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출발한 MBC 예능프로그램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가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맞이하고 있다.

야심차게 출발한 MBC 예능프로그램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가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맞이하고 있다. ⓒ MBC


지난 3일, 야심차게 출발한 MBC 새 예능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가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영분에선 급기야 3% 미만의 수치를 찍었다. 일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으로선 분명 저조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두니아> 첫 방송 후 시청자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시도" vs. "기존 시청자들에겐 불친절하고 낯선 구성" 등 시각이 양분됐다.

안타깝게도 4회째를 맞이한 현재 시점에선 '불친절하고 낯선 구성'이 힘을 받는 모양새가 되면서 <두니아>의 앞으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얼-언리얼 세계의 잦은 교차... 기성 시청자들의 혼란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 MBC


주말 저녁+밤 시간대는 다른 때와 다르게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곤 한다. 'KBS2'로 대표되는 각종 주말 연속극을 비롯해서 <불후의 명곡> <백년손님 자기야> <미운 우리 새끼> <복면가왕> <1박2일> 등 연세가 있는 분들도 편하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예능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두니아>는 이 시간대 고정 시청자들이 당혹감 및 이질감을 적지 않게 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공룡이 살고 있는 '두니아'라는 현실 밖 세계로 시간+공간 이동을 한 10명의 출연진들이 펼치는 '언리얼리티' 구성은 기존 예능과 전혀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전문 연기자 혹은 예능인과는 거리가 먼 다수의 등장인물이 펼치는 상황극과 <정글의 법칙>스런 환경에서의 생존기가 두서 없이 뒤섞이는 지금의 전개는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겐 그저 '혼란스럽고 이상한' 프로그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는 새로움에 익숙하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채널을 고정해야할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했고 <1박2일> <집사부일체> 등과의 경쟁에서 <두니아>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이어졌다.

<두니아>에 열광하는 소수의 마니아들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가수 에일리가 공룡 인형을 배경 삼아 삽입곡 '파란 봄'을 부르는 모습을 넣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가수 에일리가 공룡 인형을 배경 삼아 삽입곡 '파란 봄'을 부르는 모습을 넣어 웃음을 자아냈다. ⓒ MBC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열혈 마니아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기존 예능 이상의 흥미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주어진 상황 및 환경을 놓고 다양한 미션을 해결하면서 주인공을 키워나가야 하는 롤플레잉게임(RPG)에 친숙한 젊은 게임 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아프리카TV BJ의 상상 밖 B급 유머를 선호하는 이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워 하고 있다.

방송 심의 규정을 넘지 않는 선에서 등장하는 각종 드립성 자막과 등장 인물들의 어설픈 발연기가 난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존 TV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기상천외한 장면들이 재밌다는 반응이다.

특히 24일 방영된 4회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OST 삽입곡 '파란 봄' 뮤직비디오는 박진경+이재석 PD의 발칙한 도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누가봐도 공룡 인형을 뒤집어 쓴 다수의 엑스트라들을 뒤에 두고 천연덕스럽게 열창하는 가수 에일리의 모습으로 채워진 이 뮤직비디오는 <두니아>가 지향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실제 공식 뮤직비디오에선 해당 장면은 제외됨 - 기자 말).

2% 시청률 프로의 도전 정신을 배워라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 MBC


현재 시청률만 놓고 보자면 분명 <두니아>의 성적은 낙제점이다. 그런데 발칙한 시도만큼은 100%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상파 예능이 하지 않았던, 감히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방식을 프로그램 속에 녹여내는 신선한 발상은 설령 <두니아>가 실패하더라도 향후 또 다른 프로그램 기획의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설프게 다수의 시청자를 택하느니 차라리 열혈 마니아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 이른바 '타깃팅'이 중요해진 요즘 시청환경을 감안하면 <두니아>는 현재 지상파 예능이 어떻게 해야 살아 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스스로를 실험대에 올려 놓은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의 시도가 실패할 지라도 이런 식의 과감한 도전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공룡 멸종 위기와 다를 바 없는 요즘 지상파 예능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지난 24일 방영된 MBC <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 MBC


현재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두니아> 속 공룡처럼 한순간에 멸종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각종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 및 모바일 예능, 넷플릭스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들은 해를 거듭할 수록 색다르면서 신선한 구성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면 지상파는 어떠한가? 당장 일요일 오후 5~8시 이내 방영되는 프로그램 중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1박2일> 단 한 개 뿐이다. 그나마도 최근 들어선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에 놓였다.

<복면가왕> < 슈퍼맨이 돌아왔다 >에 대한 반응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새로운 가왕이 누가 되었는지, 어느 집 꼬마 아이가 어떤 재롱을 부렸는지는 더 이상 큰 화제를 몰고 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동일한 형식이 그저 고민 없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존 TV 대신 새로운 매체로의 시청자 유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새 것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제작으론 더 이상 새로운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봐왔던 뻔한 방식의 예능들이 여전히 지상파 채널에선 '파일럿'의 탈을 쓰고 새 프로그램인 척 등장한다. 계속 이대로 가면 지상파 예능의 미래는 더 이상 기약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두니아 예능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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