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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뉴욕 주에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암호화폐 시범 발행을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뉴욕 주의회 론 킴(Ron Kim) 의원이 발의한 'Bill A11018'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지역(암호)화폐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 시민들이 지역경제 발전에 자연스레 참여하도록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법안이 통과되면 뉴욕 주에서 디지털 현금 발행을 추진하는 10가지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뉴욕 주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내수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발의안은 "지역경제가 대기업 위주로 편중되고, 지역문제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며 "지역 내에 통용되는 암호화폐를 통해 시민들은 자신이 쓴 돈이 뉴욕 주 내에서 순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수준 높은 시민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 암호화폐로 발생한 매출이 뉴욕 주 내에서만 재사용돼 자연스레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낸다는 것. 발의안은 또 시민, 소비자, 사업가들이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게 하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 행정안전부에 의하면 현재 국내 지역화폐는 12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총 60종을 발행하고 있다. 올해 추가로 10개 지자체에서 추가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역화폐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3000여 곳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목적에 따라 ▲지역공동체 유대 강화 ▲소외계층 지원 및 자립 ▲관광, 문화 레저, 예술 활성화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 활성화 ▲특정행사 참여 유도 등으로 나눠진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5월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S코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물론 이는 조례 등 제도적·법적 뒷받침을 준비하고 규제 법령을 바꿔야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노원구, 2월부터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발행

노원구청이 지난 2월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역화폐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화폐 이름은 ‘노원(NW)’이다.
 노원구청이 지난 2월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역화폐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화폐 이름은 ‘노원(NW)’이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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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이 있는 가운데, 노원구청이 지난 2월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역화폐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화폐 이름은 '노원(NW)'이다. NW는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NO-WON'의 약자이며 기본 통화단위다. 1NW=1원의 가치를 지닌다. 노원구에서만 화폐로 기능한다. 노원구 일부 상점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역화폐 노원(NW) 가맹점입니다."

NW는 기존 지역화폐와 다른 차별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일부 활용했다. NW는 앱이나 카드로 축적하고 사용할 수 있다. 노원구는 당초 2016년 9월 회원 상호거래 방식인 레츠(LETS)시스템으로 지역화폐 실험에 나선 바 있다. 레츠 시스템은 주민 사이에 노동과 물품을 지역화폐로 교환하고 거래 내역을 컴퓨터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코목스밸리라는 마을이 공군기지 이전과 목재산업 침체로 실업률이 18%에 달하는 등 경제난에 처하자 녹색달러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당시 주민이자 프로그래머였던 마이클 린턴이 만든 이 레츠 시스템이 성과를 내자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널리 보급됐고 국내에도 한밭레츠 등으로 연결됐다.

노원구는 공동체 활성화를 내걸고 도입한 레츠시스템에 의한 지역화폐가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지난 9월 블록체인을 활용한 지역화폐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11월 '노원구 지역화폐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다음 달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그리고 2018년 2월부터 NW를 본격 내놓았다.

1NW는 가치가 변동되는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1원의 가치로 못박았다. '퍼블릭 블록체인'(누구나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블록체인) 방식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허가된 사용자만 네트워크에 접근해 정해진 권한만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방식을 쓰고 있다.

최기천 노원구청 주무관은 "지역화폐에 자원봉사, 기부 등 사회적 가치를 결합하고 사용처를 공공영역까지 확장하였다"며 "4차 산업혁명 흐름과 맞물려 블록체인 기반으로 지역화폐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NW, 사회적 가치를 낳다

NW 가맹점도 확대 추세로 6월 현재 309개소다
 NW 가맹점도 확대 추세로 6월 현재 309개소다
ⓒ 노원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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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는 현재 자원봉사, 기부·기증 등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는 활동과 연계돼 있다. 노원구에 있는 개인 및 단체가 지역사회 내에서 자원봉사, 기부, 자원순환 등의 활동을 통해 지역화폐가 창출된다. NW가 지역화폐로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명은 지역화폐 회원 수 증가와 발행액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NW를 전면 시행했던 2월 당시 1526명이던 회원은 지난 6월 10일 기준 540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화폐 발행액도 3000만 NW에서 6500만 NW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NW 사용액 역시 크게 늘었다. 3월 850만 NW이었던 사용액은 4월 2100만 NW, 5월 2400만 NW, 6월 10일까지 2806만2405 NW를 기록했다. 노원구청은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5~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자원봉사자 사이에서도 지역화폐의 편리성과 유용성에 대해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NW 가맹점도 확대 추세다. 6월 현재 309개소다. 이 수치에는 가맹점 승인 대기 중인 점포까지 포함돼 있다(승인 가맹점 247개). 초기 87개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카페, 미용실, 학원, 한의원, 서점 등 민간 가맹점 수가 초기 66개에서 189개로 3배가량 늘었다.

지역화폐 창출 방법은 크게 4가지다.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방법은 자원봉사다. 노원구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개인이나 단체가 1시간 봉사를 하면 700NW를 받을 수 있다. 또 물품을 기증·기부하거나 식품, 의류, 잡화 등을 노원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통해 거래하면 기부액, 판매액 각각 10%를 NW로 받는다. 돌봄, 배움, 수리·제작, 이·미용 등을 다른 이웃에게 제공하는 품의 경우, 시간당 700 NW를 받는다. 이렇게 창출된 NW는 회원 한 명당 최대 5만 원까지 적립 가능하다. 유효기간은 3년이다.

가맹점마다 사용기준율(5~40%)이 있는데, 결제액에서 사용기준율만큼 NW를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용기준율 10% 가맹점에서 1000원짜리 물품을 살 경우, 보유한 지역화폐에서 100 NW를 사용하고 나머지 900원만 결제하면 된다. 결제까지 두 번에 걸쳐 다소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사용기준율은 가맹점이 결정한다.

