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손흥민 황희찬,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손흥민과 황희찬(11)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1대2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 [월드컵] 손흥민 황희찬,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손흥민과 황희찬(11)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1대2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전 전패. 이미 경기는 끝났고 지금 와서 결과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멕시코전처럼 경기를 운영했다면 어땠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은 신태용호의 조별리그 두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플랜 A' 4-4-2, 멕시코 상대로 경쟁력 입증했다

지금까지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플랜 A로 4-4-2 포메이션을 가다듬었다. 한 가지 전술만 고집할 수 없었던 탓에 간간히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4-3-3을 가동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포메이션을 월드컵 첫 경기에 들고 나온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0-1로 패하면서 실패한 전략이었다. 

이번 멕시코전에서는 4-4-2를 가동했다. 물론 약간의 변칙적인 선수 기용은 있었다. 이재성을 손흥민과 함께 투톱으로 배치했고, 문선민과 황희찬을 측면 윙어로 선발 출전시켰다. 주세종 역시 예상을 깨고 기성용과 허리에서 호흡을 맞췄다. 사실상 변칙적인 4-1-4-1을 혼용했는데, 이재성은 수비 상황에서 미드필드까지 적극적으로 내려오며 멕시코와의 중원 경쟁에서 숫자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4-4-2에 대한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와 적응력이 높았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평가전은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2-1승)이었다. 이날 멕시코전은 콜롬비아와의 평가전과 제법 흡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경기였다.

강도 높은 압박과 터프한 플레이로 상대 공격의 리듬을 적절하게 끊었다. 고요한이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향해 위험수위가 높은 파울을 시도하며 괴롭혔듯 이날 경기에서도 이르빙 로사노를 오른쪽 풀백 이용이 거친 플레이로 응수했다. 다소 위축된 로사노는 왼쪽 측면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월드컵] 손흥민 '들어가라!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멕시코 엑토르 모레노를 피해 슛하고 있다.

▲ [월드컵] 손흥민 '들어가라!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멕시코 엑토르 모레노를 피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본적으로 볼 점유율은 포기했다. 하지만 촘촘하게 수비와 공격 라인을 좁히면서 공간을 줄였고, 상대의 빌드업과 전진패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한 뒤 빠르게 카운터 어택으로 전환했다. 한국이 월드컵 같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이었다.

최전방에서 수비 뒷 공간을 파고 들며 스스로 슈팅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손흥민의 존재감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4-4-2 카운터 어택 전술을 펼치기 어려웠다. 마지막 세밀함이 부족했으나 손흥민과 황희찬은 지속적으로 멕시코의 배후 공간을 침투하는 등 위협을 가했다.

전반 중반까지 한국의 경기력은 충분히 호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전반 25분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카를로스 벨라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준 것이 한탄스러웠다.

그럼에도 한국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추스른 뒤 우리만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1-2로 패했지만 슈팅수에서 17-13으로 앞설 만큼 많은 기회를 생산했다. 또,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중거리포를 꽂아넣으며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렸다.

스웨덴전 왜 이렇게 못했나, '트릭' 함정에 스스로 빠진 신태용호

손흥민, '스웨덴 수비 비켜!'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2018.6.18

▲ 손흥민, '스웨덴 수비 비켜!'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축구는 상대적인 경기다. 상대팀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상대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1차전 스웨덴전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초점은 스웨덴전에 맞춰져 있었다. 심지어 신태용 감독은 한국의 전략 노출을 감추기 위해 평가전에서 지속적인 실험과 변칙 전술을 반복했다. 플랜 A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는커녕 상대팀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스웨덴은 실질적으로 4-4-2 전술 한 가지뿐이다. 베스트 11도 뚜렷한 변화가 없다. 두 줄 수비를 통해 블록을 두텁게 형성하고, 수비에 치중한다. 공격에서는 롱패스를 주로 구사하는데 지공 상황에서는 에밀 포르스베리를 거쳐가는 전개 말고는 별다른 공격 루트가 없다. 스웨덴은 느리고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뚜렷하다.

이러한 팀을 상대로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기본 전략이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4-3-3을 내세웠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최전방에 내세웠다. 그러나 역습 상황에서 김신욱은 효용가치가 떨어졌다. 손흥민 혼자 70m 단독 드리블로 득점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항상 느린 템포로 일관하는 구자철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도 실패였다.

미드필드를 생략한 채 피지컬이 좋은 스웨덴을 맞아 롱패스로 응수한 역시 패착이었다. 김신욱은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동료들이 세컨볼을 따내지 못하며 줄곧 점유율을 내줬다. 적어도 멕시코전과 같은 플레이를 스웨덴전에서 시도했다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속도전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안정환 MBC 해설 위원은 한국과 멕시코 경기 중계 도중 "월드컵에서는 한 경기의 실패가 탈락으로 이어집니다"라며 "왜 스웨덴전에 이렇게 (하지) 못했나요"라고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우리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극대화했다면 어땠을까. 이미 지난 경기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스웨덴전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신태용호 한국 멕시코 스웨덴 손흥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