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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회담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회담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북미 정상회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에도 정상회담 성사 직전까지 갔다 무산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위기를 뚫고 예정대로 싱가포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두 손은 맞잡고 4개 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소득 없다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미국내 여론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오랫동안 북한을 취재해온 SBS 안정식 기자를 19일 광화문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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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 정상이 만나서 정상회담을 하고 합의문에 서명한 작업 자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죠. 그리고 북미 관계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죠. 다만 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국무장관도 이른바 CVID라고 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미국의 유일한 목표고 과거 정부처럼 비핵화 협상은 안 하겠다는 식으로 기대를 엄청 높였거든요. 그러나 막상 비핵화를 실현하고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원칙적 수준의 합의문만 나오다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움이나 실망감이 다소 있었던 거 같아요."

- 트럼프 대통령 목표가 CVID였지만 안 된 건가요? 아니면 대외적으로 CVID가 목표인 것처럼 했던 걸까요?
"트럼프 정부가 작년과 올해를 거쳐 오면서 그동안 공언해 온대로 이전 정부가 못한 방식의 확실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어찌 보면 자신감 있고, 어찌 보면 상당히 무모할 정도로 접근했다고 봐요. 그러나 막상 현실로 들어가 북한과 협상해 보니 이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걸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고 실제 정상회담까지 가는 과정이 길지 않았잖아요. 짧은 기간 안에 회담을 하려다 보니 시간이 부족한 거죠.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적당한 수준의 성과를 가지고 미국 국내적으로 세일즈할 필요도 있었죠. 올 11월 중간 선거가 있잖아요. 그리고 노벨상 후보라는 말이 나오니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뭔가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거죠. 그러나 협상을 하니 거기까진 안 와있고, 그렇다면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어느 선에서 타협할 거냐는 문제인데, 일단 첫 번째 만남에서는 북미 정상 간에 소통하고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정상 간 교감을 바탕으로 차후 일을 해나가자는 쪽으로 일차적 타협을 한 거 같아요."

- 신뢰는 쌓인 걸까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끝나고 나서 미국으로 돌아간 후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고 했잖아요, 전화번호도 줬다고 했고. 그런 거로 볼 때 만나기 전과 비교해보면 어쨌든 하루 만나서 회담하고 어쨌든 관계를 맺음으로써 일정 부분의 신뢰는 쌓였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딱 한 번 만난 것이고, 북미 정상이 그걸로 인해서 진지한 신뢰를 쌓았다고 보기엔 어려울 거 같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중요하겠죠.

또 하나는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서 마주 앉은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양 정상이 쌓았다는 신뢰 관계는 가변적인 것이고, 그 신뢰 관계가 계속 잘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어느 시점에서 변할지는 가봐야 알 거 같아요."

-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어요?
"두 정상이 처음 만났을 때죠. 북한과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반도 분단 이후에 한국전쟁에서 총부리를 두고 전쟁했고 그 뒤로도 적대관계였잖아요. 보셨겠지만 성조기와 인공기가 있는 배경 앞에서 두 사람이 만나 악수하고 사진 찍은 자체가 상징적인 장면이죠. 가장 잊힐 수 없는 장면일 것이고 회담이 끝난 후 서명을 하고 교환하고 악수했잖아요.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칭찬한 것도 다소 예상외의 장면이었습니다."

- 11일 밤에는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깜짝 나들이가 있었어요. 거기서 김 위원장이 셀카를 찍기도 했잖아요.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를 모델로 북한 경제 성장을 이끌려 하는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던데.
"그랬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아주 단순하게 보면, 모든 행위에 정치적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싱가포르에 이틀 전 왔고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총리도 오자마자 만났잖아요. 둘째 날 호텔 방에 박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거든요. 싱가포르는 낮에 무지 덥거든요. 어쨌든 하루종일 방에 있었는데 싱가포르까지 와서 주요 장소는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요?

