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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두 아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다녀왔다. 공부하다 점심시간이 되어 관내 매점에서 점심을 사 먹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이, 우리 옆 테이블에는 초등 고학년 정도 돼 보이는 또래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친구들끼리 도서관에서 주문한 음식을 쟁반에 담아 들고 오는 사이 제법 무거웠나 보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들고 친구들 사이에 가져오는 모습이었다. 떨어트릴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그러자,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뭐가 그리 웃기는지 깔깔깔 웃음소리가 전해져 왔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큰 아이가 나를 뒤돌아보더니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저 4학년 되면 친구들이랑 도서관 와도 돼요? 여기 와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친구들끼리 책 읽어도 돼요?"

"그럼! 그렇게 해도 되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육아 출구'

 정말 기다렸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뭘까?
 정말 기다렸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뭘까?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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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쾌히 허락하는 나의 반응에 아이 표정이 한껏 밝아진다. 엄마, 아빠 없이 오직 친구들과 도서관까지 함께 라이딩하고, 좋아하는 책도 실컷 보고, 먹고 싶은 음식으로 밥도 먹고 싶은 모양이다. 그동안 나와 함께 향했던 도서관을 이제는 친구와 함께하고 싶어졌나 보다.

드디어 사춘기가 시작되어가는 거구나 싶었다. 엄마, 아빠 그늘에서 벗어나 뭐든 스스로 하고 싶어지는 시기, 유아 시기에는 혼자서 밥 떠먹고, 혼자서 옷을 입고, 혼자서 세수를 한다고 뭐든 '내가 할 거야'라고 말하던 시기가 흘러 이제는 정말 스스로 독립하려는 발걸음이 시작된 듯하다.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립하려는 아이의 날갯짓을 바라보노라니 내 마음속에는 형용할 수 없는 잔잔한 파도가 일렁인다.

정말 기다렸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뭘까? 왜 이렇게 아쉽지? 왜 이렇게 허전하지? 왜 이렇게 섭섭하지?

그러고 보니 요즘 큰 아이를 보면 부쩍 많이 컸다. 올해부터는 큰 아이와 발 사이즈가 같아져서 같은 양말을 신는다. 발이 큰아빠를 닮아 두 녀석들도 발이 크다. 한 번씩 거실에 앉아 나의 발과 아이들 발을 서로 맞대어 비교하곤 하는데 나는 매번 감탄한다. 아이들은 그런 나의 놀라운 표정을 재미있어한다.

"너희는 밥 먹고 발만 크나 보다. 발 크기가 엄마 발 크기만 하네?"

이제는 큰 아이 발이 어느새 내 발 크기와 같아졌다. 이제 고작 열 살인데 말이다. 나중에는 내 키보다 커질 테고, 발도 더 커질 테지.

스물여섯에 큰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사이, 공부도, 직장도, 그리고 심지어 나도 포기한 시간이었다. 어디 잠시라도 맡기고 숨 틀 구멍도 없이 24시간 내내 아이를 키웠다. 화장실 갈 때도, 심지어 밥 먹을 때에도 우는 큰 아이 달래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은 마치 끝없이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암흑 속 터널을 달리고 달려도 환한 출구가 보이지 않아 힘들게만 느껴졌던 그 육아 터널. 이제는 그렇게 기다리던 환한 불빛이 저기서 보인다. 환한 불빛이 코앞에 있는데도 오히려 나의 걸음걸이는 되레 늦어진다.

지금 나는 환하게 비추는 출구 근처에서 명순응을 겪고 있는 건가 보다. 어두운 곳에 있다 밝은 곳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시야가 탁해지는 현상, 명순응 말이다. 그래서 지금 시간을 더 붙잡고 싶고, 더 천천히 걷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 이건 명순응이라서 그런 거야. 이제는 아들이 스스로 날 수 있게 날갯짓을 응원해야 줘야겠지. 앞으로는 그게 나의 몫이니까.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앞으로 너를 묵묵히 응원할게. 사랑한다. 내 아들.
 앞으로 너를 묵묵히 응원할게. 사랑한다. 내 아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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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과거에는 네가 어서 크길 바랐는데, 그런데 이 아쉬운 마음은 뭘까?

짧게 끝난 우리 부부의 신혼, 나의 청춘, 나의 젊음이 모두 다 네 탓인 것만 같았는데 아니었더라. 부족한 날 위해서, 네가 나를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일찍 날 찾아왔나 보다.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 아빠에게 쫑알거리던 너의 목소리도 조금씩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이야기가 더 많아지겠지. 엄마, 아빠와 있고 싶어 하던 네가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지는 날들이 더 많아질 테고, 엄마, 아빠와 거실에서 함께 하는 시간보다, 방문 닫고 혼자 있는 공간을 즐길 시간이 곧 오겠지?

그런데 아들아. 있잖아. 엄마는 말이야, 과거에는 집을 벗어나 육아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는데, 같은 육아 동지 만나 수다 떠는 게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휴식이고 힐링이더라.

과거에는 집은 또 다른 출근이라며 집안일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너희들 입으로 들어갈 맛있는 음식 해주는 게 행복할 만큼 집안일이 여유로워졌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너 어릴 때 조금만 힘들어할 걸. 너 한창 예쁠 때 더 많이 예뻐해 줄 걸. 왜 이렇게 후회되지? 왜 이렇게 아쉽지?

그래도. 한편으로는 네가 그만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인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해.

앞으로 너를 묵묵히 응원할게. 사랑한다. 내 아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 블로그(욕심많은워킹맘: http://blog.naver.com/keeuyo) 및 카카오 브런치(https://brunch.co.kr/@keeuyo) 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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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홈스쿨 하루 15분의 행복》 저자 【욕심많은워킹맘】 블로그 운영자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