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토크 콘서트' 7번째 손님으로 성지루 배우가 초대되었다. 사회는 대전의 극단 새벽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여진 배우가 맡았다. 방청객들은 대전에서 초.중.고를 다 나온 그를 열렬히 환대했으며, 그는 토크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끌어 갔다.

대전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토크 콘서트' 7번째 손님으로 성지루 배우가 초대되었다. 사회는 대전의 극단 새벽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여진 배우가 맡았다. 방청객들은 대전에서 초.중.고를 다 나온 그를 열렬히 환대했으며, 그는 토크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끌어 갔다. ⓒ 조우성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15일 개막한 이후 매일 1명씩 스타가 초청돼 대전시립미술관 앞 특설무대에서 스타 토크콘서트가 진행된다. 지난 22일에는 배우 성지루가 등장했다.

배우 성지루는 공주에서 2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대전에서 졸업했다. 그는 서울 예대 연극과에 입학한 후 1학년 때 교수의 추천으로 '극단 목화'에 입단했다. 어머니는 87년부터 시작한 그의 공연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본 유일한 사람으로, 그의 최대 후원자였다. 아버지는 대전고등학교와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로, 그가 사관학교나 의대에 진학하기를 원했지만 그는 공부보다는 대외적인 활동을 좋아했다.

"형이 아버지한테 성적표가 찢기고 우는 모습을 본 이후로 저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께 제 성적표를 보여 준 적이 없어요. 늘 숨겼고, 치우고 그랬죠. 저는 아버지의 엄하고 답답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모임이나 콘서트에서 사회도 보고, 응원단장을 하기도 했어요. 학생 시절에는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 등 전국의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비법과 영화를 촬영하면서 있었던 재미나는 일화 등도 공개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 등 전국의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비법과 영화를 촬영하면서 있었던 재미나는 일화 등도 공개했다. ⓒ 조우성


"사투리를 외국어 공부하듯이 했다"

어떤 때는 부드럽고 가족같은 분위기, 어떤 때는 터프하고 남성적인 모습 등 그의 캐릭터는 변화무쌍하다. 이런 그에게도 어쩌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다고 한다.  

"제가 1990년도 7월에 군대를 제대한 후 집에 내려가지 않고 극단에서 먹고 자고 했었어요. 그해 9월쯤에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공연을 했는데, 팝콘을 들고 '아저씨, 이거 드셔보세요' 하면서 관객들에게 파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한창 그렇게 관객석을 돌아다니며 연기를 하고 있는데, 관객들 속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어떤 아저씨가 딱 앉아 있어요. 보니 아버지예요. 깜짝 놀랐죠. 제가 제대를 했는데도 집에 안 내려오니까 아버지가 저 보려고 상경하신 거예요.

아버지를 본 뒤로 저는 완전 주눅이 들어 대사가 몇 개 되지도 않는데 다 틀리고, 완전 공연을 망쳤죠. 공연이 끝난 뒤 아버지가 10만 원을 주시면서 '맥주 사 와라' 그래요. 2시간 정도 계셨는데, 저에게 한 말씀도 안 하고 극단 단원들과 이야기하셨어요. 가실 때 '임마, 그게 뭐야!' 한마디 하셨어요. 그 뒤로 아버지가 오신다고 그러면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예외 없이 안 틀리던 대사도 다 틀리고 그랬어요."

그는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는 경상도 사투리,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는 전라도 사투리, <선생 김봉두>에서는 '강원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했다. 충청도 출신인 그가 다른 지역 언어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했다.

"지금도 제 보물 1호가 뭐냐면 옛날 '마이마이'라는 휴대용 카세트와 녹음테이프에요. 제가 이걸 들고 현지에 가서 사람들 말씨를 녹음해요. 그걸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건전지가 다 돼서 테이프가 늘어지거든요. '밥 묵었나' 이게 '밥~묵~었~나~' 이렇게 늘어져서 길게 나오죠. 이것을 억양의 높낮이와 악센트까지 살려서 음표처럼 다 그리는 거죠. 작곡하듯이. 저는 2002년부터 이 작업을 했는데, 사투리를 외국어 공부하듯이 했어요." 

 어떤 방청객이 “평소에 피부관리나 몸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에 그가 벌떡 일어나 “아니, 제 피부가 부러워서 질문한 것은 아니죠”라고 방청객에게 되묻자,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떤 방청객이 “평소에 피부관리나 몸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에 그가 벌떡 일어나 “아니, 제 피부가 부러워서 질문한 것은 아니죠”라고 방청객에게 되묻자,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조우성


배우도 "어둡고 힘든 캐릭터 맡으면 힘들다"

그는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으로 연극에서는 연기상을 안겨준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를, 드라마 중에서는 촬영허가가 나지 않아 뉴욕에서 몰래 촬영하기도 했던 SBS 드라마 <로비스트>를, 영화 중에서는 <신라의 달밤>과 다소 위험하게 촬영을 했던 <바람난 가족>을 꼽았다.  