두 번째는 회담 전날까지 실무회담이 계속됐지만 합의문 나온 결과를 보면 결국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상당 부분 수용한 것 같은데, 김 위원장이 실무회담 결과를 어느 정도 보고 받고 이 정도면 정상회담이 괜찮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회담에 자신 있다는 측면도 보여준 면이 있다고 봅니다."

-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는데요.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북한에 미국은 철천지원수란 말이죠. 물론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철천지원수인 미제의 수괴와 만나 회담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까지는 아니더라도 거부하는 분위기가 있었겠죠. 그러나 김 위원장 입장이 그런 걸 누르고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보겠다는 측면에서의 결단은 있었을 거 같습니다.

물론 그게 북한이 정말 완전한 100% 비핵화를 하는 쪽으로 갈 것이냐는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관측하기엔 어느 정도 핵무기는 남겨둔 상태에서 관계 개선을 하고 싶겠죠. 그러나 김 위원장 입장에선 어쨌든 기존과는 다르게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외국 자본도 받아들이고 기존과 다른 형태의 발전을 하고 싶다는 욕구도 분명히 있을 거 같아요."

- 그걸 미국이 용납할까요?
"미국은 그동안 CVID 쉽게 말해서 북한 전역을 뒤져서 북한 핵을 빼내겠다는 걸 주장했잖아요. 근데 현실적으로 들어가면 북한 핵을 다 수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냐면 그 수많은 지하시설에 어디 뭘 넣어놓았는지 어떻게 찾아서 핵무기 제거를 하겠어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미국이 CVID씩의 비핵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수준에 가서는 정치적 타협일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정치적 타협은 뭐냐면 북한이 나름대로 성의를 가지고 핵시설 폐쇄하고 감춰져 있는 핵 관련 시설이나 ICBM 등을 성의껏 폐기하면, 미국은 '이 정도까지 북한이 한 걸 보면 믿을 만한 것 같다'는 선상에서 타협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 북미 정상 합의문을 보면 추상적인 원칙만 합의됐잖아요.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 의심 시설에 대한 특별 사찰이라든지 핵시설 폐쇄, 핵물질, ICBM, 핵탄두의 폐기 내지 해외 반출 등은 하나도 합의가 안 됐다는 말이죠. 이 선상에서 추가 협상을 통해서 합의해가야 할 텐데, 미국이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미국이 원하는 걸 다 보고 원하는 걸 다 가져가야 한다고 협상의 전략을 세우면 타협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어느 정도 상징적인 비핵화 조치를 수용하면서 북미 관계에 무게중심을 더 두고 그걸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간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잘 되지 않아 종전 선언까지 가지 못한 것"

-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잖아요. 중국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중국 때문으로 안 봐요. 종전 선언 이야기가 한참 나오다가 북미 정상회담 전(前)주 중반을 지나가면서부터 청와대에서도 종전 선언이 어려울 거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 얘기는 뭐냐면, 북미 간 협의가 종전선언이 가능할 만큼 진행되지 않다는 뜻인 거죠.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가능하려면 북미 간 실무회담이 잘 돼야 했습니다. 합의문이 이번에 나온 것보다는 구체적으로 나와야 미국 입장에서도 종전 선언을 할 수 있어요. 만약 북미 간 구체적으로 합의한 게 별로 없는 데 종전 선언만 한다면 미국 국내적으로 더 비판을 받겠죠.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前)주 중반을 넘어가며 보니까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이 성과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도 이번 싱가포르 회담 합의 수준이 높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종전선언 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거 같고 그 기류가 우리 정부에게도 전달이 됐겠죠. 저는 북미 간 실무협상이 아주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전 선언까지 가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 단독회담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 역사적인 북-미 정상 단독회담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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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언제쯤 종전선언이 가능할까요?
"종전선언은 앞으로 계속 열려 있는 건데 북미가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잖아요. 후속 협상에서 조금 더 발전된 합의가 나와야겠죠. 제가 종전선언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 건,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풍계리도 폭파시키고 미국인 억류자 3명도 풀어주는 조치를 했기 때문에 미국도 뭔가 조치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잖아요. 근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걸 보면, 그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종전선언 그리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 같은 것을 생각하는 거 같아요. 왜냐면 종전선언은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거잖아요. 한미 훈련은 그냥 안 하면 됩니다. 미국이 추가로 돈 드는 게 없다는 거죠. 그 정도는 미국이 부담 가질 것 없이 해줄 수 있는 카드기 때문에, 북한이 조금 더 전향적으로 나오고 후속 협의가 잘되는 쪽으로 가면 미국이 해줄 수 있는 카드로서 종전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보여요."

