같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에 자기 논밭이 없는 농부의 궁핍함, 그 속에서 간신히 대학까지 나오는 것은 참 지난한 일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 낳고 산다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대출받아 시작한 결혼생활은 자꾸만 올라가는 전셋값 대느라 허덕이기만 하고 남들은 다들 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는데 나에게는 먼 이야기에 불과했다.

이제 60을 바라보고 퇴직이 저만치 보이는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전셋집과 대학생 자녀 두 명, 맞벌이 하는 아내 그리고 약간의 현금이 남은 전부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내가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고, 두 아이들도 나름 착실하게 학교생활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집을 사는 것 대신 전셋집을 전전하지만 대학생 두 명의 남은 학자금, 그리고 부족하나마 노후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돈을 소비하는 것에서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편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면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라 돈 문제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 퇴직 후에 나의 삶이 어떻게 될까 하는 설레임과 함께 오는 불안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중에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가 있다. 교도소에서 수십 년간 수감생활을 하는 재소자들은 교도소 담장에 길들여진다고 한다. 처음 몇 년은 자유를 그리며 탈출을 꿈꾸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면 오히려 교도소를 고향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그걸 길들여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30, 40년 수형 생활 이후 가석방으로 풀려나 사회에 나가면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로 돌아가고자 애쓴다고 한다.

어느 날 문득 이 영화가 생각나면서 나도 30년  조직 생활에 길들여져 사회에 발을 내디디면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다. 내가 다닌 직장도 일반 사회와 교류가 거의 없는 특수한 직종이다.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근무하고 퇴근해서 집에서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다시 출근하는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살아온 날들에 내 몸과 마음도 길들여져 있을 것만 같다. 다시 말하면, 평생을 우물 안에서 살아온 개구리가 처음 우물 밖으로 나오면 느끼는 당혹감, 낯설음 같은 감정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 들면 퇴직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정년까지 몇 년 더 남았지만 과감하게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앞으로 삼십년 정도 시간이 있을 거라는 가정을 하고, 이제는 의식주 해결을 위해 급급해 하는 삶에서 벗어나 진짜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소심하게 행동하고 비난을 받을까봐 늘 조심조심 살아온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염색하고 하고 싶은 일은 모두 해 보고 싶다. 지금 퇴직한, 그리고 퇴직을 목전에 둔 수많은 나와 같은 베이버 부머들과 교류하며 퇴직 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규칙(루틴)을 만들어 보고 싶다.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출렁이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진짜 나답게 살아보고 싶다. 앞으로 가끔 퇴직과 그 일상을 글로 써 보고자 한다.


태그:#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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