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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 야적장에 쌓여 있는 1700여 개의 라돈 이상 검출 침대 매트리스
 충남 당진에 야적장에 쌓여 있는 1700여 개의 라돈 이상 검출 침대 매트리스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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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새벽부터 라돈 침대를 실은 차량이 연이어 들어왔다. 당진시가 라돈 침대가 반입된다는 내용을 들은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일이다. 당진시는 바로 인근 주민들에게이 사실을 알렸지만 이미 동부당진항만 야적장에는 1만6900개에 이르는 라돈 침대가 수북히 쌓인 상황이었다.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주민들은 이튿날인 일요일 아침부터 야적장 앞으로 모였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침대를 실은 차들이 연이어 들어왔고 70여 명의 주민들은 맨 몸으로 막아서며 저지했다. 어기구 국회의원과 김홍장 시장이 현장에 방문해 라돈 침대 유입에 항의하며 관계자에게 항의했다.

또한 곳곳에 '사람 죽이는 라돈 침대 반입 결사반대', '주민 몰래 들여 놓은 생명 위협 방사능 라돈침대 즉시 반출하라'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민의 완강한 저지에 추가적으로 반입할 예정이었던 7000여 개의 침대는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이를 실은 200여 대의 차량이 돌아갔다.

우회한 차를 보고도 주민들은 안심할 수 없어 무더위가 내리쬐는 날에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천막 아래서 농성을 이어갔다. 주민들은 "우리 지역에 더 이상의 환경오염은 안 된다"며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농사일마저 제쳐둔 채 야적장 앞을 지켰다.

한 주민은 "라돈 침대가 들어온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가뜩이나 미세먼지 등 온갖 공해 때문에 죽겠는데 방사능에 피폭된 라돈 침대까지 들어온다니 지역에 너무한 처사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19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강정기 원자력안전위원장이 당진을 방문했다.
 지난 19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강정기 원자력안전위원장이 당진을 방문했다.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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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원안위 방문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지난 19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홍남기 실장은 "주민에 의견을 묻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덧붙여 "신속한 해체가 우선이라 생각한다"며 "작업은 5일 안에 마칠 수 있다"면서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어 "작업 인력을 투입해 당진에 야적돼 있는 라돈 침대를 5일 안에 해체하겠다"며 "준비 기간 이틀, 작업 후 정리 기간 이틀까지 포함해 총 9일 안에 모든 일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당진에서 절대 해체 작업이 이뤄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된 주민 항의가 이어졌고 홍 실장 및 관계자는 라돈 침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며 포장된 매트리스를 직접 만지던 홍 실장은 "이번 해체 작업이 진행되는 5일 동안 최대한 당진에서 함께 작업하겠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은 "설득하지 말라"며 다그쳤다.
라돈 이상 검출 침대 매트리스로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라돈 이상 검출 침대 매트리스로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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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설득 무산

당진항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겨 주민 대표단과 관계자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도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신속히 작업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으나 상록초등학교 배정화 자모회장은 "작업장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면서 "이곳에서 작업하는 것은 학부모 대표로서 결단코 반대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어기구 국회의원 역시 "당진은 화력발전소와 제철소로 인해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번 처사는 당진시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송악읍개발위원장 또한 "국무조정실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오늘 설득하러 온 것은 주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절대 당진에서 라돈 침대를 해체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정부가 대진침대 본사와 협의해 침대를 이송해 달라"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당진시와 시민이 나서 오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라돈 이상 검출 침대 매트리스 현장을 방문한 모습
 라돈 이상 검출 침대 매트리스 현장을 방문한 모습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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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포장 작업 실시

다음날인 20일 충남도에서 예비비를 투입해 비닐 포장 작업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사능을 측정했다. 원안위 측에 따르면 "방사선량이 전국 평균 이상으로 검출되지 않았다"며 "침대 가까이에서 측정해도 먼 곳에서 측정한 것과 유사한 값이 나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TJB와 MBN, 채널A 등 전국 방송사를 비롯한 취재진들이 나와 있었으며, 원안위는 방송사가 요구하는 대로 방사선을 측정하는 모션까지 취하며 취재에 적극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바라보던 주민들은 "어차피 당진에서 해체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데 방사선 측정은 왜 하는 것이냐"며 "하늘을 손으로 가리려 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대진침대 측과 면담

같은 날 오후, 주민 대표단은 대진 침대 본사를 찾아 면담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대진침대 본사 측에서는 "당진에서 해체 작업을 실시하지 않겠다"면서 "대신 당진의 물량을 이송하는데 걸리는 시간 15일, 그리고 야적 장소를 물색할 수 있는 5일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대표단은 지난 21일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들로부터 대진침대 측의 제안에 대해 승인을 받았으며, 법적이행각서를 만들어 국무조정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당진, #대진, #라돈, #침대, #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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