- 이후에도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거 같아요. 양국 정상이 평양과 백악관에 상대를 초청했잖아요. 김 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이 현실화 할 수 있을까요?
"그 부분은 결국 북미 간 후속 협의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지금은 원칙만 합의된 거잖아요. 북미 간 후속 협의가 잘되면 둘 다 가능할 수 있겠죠. 일단 단기적으로는 정상회담의 동력이 있기 때문에 후속 협의가 그럭저럭 잘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11월 중간선거까지는 미국도 이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야 할 국내정치적인 수요도 있어서 올해까지는 그럭저럭 잘 흘러가지 않을까 싶고, 그렇게 본다면 둘 다는 몰라도 하나 정도는 가능할 수 있지 않나 해요. 하나 정도만 언급한 것은 시간 때문이에요."

- 그럼 주목할 포인트는 뭔가요?

"이번 회담은 역사적이지만 원론 부분만 합의가 됐기 때문에 후속 회담에서 이뤄가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그게 올해까지는 그럭저럭 흘러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북미 정상이 만나서 어느 정도 신뢰를 구축한 동력도 있고 미국 입장에서 중간선거까지는 이 회담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측면도 있어요. 그러니 올해 말 내년 초 즈음 고비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북미 간 후속 협의를 통해 비핵화 협상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뭔가 우여곡절이 있을 거거든요. 쭉 잘 나가진 않을 거고 우여곡절이 있을 텐데 그게 중간 선거 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이 고비를 잘 넘어갈 수 있느냐가 이번에 확보된 남북미 단계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 선거 후 다라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일차적으로 중간선거 말씀드렸지만 북미 간 잘만 되어서 내후년까지 이 국면을 이어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의 주요한 업적으로 선전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잘 되는 거죠. 근데 거기까지 가려면 너무 많은 기간이 남아 있어요. 일단 급한 중간선거라는 불을 끄고 나면 그때부터는 미국 목소리가 더 강경해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변동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 입장에서 보더라도 지금의 트럼프 정부를 믿고 비핵화를 다 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도 워낙 가변적이라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잖아요."

- 북미 정상회담이 이후 남북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일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관계 개선에 합의해서 후속 회담을 이어가는 국면이기 때문에 우리 남북관계가 발전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남북관계가 여러 분야에서 관계 개선에 동력을 가지고 움직일 수는 있을 거 같아요. 다만 남북관계가 본질적으로 잘 되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예전에 했던 걸 다시 해야잖아요. 그럼 제재가 풀리는 국면까지 가야 하는 데 제재가 풀리려면 비핵화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죠. "

- 가을에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하기로 했는데 거기에선 어떤 걸 기대할 수 있을까요?
"남북관계라는 건 북미 관계에 종속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가을 남북 정상회담 하기 전까지 북미 간 후속 협상에서 비핵화라든지 관계개선에서 좀 더 진전이 이뤄지고 제재가 풀릴 수 있는 단계까지 간다라면 가을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부터 경협 부분의 이야기가 논의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때까지 UN 제재가 안 풀린 상태라면, 예술단이 오가고 스포츠 교류 등 인적 교류에다가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남북이 합심해서 북미 회담 동력을 추동하는 정도의 회담일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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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