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란드 2018 남자배구 네이션스 리그 경기 장면 (폴란드, 2018.5.25)

한국-폴란드 2018 남자배구 네이션스 리그 경기 장면 (폴란드, 2018.5.25) ⓒ 국제배구연맹


한국 남자배구가 내년도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아래 네이션스 리그)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2018 네이션스 리그에서 도전 팀 중 최하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24일 불가리아와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현재, 1승 13패로 16개 참가국 전체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션스 잔류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승강 플레이오프(PO)'마저 국제배구연맹(FIVB)이 최근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강등이 확정됐다.

FIVB가 네이션스 리그 개막 직전까지 정한 대회 방식에 따르면, 남녀 모두 16개 출전국 중 12개국은 핵심(core) 팀으로 분류돼 2024년까지 순위와 상관없이 네이션스 리그 참가가 보장된다. 반면 4개국은 도전(challenger) 팀으로 분류된다. 도전 팀 중 순위가 가장 낮는 국가는 챌린저컵 우승 국가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년도 네이션스 리그 잔류 또는 강등이 결정되도록 했다.

한국의 경우 여자배구는 핵심 팀으로, 남자배구는 도전 팀으로 분류됐다. 때문에 여자배구 대표팀은 전체 순위에서 최하위를 하더라도 2024년까지 네이션스 리그 참가가 보장돼 있다. 여자배구 도전 팀은 도미니카,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다.

남자배구는 네이션스 리그에 참가하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만 도전 팀으로 분류됐다. 남자배구 도전 팀은 캐나다(세계랭킹 6위), 불가리아(14위), 호주(16위), 한국(21위)이다. 반면 이란(8위), 일본(12위), 중국(20위)은 모두 핵심 팀에 포함됐다.

FIVB, 승강 PO 치를 여건 안돼 '삭제'

그러나 FIVB는 최근 격론 끝에 '승강 PO'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도전 팀 중 최하위는 곧바로 다음 년도 네이션스 리그에서 제외되고, 그 자리에 챌린저컵 우승 팀이 직행하도록 방침을 바꾸었다.

이유는 승강 PO를 치를 여건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한 FIVB 경기위원회 위원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네이션스 리그를 모두 마치고 나면 바로 다음 년도 출전국이 결정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승강 PO를 치르기 위해서는 경기 방식과 장소, 마케팅, 중계 방송사 결정 등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일정과 여건 등을 감안할 때 네이션스 리그 종료 시기와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FIVB가 승강 PO를 다 준비해서 대회를 개최하기도 어렵다"며 "여러 번 논의 끝에 심플하게 도전 팀 중 최하위는 바로 강등시키고, 챌린저컵 우승 팀을 승격시키는 걸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 남자배구는 내년도 네이션스 리그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승강 PO 제도가 그대로 있었다면, 네이션스 리그 잔류에 희망을 걸 수 있었다.

현재 남자배구 챌린저컵이 포르투갈에서 진행 중이다. 포르투갈과 체코가 24일 결승전을 치른다. 당초 방식대로라면 두 팀의 승자가 한국과 네이션스 리그 승강 PO를 치르게 돼 있었다. 두 팀의 전력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 등으로 볼 때 한국이 해볼 만한 승부였다.

'세계랭킹 걸린 국제대회 소홀' 대가 혹독

한국 남자배구가 네이션스 리그 강등이 확정되면서 2019년에는 세계 강호들이 출전하는 주요 국제대회에 단 한 곳도 출전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국제무대에서 갈수록 추락하는 한국 남자배구가 세계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계 강호들과 직접 맞대결하는 게 최선이다. 그 점은 이번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연패를 거듭하면서 한국 남자배구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이,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해졌다. 스피드 배구, 장신화, 서브 강화 없이는 국제무대에서 더 이상 명함도 내밀 수 없다는 걸 재확인했다. 특히 센터진의 신장이 세계에서 가장 낮고, 블로킹과 속공에서도 심각한 격차가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가능성도 일부 발견했다. 공격수들이 적당히 공격해서는 통하지 않자, 빠르고 강력한 스윙을 하면서 이전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뭔가 해볼 만하니 또다시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네이션스 리그 강등이 확정되면서 내년에는 세계 강호들과 맞대결할 기회가 없다. 특히 여자배구와 달리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올림픽 세계예선전도 나가지 못한다.

이 모든 원인의 핵심은 한국 남자배구가 세계랭킹 점수가 걸린 주요 국제대회를 소홀히 하고, 아시아권 대회에 연연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남자배구가 네이션스 리그 도전 팀으로 분류된 것도, 도쿄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조차 할 수도 없는 것도 결국 세계랭킹 점수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 또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선수, 남자 프로구단, 대한민국배구협회 모두의 합작품이자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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