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 J>가 자사 보도 비판의 연장선상에서 이재명 논란을 다루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자사 보도 비판의 연장선상에서 이재명 논란을 다루었다. ⓒ KBS


저널리즘 비평 프로그램에 '비평'이 없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6.13 지방선거 이후 언론사 중에선 최초로 '이재명 당선인 인터뷰 중단 사태'에 대해 이재명 당선인의 입장을 들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진행을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는 "북미정상회담부터 지방선거까지 역사적 이벤트가 많았던 13일 전후로 모든 이슈를 제치고 온라인에서 언급량 40만 건을 넘기면서 최고의 이슈가 된 내용이 있다"면서 2회 첫 주제로 '이재명 당선인 인터뷰 중단 사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난 13일 밤, 당선인 윤곽이 드러난 뒤 방송사들과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선거 전 불거졌던 스캔들 등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는 이유로 갑자기 인이어를 빼고 "(방송사들이) 예의가 없다"고 소리쳐 태도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배우 김부선과의 불륜 스캔들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재명 당선인 인터뷰 중단 사태를 다루고자 그를 스튜디오로 초청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이 거절 의사를 밝혔고 결국 직접 그를 찾아가 인터뷰했다. 그는 영상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다 과거의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고 지금 이 순간, 이 방송 취재조차도 경기도의 삶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다는 이 네거티브하고 소모적인 주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우리야 힘없는 후보이니까 지금 이 인터뷰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고 있다. KBS 무시했다가 또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르니까.

대한민국 최대 공영방송인 KBS가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팩트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 주장을 9시 뉴스에 그리고 다음 날 반복 방송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연예가중계>처럼 일방적 주장을 여과없이 반복적으로 선거 전에 집중적으로 한 것은 언론의 중립성을 훼손한 것뿐만 아니라 선거법 위반 행위라고 생각한다."

앞서 KBS 9시 뉴스는 선거 직전 이재명의 불륜 의혹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배우 김부선씨의 주장이 담긴 영상 인터뷰를 내보낸 바 있다. 당시 김부선씨는 "살아있는 내가 증인"이라면서 이재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왜 이재명 논란을 선택했나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 장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 장면 ⓒ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김부선 인터뷰를 다시 보여주면서 해당 인터뷰에 대해 비판하는 패널들의 목소리를 방송에 실었다. 정준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방송에서 해당 인터뷰를 두고 "보도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안톤 슐츠 독일 ARD 기자 또한 "모든 당사자(김부선과 이재명)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첨언했다. 또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씨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KBS의 김부선 인터뷰를 보니까 아무 증거도 없더라"라고 꼬집기도 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씨는 이에 더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당선인 소감할 때 당선자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한 사례가 있나? 항상 논쟁이 있고 논란이 있고 쟁점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본 적이 없다"면서 "당선인에게 (논란 관련 질문을)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해보였다"고 비평과 동떨어진 개인적인 소감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톤 슐츠 기자가 해외에서는 당선인이라고 해서 곤란한 질문을 가려서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국내 사례는 소개되지 않았다. 해당 주제가 최욱씨의 발언으로 끝나면서 시청자들이 마치 국내엔 그런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선거 전 '드루킹 논란'에 휩싸였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의 경우 당선 다음 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질문에 충실히 답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비평 프로그램인 만큼, 시청자들이 의혹이나 의문을 갖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게스트 선정도 다소 아쉬웠다. 이날 이재명 논란 방송에는 김병욱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출연했다. 이재명 영상 인터뷰가 이미 비중 있게 방송됐음에도 김 대변인을 출연시킨 것인데, 이는 이재명 당선인 측 입장을 중복해 내보낸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나온 김병욱 대변인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나온 김병욱 대변인 ⓒ KBS


김 대변인은 이날 방송에서 "정책 검증은 거의 방송 분량이 없다. 전부 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황색 저널리즘에 입각한 '카더라 통신'을 인용해 방송을 내보내고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뭔지 전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측 입장에선 네거티브 선거로 흐른 것 자체가 안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가 이와 같은 논평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다소 의문이다.

차라리 KBS <뉴스9>에 김부선 인터뷰를 내보낸 책임자가 <저널리즘 토크쇼 J> 녹화장에 와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송에 따르면, KBS <뉴스9>는 김부선 인터뷰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반론을 받으려 했으나, 이재명 캠프는 이를 거절했다. 물론 전후 상황을 봤을 때 KBS <뉴스9>로서는 이재명 후보의 반론을 듣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따로 꼭지까지 만들어 자사 프로그램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좀 더 설득력 있는 해명이 추가돼야 했다.

이날 방송에는 이재명 인터뷰 논란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는 커녕, 새로운 시각도 없었다. 무엇보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재명 당선인 관련 보도를 비판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단순히 뜨거운 이슈기 때문에 논란에 대해 말을 보태고 싶었던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이재명 당선자의 당선 소감을 듣는 자리에서 스캔들 논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건 언론갑질"이라는 반응도 있던 한편, "형식적으로 방송에 대한 균형을 맞추려면 일방적으로 매도 당한 김부선씨 측 변호인이라도 출연시켜 균형을 맞춰야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없는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한 장면

<저널리즘 토크쇼 J> 한 장면 ⓒ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과거 KBS <미디어 비평> <미디어 인사이드> 등과 같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지만, 정작 그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과거 KBS <미디어 비평>이 여러 문제적인 미디어 보도에 대해 짚고 관련 이슈에 대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 프로그램의 미디어 비평은 오로지 스튜디오 안에서만, 제한적인 패널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시민들의 의견 대신, 언론계 주위에 있는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몇 시간 동안 스튜디오 녹화를 하고 이를 편집해서 내보내는 방식이다. 최강욱 변호사 같은 경우 이미 KBS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하고 최욱씨나 정준희 교수 또한 언론, 팟캐스트, 강단 등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프로그램을 직접 보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전문가들의 목소리만 잔뜩 담긴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아쉬운 이유다.

더 안타까운 건 '전문가'로 섭외된 패널들도 깊이 있는 의견보다는 다분히 시청자들의 웃음을 의식한 발언들을 쏟아낸다는 점이다. 한 패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기 전에 다른 패널이 면박을 주는 장면은 예능적인 재미를 주기 위한 연출일 수도 있으나, 불쾌함을 남기기도 한다. 패널들이 말하는 중간중간 깔리는 가벼운 톤의 배경 음악과 자막, 그래픽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비평을 하고자 하는 건지, 아니면 가벼운 토크를 중심에 둔 건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비록 1회에 그쳤지만 KBS가 올해 파업 이후 내보냈던 자사 비판 프로그램 <끝까지 깐다>의 경우 다양한 시민 패널들을 KBS 스튜디오로 초청해 직접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인상적이었다. 그런 기대를 갖고 보았기 때문일까.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구성은 다소 실망스럽다.

물론 시사 프로그램의 예능화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지만 "KBS 저널리즘 회복의 출발점"을 표방하면서 시작한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보면 그 적정선이 어디까지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제 딱 2회를 지난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보는 시선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은 아니냐, 라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다. 물론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앞으로 팩트 체크 등 여러 코너를 신설하겠다고 말한 만큼, 프로그램의 변화를 지켜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저널리즘 비평만큼,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내부적인 비평 역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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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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