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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달라"는 말, 그 의원의 말에서 나와 그 후배의 귀에 꽂힐 줄은 몰랐다.
 "나가달라"는 말, 그 의원의 말에서 나와 그 후배의 귀에 꽂힐 줄은 몰랐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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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지만 그 국회의원일 줄은 몰랐다. 그 후배일 줄도 몰랐다.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이다. 성실하고, 일도 잘하는 후배는 정말이지 단 한 번도 의원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았다. 불평은커녕 자기 의원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자랑하기 바빴다.

그런데 후반기 상임위를 바꾼다고 "나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자리를 알아볼 말미도 주지 않았다. 2년 동안 충성했지만 '해고'는 하루아침이다. 보좌관은 노동을 하지만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공무원이지만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다. 오로지 선출직 정치인의 손에 생사여부가 달려있다. 보좌관 일에 대한 자부심이 한 풀 꺾이는 시기다.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건 "상임위 계속 하시나요?"다. 나도 다른 의원실 보좌관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국회의원 임기 4년 중 절반이 지났기 때문이다. '국회법' 상 상임위원회(아래 상임위)의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상임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데 전반기 상임위를 계속 이어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상임위 변동이 있는 경우 '정책 담당자'들은 긴장하게 된다. 앞에 언급한 의원실처럼 '그만두라'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법에서 정하지 않은 공백기

 지금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국회 상임위 모두 공석이다. 없다.
 지금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국회 상임위 모두 공석이다. 없다.
ⓒ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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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뿐 만 아니라 국회의장·부의장(이하 의장단)의 임기도 2년이다. 20대 국회 시작일이 2016년 5월 30일이었으니 2018년 5월 30일부로 의장단을 포함해 모든 상임위 위원의 임기가 끝났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상임위 위원 명단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 뜬다. 법에서 정하지 않은 공백기다.

올해는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었고, 같은 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있었기에 시간 상 애매하긴 했다. 상임위 위원장과 위원 숫자는 정당간 의석 비율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무려 12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했기에 선거 결과에 따라 '비율'이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기껏 해놓은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거 이후 의석이 확정된 지 상당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원 구성협상이 지지부진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임위를 구성해야 현안질의도 하고, 법안도 심의하고, 결산도 처리할 수 있다. 상임위 구성이 늦어질수록 정기회 준비도 지연된다. 게다가 의장단이 없는 '초유의 사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국회 잔디밭에는 제헌 70주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설마 국회의장 없이 제헌절을 맞이하려는 건 아닐 것이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기대를 품어본다.

지금 국회는 주고, 받고, 밀고, 당기는 중

 각 정당간, 상임위 협상은 어찌나 입체적인지 팽팽하게 대립하다가도 타결되면 '짠'하고 전체 구성이 공개된다.
 각 정당간, 상임위 협상은 어찌나 입체적인지 팽팽하게 대립하다가도 타결되면 '짠'하고 전체 구성이 공개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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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16개의 상임위와 상설특위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있다. 상임위 중 국회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위원회와 예결특위는 타 상임위와 겸임이 가능한 상임위다.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상임위 구성은 매우 치열한 협상의 결과다.

어찌나 입체적인지 그야말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당별로 소속 의원들의 희망 상임위를 조사하는 데서 시작되는데, 상임위 정수와 희망하는 의원 숫자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조정부터 쉽지 않다. 다선 의원들 간에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경쟁도 상당하다. 정당간 협상은 주로 어느 상임위의 위원장을 어느 정당에서 맡을 것인가를 두고 이뤄진다. 핵심 상임위의 경우 타결 직전까지 양보 없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주고, 받고, 밀고, 당기다 어느 순간 타결되면 마치 공작새가 날개 펴듯 한꺼번에 전체 구성이 공개된다.