최 주무관은 "NW는 현재 마일리지 형식으로 할인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며 "이를 확대해서 NW로 가맹점끼리도 사고팔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원구에서 한 번이라도 자원봉사를 한 17만 명이 잠정고객이며 지역화폐를 통해 보람과 동기부여를 받으면서 입소문이 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라며 "노원 아닌 다른 지역 자원봉사자도 유입되는 등 신규 회원이 많이 늘고 있고 가맹점도 늘려간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NW덕분에 자원봉사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원봉사 건수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9만9612건이었고, 올해 같은 기간 10만5542건(5930건 증가)이었다. 지역화폐가 주민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이끌어냈다.

한편 NW를 스마트폰에서 활용하려면 스마트폰 스토어에서 '노원 지역화폐'를 치고 다운받으면 된다. NW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www.nowonpay.kr)를 참조하면 된다.

가맹점마다 사용기준율(5~40%)이 있는데, 결제액에서 사용기준율만큼 NW를 쓸 수 있다.
 가맹점마다 사용기준율(5~40%)이 있는데, 결제액에서 사용기준율만큼 NW를 쓸 수 있다.
ⓒ 노원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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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지역화폐 NW는 아직 지역경제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많은 구민을 사회적 활동으로 유도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자각하게 만든다. 도담디자인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기업도 가맹점으로 참여하고 있다. 노원구청은 가맹점 수를 늘리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역화폐 활성화가 가맹점 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거대 프랜차이즈 사업체도 가맹점 참여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사회적경제 기업의 참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올해 말까지 가맹점 950개소(회원 1만5000명)를 목표로 잡고 있다. 내년 목표는 회원 15만 명 이상, 가맹점 1900곳 이상이다. 최 주무관은 "사회적 가치가 국내총생산(GDP)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서 사회적 활동과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이 지역화폐"라며 "차근차근 가면서 공동체 조성은 물론 자원순환 경제를 형성해 지역구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가맹점 참여뿐 아니라 지역화폐 유통을 통한 골목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사회적경제 기업이 지역화폐를 활용함으로써 지역화폐는 외부의존성을 최소화하고 지역 자생력을 높이는 지역 교환 체계로 작동하게 된다. 이는 사회적경제가 단순 화폐 교환을 넘어 지역경제 건전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가치 시장을 지향하기에 가능하다.

지역화폐는 사회적경제가 단순 자본 축적이 아닌 지역사회 자본을 창출하고 잉여나 소득 분배에서 자본에 대한 인간과 노동의 우위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통화 운동은 사회적경제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지역사회에서 호혜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운동과 지역통화 운동이 어떻게 협력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노원구는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지역화폐 길라잡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화폐 필요성과 이용방법 등 지역화폐 사업을 널리 알리고 확산하는 전도사 역할을 한다. 지역 내 요청이 있으면 '찾아가는 교육'도 실시한다. 6개월 새 100회에 육박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2200명 이상이 교육을 받았다.

매달 둘째 주 수요일과 넷째 주 목요일 열리는 노원 품앗이데이에서도 NW는 빛을 발한다.
 매달 둘째 주 수요일과 넷째 주 목요일 열리는 노원 품앗이데이에서도 NW는 빛을 발한다.
ⓒ 노원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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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둘째 주 수요일과 넷째 주 목요일 열리는 노원 품앗이데이에서도 NW는 빛을 발한다. 품앗이데이는 품나눔, 물품나눔, 먹거리 장터 등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나눔 장터다. 지난 5월 24일 노원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차장에서 품앗이데이가 열렸고, NW를 사용해 다양한 물품이 교환됐다. 품앗이 데이는 NW를 사용할 수 있는 장터로 구민들은 이곳에 와서 자신이 모은 NW로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NW는 지류 형태가 아닌 노원구청이 사전 채굴한 암호화폐로 유통된다. 기존 지역화폐는 발행 및 사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집계가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NW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덕분에 모니터링이 쉽고 데이터 집계가 수월하다.

NW를 개발·구축한 글로스퍼 관계자는 "기존 지역화폐는 '깡' 등의 불법 행위나 불필요하게 사용할 우려가 있으나 NW는 사용자 편의성은 물론 관리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라며 "기술을 사회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했지만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 채굴 시스템과 다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공공기관(노원구청)만 노드를 구성해 100% 사전 채굴한다.

NW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지역화폐이나 기존 암호화폐나 코인과 다르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개념에 가깝다. 아직은 NW만 사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팔지 못하기 때문에 NW사용분 외의 결제금액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해서 번거롭다. 노원구청은 지역화폐 활용의 편의성 등을 도모하기 위한 모니터링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성과 문제점 등을 모니터링하고 향후 정책방향 설정을 위한 지표로 활용한다.

최 주무관은 "다른 지역화폐 운영사례와 비교 검토·분석하고 지역경제 및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공공 가맹점의 지역화폐 순환체계를 검토하는 등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전 세계 차원에서 벌어지는 유의미한 사회적 실험의 하나다. 특히 노원구는 지역화폐 발행에 적합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역화폐 실험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제적 교환 방식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와 결합한 지역화폐는 호혜성에 기초한 상호부조 순환체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효기간은 이용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소비를 자제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NW가 지역의 사회적 화폐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서울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활동과 우수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자치구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사업단 및 통합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태그:#사회적경제, #지역화폐, #노원, #NW,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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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 정책 통합 및 지속가능한 기반 조성을 위해 2013년 1월 설립된 민관 거버넌스 기관입니다. 사회적경제 부문?업종?지원조직들의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통합적 정책 환경 조성 및 자원 발굴?연계, 사회투자, 공공구매, 윤리적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촉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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