"<바람난 가족>에서 제가 한 15~20미터 높이에서 연기하는데, 저한테는 안전장치가 없었어요. 애한테만 있었고. 아이를 던지다가 같이 딸려 갈 뻔했어요. 제 본명이 '성지루'인데, 극 중에서도 제 이름이 '성지루'로 나와요. 감독님이 '이 역은 네가 꼭 해야 된다'고 해서 극 중 이름도 성지루로 바꿔 주었어요. 그래서 그 영화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방청객이 "평소에 피부관리나 몸 관리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에 그가 "제 피부가 부러워서 질문한 건 아니죠"라고 대답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영화 <손님은 왕이다>에 출연할 적에 감독이 '좀 날씬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 달만에 14kg을 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배역을 "조금 즐겁고 유쾌한 걸 하게 되면 일상에서도 되게 즐거운데, 어둡고 힘든 캐릭터 맡게 되면, 특히 겨울에 그런 작품을 하게 되면 되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4개월씩 하기도 하는데, 슬픈 주인공의 아버지, 형 역할을 맡으면 계속 인상 쓰고 있어야 되잖아요. 그러면 일상도, 촬영장 나가는 것도 사실 별로 재미없어요. 저는 웃고 떠드는 게 좋아요. <빛과 그림자>라는 드라마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안재욱, 남상미, 손담비 이런 친구들과 서로 떠들고 즐거웠어요. 촬영하러 가는 게 놀러간다는 느낌도 있고, 가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에너지도 올라오고 그랬어요."

 배우 성지루는 대전연극협회에서 연구보관 할 액자사진에 사인을 마친 후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 집행위원장인 복영한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였다. 복영한 위원장은 “오늘 만족하면 내일은 없다고 본다”며 “대전에 있는 연극인들이 힘을 합해서 무대에서 좋은 연기로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우 성지루는 대전연극협회에서 연구보관 할 액자사진에 사인을 마친 후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 집행위원장인 복영한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였다. 복영한 위원장은 “오늘 만족하면 내일은 없다고 본다”며 “대전에 있는 연극인들이 힘을 합해서 무대에서 좋은 연기로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조우성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는가" 

그는 어려운 연극판에서 고생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고생 뒤에 반드시 낙이 온다, 뿌린 대로 거둔다"며 '고진감래'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당장 앞이 안 보이죠. 연극뿐만 아니고 무슨 일을 하든지 다 그럴 것 같아요. 저도 중간에 포기하고 싶고, 정말 다른 거 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28살 때인가 엄마에게 '이제 연극을 그만 할 수도 있다'는 제 속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부모님이 용기를 주셔서 잘 넘어간 적이 있어요.

지금 당장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자신을 믿어야 되요. 내가 나를 믿지 못 하면 남들이 날 안 믿어주거든요. 엄마가 이 이야기 하면 울지도 모르는데, 저는 가끔씩 힘들고 그럴 때는 눈을 감고 '잘 하고 있어! 잘 하고 있어!'라고 저를 위로하며 다독거릴 때가 있어요. 내가 나를 사랑 못 하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주겠어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 하는 거,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그의 주량은 혼자 먹을 때는 소주 한 병 반 정도,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는 다음날까지. 그가 좋아하는 술 친구는 배우 손병호이고, 단골집은 서울 태평로의 어느 소국밥집, 오뎅밥집. 그는 지금까지 "배역 중에서 아내가 있는 역할을 맡지 못했다"며 "제 옆에 아내가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늘 아내가 없는 역할만 했거든요. 영화를 찍더라도 늘 운동복만 입고, 양복 입는 건 거의 못 해봤고. 나쁜 놈 아니면 좋은 놈, 딱 이거였지, 가족의 일원으로서 옆에 알콩달콩 이런 것들을 해본 적이 없어요."

사회자 : "저기,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에 아내가 나오지 않나요."

성지루 : "아, 그거 있었네요. 전미선씨가 내 와이프였죠. 진짜 간만에 와이프가 생겼기 때문에 잊어 버렸나봐요. 하하." 

사회자 : "하하, 잘 챙겨셔야죠. 그때 아내가 생겨 감회가 새로웠겠어요."

성지루 : "네. 되게 좋았어요. 내가 간만에 와이프가 생겨서 전미선에게 잘 해줬거든요."

 그는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방청객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이날 행사에는 항상 뒤에서 든든하게 자신을 후원해 준 대전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방청객으로 참여해 시민들로부터 큰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방청객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이날 행사에는 항상 뒤에서 든든하게 자신을 후원해 준 대전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방청객으로 참여해 시민들로부터 큰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 조우성


"연극은 나에겐 시작과 끝,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

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고, "아는 게 병"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상대 배우를 잘 서브해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연기관을 밝혔다. 

"장면에 대한 목표가 있잖아요. '1, 2, 3, 4, 5...'로 기운을 쭉 올리면서 대화를 터트려야 되는데, 기운이 조금 올라가면 다시 3으로 떨어지고 그러면 밸런스가 안 맞잖아요. 역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서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연기이기 때문에 배우 상호간의 존중도 중요하고, 서로 위함이 있어야 돼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토크 콘서트의 주제인 '나에게 연기란 시작과 끝'의 의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연기의 시작점, 기준점, 고향은 연극입니다. 그래서 제 연기의 끝도 연극 무대에서 마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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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극제 성지루 이여진 복영한 성지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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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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