상임위에 대한 의원들의 선호는 상임위원 정수에서 드러난다. 상임위는 국회법에 따라 정해지지만 상임위원 숫자는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으로 정한다(정보위원회 위원정수 12명만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제헌국회 이후 30회의 규칙 개정이 있었는데 2000년 이후 개정된 횟수가 16회로 절반을 넘는다. 거의 1년에 한 번씩 바뀐 것이다. 2013년의 경우 한 해에 세 번이나 개정했다. 여야 간 협상 결과에 따라 사후에 개정하는 방식이라 변동이 잦다. 문제는 상임위 '쏠림 현상'이다.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정수에 따른 상임위 순서(2018년6월 현재).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정수에 따른 상임위 순서(2018년6월 현재).
ⓒ 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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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시대정신, 정말 '국토교통'일까?

20대 국회에서 인원이 가장 많은 순서인 국토교통위원회(31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30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29인)는 짐작대로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 순서다. 지역구 예산 배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17대 국회와 비교하면 변화는 확연하다. 17대의 경우 건설교통위 정수는 26명이었는데 지금은 31명이다. 산업자원위도 22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거꾸로 인원이 가장 적은 환경노동위원회(16인)는 희망자가 정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부 업무가 더해진 환노위는 1988년 노동위원회로 신설됐다. 1987년 6월 항쟁과 7, 8, 9월 노동자대투쟁 등 민주화 이후 노동조합이 봇물 터지듯 설립된 사회적 분위기가 국회 안에서 반영된 것이다.

상임위는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정보위원회는 1994년 신설됐는데, 문민정부 출범 이후 공작정치의 본산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개혁이 요구됐고, 안기부에 대한 국회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위에서 분리해 별도로 구성했다. 2002년 신설된 여성위원회는 1999년 제정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시행과 국민의 정부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여성부 출범에 연이어 이뤄졌다.

이처럼 상임위는 사회적 상황과 직접 연관이 있는데, 그 구성에 있어서 특정 상임위 쏠림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시민들의 권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대변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상임위가 '사회'의 반영이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상임위가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가 돼야 마땅하다.

사회경제적 갈등이 첨예한데 노동 관련 상임위가 외면된다면, 그것은 국회가 시민과 동떨어져 있다는 증거다. 상임위 선택 기준이 '지역구 관리에 유리한지 여부'가 아니라 '어떤 정치적 성과를 낼 것인가'로 옮겨갈 때에 이와 같은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이제 2년 남은 의원 임기... 이제 무슨 정치를 하실 건가요

 제헌절을 한 달 앞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제헌 70주년을 기념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제헌절을 한 달 앞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제헌 70주년을 기념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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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지닌 '전문성'도 상임위 선택(배정)의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정치에서 전문성은 전공이나 자격증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다양한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노동계층이 등장했다면, 이들을 대리할 정치인이 필요하다. 청년 문제가 사회 문제가 돼 있다면 이를 대리할 정치인도 필요하다.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여성들의 주장을 대리할 정치인도 필요하다.

정치인의 전문성은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은 허튼 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을 조직해 결사체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가능성을 현실화해 성과를 이뤄냈다면 그 사람이 전문가다. 그런 면에서 법조계 출신 정치인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부는 '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곳'이지 '법률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많아야 하는 곳'이 아니다. 법 전문가보다 정치 전문가가 필요하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경우에 따라서는 무지하기까지' 한 정치인이 훨씬 더 전문적 지식을 갖춘 관료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회가 행정부를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위원회 활동을 통한 조사권'을 들고 있다. 이를 통해 정치인은 국가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의회가 최고의 정치 교육의 장이라는 것이다.

베버는 또한 '일하는 의회는 행정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의회'라고 했다. 정부의 제안에 대해 비판, 불평, 협의, 수정, 통과와 같은 행동만을 하는 것은 '소극적 정치'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100년 전 독일이 아니라 우리의 입법부도 정치적 성과 없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만 하는 소극적 정치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선출직 정치인은 시민의 대리자로써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전문지식과 비밀 정보로 무장한 관료를 상대해야 하고, 행정부에 대한 대응과 견제만이 아니라 의제 형성과 조직화를 통한 적극적 정치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보좌하기 위해 보좌관이 존재한다. 의원과 보좌관이 하나의 팀이 돼 일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임기 4년은 그리 길지 않다. 20대 국회는 이제 2년 남았다. 상임위 재구성을 앞두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스스로 되물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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