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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사태가 터지고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이한 일 처리는 수거, 해체, 보관, 이동에 이르는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을 낳았다. 침대를 사용했던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뚜렷하게 나온 게 없어 불안만 계속 증폭되고 있다. 라돈 사태 때문에 생긴 일들을 정리해봤다. - 기자말

 우체국이 직원 3만 명과 차량 3천200대를 동원해 전국에서 수거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17일 오전 11시 현재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충남 당진항 야적장으로 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작업이 중단중이다.
 우체국이 직원 3만 명과 차량 3천200대를 동원해 전국에서 수거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17일 오전 11시 현재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충남 당진항 야적장으로 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작업이 중단중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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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SBS <8 뉴스>는 대진침대의 일부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대량 방출된다는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몸속에 축적돼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침대에서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당시 보도에서는 지난 1월 휴대용 측정기로 침대를 잰 결과 과도한 양의 라돈이 검출되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전문측정업체를 불러 검사한 결과 공동주택의 권고기준인 200베크렐(Bq/㎥)의 열 배가 넘는 2000베크렐이 측정됐다.

대진침대 측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부 침대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되는 것을 인정했다. 현재는 문제가 된 '음이온 파우더'를 넣지 않고 침대를 생산하고 있다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이 사태가 '제2의 가습기 사태'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라돈 사태는 정부의 늑장 대처로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 불안만 더욱 키우고 말았다. 우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초 문제가 된 라돈 수치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며칠 만에 태도를 바꿔 불신의 실마리가 되고 말았다. 결국 2차 조사결과 일부 모델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는 문제가 불거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수거 명령 조치를 단행한다.

수거부터 걸림돌이었다. 리콜은 순조롭게 처리되지 않았다. 해당 침대 사용자들은 수거를 위해 업체 측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대진침대의 처리 지연으로 소비자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교환물량 부족을 이유로 제품 교환은 지연됐고, 상담 및 리콜접수 폭주로 인한 전화와 인터넷 마비에도 업체 측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당진은 안 돼" vs. "천안도 반대"... 라돈침대는 어디로

 우체국 직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밀봉 수거해 우체국 택배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17일까지 이틀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수거한다.
 우체국 직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밀봉 수거해 우체국 택배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17일까지 이틀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수거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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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를 한 달 넘게 집에 보관하며 불안에 떠는 소비자들을 위해 정부가 신속 수거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믿을 만했다. 문제는 수거와 집중보관 처리였다.

우선 방사성 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인 집배원들에게 수거를 떠맡긴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의 '주말 집중 수거' 지시에 따라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 우체국 직원 3만 명과 차량 3200대를 동원, 매트리스의 수거 작업에 나선다.

실제로 6월은 전국의 집배원에게 유례 없이 힘겨운 달이었다. 6·13 지방선거 공보물 배달에 이어 쉴 새 없이 라돈 매트리스 집중수거에 투입됐다. 결국 주말 없이 고된 노동을 감수하다 침대 매트리스 수거 작업까지 투입됐던 집배원이 사망하면서 과로사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집배원들에 의해 수거된 매트리스는 약 1만 4000여 개. 애초 이 매트리스들은 대진침대 본사인 천안으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적재 공간을 우려한 대진침대 측의 요청에 따라 당진항(평택·당진항 고대지구) 고철 야적장으로 향한다.

 당진시 송악읍 어촌계와 고대1리 주민들이 매트리스 유입을 결사반대하며 상경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당진시 송악읍 어촌계와 고대1리 주민들이 매트리스 유입을 결사반대하며 상경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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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졌다. 인근에 사는 당진시 송악읍 어촌계와 고대1리 주민들이 매트리스 유입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라돈 매트리스 유입계획에 대한 어떠한 설명이나 동의도 없었다는 이유다. 주민들은 정체불명의 적재물이 은근슬쩍 야적장에 산더미처럼 쌓인 후에야 라돈 매트리스의 유입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특히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 매트리스를 쌓아놓는 야적장은 100여 가구가 사는 인근 마을과 직선거리 200~300m 밖에 되지 않았다. 인근 어촌계와 지역주민들의 반감이 거세졌고 결국 매트리스의 추가 유입은 중단됐다. 주민들은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매트리스를 청와대 앞으로 들고 가 상경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라돈 방출 매트리스 1만 4000개를 인근 야적장에 쌓아 놓았으니 분통을 터트리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결국 당진항에 야적돼 있던 매트리스는 천안시 직산읍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로 옮기기로 결정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거센 주민 반발은 막을 수 없었다. 대책 없이 당진항으로 보내 물의를 빚더니 이번엔 천안에서 또 한 번 문제가 됐다.

라돈 침대 반입 반대는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보기 어려운 문제다. 어쩌면 충분히 예고된 일이었다. 무색·무취·무미의 방사선 발암물질이라는 이유로 긴급하게 수거한 매트리스 이동과 해체작업을 기준이나 원칙 없이 처리했으니 주민 반발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라돈 측정기 대여, 보증금 사기까지 등장

 인터넷 쇼핑몰에 등장한 라돈측정기.
 인터넷 쇼핑몰에 등장한 라돈측정기.
ⓒ 쇼핑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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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의 공포는 일상생활의 모습도 바꿔놨다. 라돈 사태 이후 침대에 대한 소비자 상담 건수는 38배나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월 '1372 소비 상담센터'에 들어온 상담은 모두 7만 6485건이었다. 이중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인 품목은 침대(1만 410건)로, 지난 4월보다 3873% 급증한 수치였다.

어느새 주부들의 손에 휴대용 라돈측정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인터넷 쇼핑몰에 라돈측정기가 등장했다. 대진침대 매트리스에 이어 수입 라텍스 침대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라돈 측정기를 향한 국민들이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SBS에 최초 제보한 가정주부가 휴대용 측정기로 수치를 확인해 초과 검출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휴대용으로 간단히 침대 매트리스의 라돈 검출량을 측정하는 이 기기는 실험용 전문계측기의 경우 수백만 원에 이르지만, 가정용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20~3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측정기는 라돈 농도를 일정 시간 단위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측정오차를 참작하더라도 사실상 라돈의 농도 측정이 가능하다.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에 올라온 라돈측정기 대여 관련 게시물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에 올라온 라돈측정기 대여 관련 게시물
ⓒ 네이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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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구매가 부담스럽다면 업체에서 일정 금액 보증금(2만~3만 원을) 맡기고 2만~7만 원 내외에 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청자가 몰려 제때 대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자 라돈 측정기를 산 일반 시민들이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유료로 대여하기 시작했다. 각 지역 카페에서는 보증금 10만~20만 원에 대여료 1만~3만 원을 받고 빌려준다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불안감을 이용해 측정기를 대여해준다며 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꾼까지 등장했다. 라돈 측정기를 대여료 없이 보증금만 내면 빌려준다고 제의해 놓고 돈을 챙겨 달아나는 수법이다.

부산과 광주 등에서는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해 26일부터 라돈 측정기 무료 대여에 나섰다. 한국환경공단은 오는 12월 31일까지 1층 이하 주택 거주자의 신청을 받아 라돈 측정기를 대여하고 무료 측정까지 진행한다.

이쯤 되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맞다. 라돈측정기를 빌려 가며 공포에 떠는 국민을 외면하면 반발과 불신만을 키울 수 있다. "자연상태의 방사선량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정부의 말에 이미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라돈 사태가 일상에 남긴 불안감을 가라앉힐 수 있는 조치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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