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재개봉한 영화 <하나 그리고 둘> 포스터.

28일 재개봉한 영화 <하나 그리고 둘> 포스터. ⓒ 리틀빅픽쳐스


28일 개봉한 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놓고 배급사와 독립예술영화관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예술영화관들은 배급사가 대기업 극장과 비교해 차별 대우를 하고 약속을 어겼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배급사 측은 협의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사안을 일방적인 갑질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수도권의 한 독립예술영화관이 <하나 그리고 둘>의 상영일정을 잡고 개봉 초기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하나 그리고 둘>은 2000년 개봉한 작품으로 18년 만에 재개봉했다. 

독립예술영화관 관계자는 "한 달 전에 상영결정을 했더니 '고맙다'고 하던 배급사가 막상 개봉이 다가오자 '상영을 허락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했던 입장에서 결국 상영을 취소했다"고 불쾌해 했다.

또한 "예술영화관들은 개봉 2주 차부터 상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1주 차에 상영을 하려면 '러닝타임이 긴 영화라, 대기업 극장들의 관람료보다 더 비싼 특별가로 받아야 한다'고 하던데, 독립예술영화관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독립예술영화관들은 관람료가 대기업 상영관들에 비해 최대 20% 안팎으로 낮은데, 이러한 독립영화관의 환경을 무시한 일방적인 갑질이라는 것이다.

다른 독립예술영화관들 역시 "개봉 2주 차부터 상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은 배급사가 독립예술영화관을 차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며 "영화 상영을 고민하다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의 극장 2곳 만이 배급사의 조건을 받아들여 상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독립예술영화관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영관 두 곳에서 배급사와 마찰이 있어 불만이 제기됐다"면서 "해당 상영관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경우고 다른 독립예술영화관들도 불만을 제기해 배급사에 항의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멀티플렉스 단독개봉 문제가 원인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 ⓒ CGV


하지만 독립예술영화관마다 온도 차는 있어 보인다. 지역의 다른 독립영화관 관계자는 "해당 배급사가 독립예술영화를 전문으로 배급하는 곳도 아니다보니 독립예술영화관들과 꾸준하게 거래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영화를 수입해서 배급해주는 것은 반길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급사의 사정은 있겠지만 이번과 같은 방식의 배급형태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한다"며 "우리는 상영시간도 길고 지방의 관객들이 호응이 있을지 불명확해 상영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영화를 개봉하면서 배급사와 상영관의 상영 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입장차이"라며 "극장 측이 준비했던 관객과의 대화는 마케팅 일정이 맞지 않아 연기를 요청했고, 해당 극장에서는 일정 조정이 힘들어 양측의 협의를 통해 진행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금 인상을 통한 상영을 요구했다는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마케팅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지 그것을 강요하거나 종용하지 않았다"며 "유선 상의 통화 중에 오해가 발생한 것으로 해당 상영관에 사실이 아님을 설명 드렸고, 오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과의 말씀도 드렸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배급 과정에서 발생한 배급사와 상영관의 마찰이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대기업의 상영관의 지원을 받아 특정 멀티플렉스에서만 상영하는 변칙적인 단독개봉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시선이다. <하나 그리고 둘>은 일부 단관 독립예술영화관들 외에 멀티플렉스 영화관 중에서는 CGV에서만 상영하는 단독개봉 작품이다.

강민구 대표는"배급사가 CGV 단독 개봉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단관극장에 배급을 하겠다는 것 같다"면서 "이 과정에서 문제가 파생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 줄 세우기 논란이 있는 단독개봉은 수입배급사들도 장기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는 사안 아니냐"며 "대기업의 스크린독과점 문제가 이런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리틀빅픽쳐스 측은 "저비용 고효율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일뿐"이라고 해명했다.

예술영화 수입·배급사의 한 관계자 역시 "단독개봉은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특정영화의 상영을 독점하는 형태기에 단관 독립예술영화관들 입장에서는 차별 당한다는 인식을 갖게할 수밖에 없다"면서 "단독개봉이 배급사 입장에서는 일정부분 도움 되는 면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기에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술영화관 하나 그리고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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