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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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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한항공 노조원의 준법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회사의 안전불감증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김국현)는 21일 최대 비행근무시간보다 초과 근무를 할 수 없다며 비행을 거부한 박아무개 대한항공 기장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박 기장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판결문에서 "대한항공은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을 준수하여 비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현 대한항공의 비행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해당 기장이) 비행을 거부한 것은 노조의 쟁의행위 또는 대한항공 인천-마닐라 노선이 단체협약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라며 노조원이었던 박 기장의 쟁의행위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전경.
 최근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는 25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의 전경.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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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박 기장은 2016년 2월 21일 오전 7시 44분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하는 KE621편 기장으로 배정됐다. 해당 항공편은 예상 도착 시간보다 24분 늦은 오전 11시 24분경 마닐라에 도착했다.

박 기장은 같은 날 오후 10시 35분 다시 마닐라를 출발해 인천에 도착하는 KE624편의 기장으로 배정됐다. 비행 1시간 여 전 회사 시스템을 통해 왕복 비행근무시간을 점검한 박 기장은 총 비행근무시간이 '12시간 4분'임을 확인했고,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에 연락해 비행을 거부했다. 대한항공 단체협약에 따르면, 운항승무원은 연속되는 24시간 내에 12시간 이상 비행근무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대한항공은 비행을 거부한 박 기장을 대기발령한 뒤 2016년 3월 7일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를 개최, 3월 11일부로 박 기장을 파면했다. 그러면서 박 기장이 비행 전 진행되는 운항브리핑 시간을 고의로 늘렸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통상 25분 걸리는 운항브리핑을 1시간 동안 진행했다는 것이다. 파면은 대한항공 취업규칙에 명시된 9개 징계 중 최고 수위다.

박 기장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교육선전실장이었는데, 당시 노조에선 "출근 시간에 맞춰 운항브리핑을 정시에 시작한다"는 내용의 '투쟁명령 1호'를 발표한 상황이었다. 박 기장은 이에 따라 "규정대로 운항브리핑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칙대로 운항브리핑을 진행하면 1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회사는 25분 안에 진행하도록 요구해왔다"라며 "이 때문에 투쟁명령 1호가 발표되기 전에는 운항브리핑을 정시가 아닌 보다 빠른 시각에 시작했었다"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항공기가 마닐라에 지연 도착한 데에는 인천에서 활주로가 변경된 탓도 있었다. 당시 오전 8시 13분 항공교통관제에서 항공기 출발 허가를 내렸으나 활주로가 갑작스레 변경돼 결국 오전 8시 44분 이륙할 수 있었다.

법원은 박 기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박 기장이 운항브리핑을 약 1시간 동안 진행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해고사유라 할 수 없다"라며 "운항브리핑 시간도 단순 계산한 25분이라는 시간에 구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박 기장이 운항브리핑을 약 1시간 동안 실시했다고 하더라도 고의적으로 운항브리핑 시간을 늦췄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라며 "출국 비행편 지연이 전적으로 원고의 긴 운항브리핑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판결문 검토 중... 항소 여부 아직 안 나와"
 최근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는 25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의 전경.
 최근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는 25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의 전경.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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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 회사 측이 설정해놓은 비행근무시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 ▲ 노조가 그것에 항의하는 쟁의행의가 보호돼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 설정해놓은 인천-마닐라 비행근무시간은 11시간 45분이다. 단체협약에 적시된 24시간 내 최대근무시간인 12시간과는 불과 15분 차이다. 법원은 "인천과 마닐라를 오가는 대한항공 비행 노선은 계획된 비행근무시간이 총 11시간 45분으로, 항공교통 지연만으로도 15분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대한항공은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을 준수하여 비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박 기장이 비행을 거부한 것은 노조의 쟁의행위 또는 대한항공 인천-마닐라 노선이 단체협약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라며 "서울남부지방법원이 2016년 4월 14일 (대한항공이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던 이상, 쟁의행위는 보호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대한항공이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박 기장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법원은 해당 기간 동안 체결된 임금 교섭 결과와 박 기장이 다른 항공사에 근무한 기간 등을 고려해, 2016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총 2억5533만4885원, 이후부터 복직까지 월 1508만5882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기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며 "가능한 빨리 본업인 비행에 복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법무실에서 (판결문을) 검토 중"이라며 "항소 여부 등 추후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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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