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난 40살 되기 전 39살 겨울에 결혼을 했다. 결혼 1주년 되던 날 첫 딸이 태어났고 이듬해 여름 둘째 딸이 태어났다. 그 사이 실직을 한 번 했고 8개월을 백수로 지내며 육아를 했다. 결혼 당시 서울에서 살았지만 백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대구로 내려왔다.

지금 45살이다. 남자는 결혼 이후 가치관이 바뀐다고 한다. 나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지만 누가 행복하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바로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 가슴이 아닌 머리가 시키는 대로 행복하다고 말할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없는 삶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책
▲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책
ⓒ 조명호

관련사진보기


눈물이 많아졌다. 책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앞부분에 있는 3학년 초등학생의 일기를 보고 울컥했다.

"저는 제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엄마가 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회사 사무실에서 봤다. 갑자기 책상 위 빈 노트에 이렇게 썼다.

"저는 제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와 사장이 살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작년 한 해 참 열심히 살았다. 밤낮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고객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회사를 위해 일했다. 승진도 했고 월급도 올랐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퇴근 이후에도 수시로 울리는 전화와 문자 알림 소리는 고통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은 수시로 나를 찾았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는 가장의 역할보다 회사 고객 만족을 위해 사는 직원으로서 살았다. 그러던 가운데 문제가 생겨 그 일을 수습하느라 몇 개월을 보냈다. 얼굴은 시커멓게 변했고 인상은 더 굳어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고 수시로 외치지만 그 한 번뿐인 인생에 내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내가 행복해지면 세상도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그건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았다. 계속해서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고 마는 자전거.

대한민국은 그랬다. 나와 같은 45살의 가장이 실직을 하거나 사업이 망하면 본인의 행복은 물론 가족의 행복마저 사라지는 현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가끔은 쉬어야 하지만 쉬는 순간 내 일상은 한순간에 쓰러져 버리는 자전거와 같은 삶. 내가 사는 사회와 국가가 개인의 자유는 강조하였지만, 우리 모두의 행복과 연대의 의미는 슬그머니 감추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덴마크

두 딸과 함께 이제 주말이면 회사일에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금방 바뀌지 않겠지만 두 딸들에겐 아빠의 품이 행복지수 1위 덴마크가 되려고 노력한다.
▲ 두 딸과 함께 이제 주말이면 회사일에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금방 바뀌지 않겠지만 두 딸들에겐 아빠의 품이 행복지수 1위 덴마크가 되려고 노력한다.
ⓒ 조명호

관련사진보기


부끄럽지만 이 책을 읽는 중간에 인터넷으로 '덴마크 이민'을 검색했다. 행복지수 1위의 나라였지만 마냥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허술한 의료시스템, 느린 공무원의 업무처리 방식, 외국인 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검색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보이는 문제들이다. 덴마크인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문제점들이 큰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다.

행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우리나라를 떠날 필요는 없다. 오연호 기자의 말처럼 대한민국 곳곳에 덴마크가 있다. 오연호 기자의 고향인 전남 곡성군 죽곡면 용정리의 '그 시절'도 덴마크였고, 내가 태어난 경북 청도군 청도읍 안인리의 '그 시절'도 행복한 덴마크였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이란 단어이다. 오연호 기자의 바람처럼 우리나라 곳곳에도 행복을 위한 꿈틀리가 꿈틀거린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에 나오는 어느 부부처럼 최근 아내가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명령을 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만 보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돈을 벌어올 테니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충고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예전 작은 정당에서 당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던 시절에 지역위원회 홈페이지에 수시로 글을 썼다. 책을 읽고 감상문도 쓰고 정치평론 글도 많이 썼다.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나의 연애편지의 글 솜씨였다. 2015년 8월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에 올려 기사가 되었다. 글쓰기는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다.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생업을 핑계로 끊었던 지역의 시민단체에 기웃거리며 내가 들어갈 틈을 찾고 있다. 요즘 자꾸 꿈틀거린다. 행복을 위해 꿈틀거린다.

'이미 늦은 인생은 없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말이 난 참 좋다. 나는 나와 함께 아내와 두 딸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책 표지에는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라고 되어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사랑보다는 행복을 생각했다.

사랑하려면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직 회사를 그만두라는 아내의 명령을 받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 명령을 받들 것이다. 그리고 준비할 것이다. 그 준비는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myoung21)에도 게재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시민기자, 상식과 정의,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 질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