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이야'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러시아의 아르템 주바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3-0이야'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러시아의 아르템 주바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고 있다. 전체 조별리그 48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23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벌써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팀이 4팀이나 나왔다. A조의 러시아, 우루과이, C조의 프랑스, D조의 크로아티아가 각각 2승으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반면 A조의 사우디와 이집트, B조의 모로코, C조의 페루 등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기도 전에 2패로 벌써 탈락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다.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는 실리 축구 트렌드

러시아 월드컵의 대세는 실리축구다. 현재까지 월드컵 조별리그 23경기에서 총 51골이 터지며 경기당 2.21골을 기록중이다. 현재 페이스를 48경기로 환산하면 약 106골 정도가 나온다. 역대 최악의 골가뭄을 기록했던 1990년 이탈리아 대회(2.21골)와 비슷한 페이스로 많은 골이 나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는 경기당 평균 2.67골(171골)을 기록했으며 특히 조별리그로만 국한하면 2.83골이 터지는 공격축구가 펼쳐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회는 골이 확연히 줄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경우, 각 팀의 전력차가 줄어든 데다 수비에 무게를 둔 신중한 경기운영을 추구하며 양팀이 화끈하게 치고받는 '닥공' 스타일의 경기가 줄어든 것도 득점력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23경기중 절반이 넘는 14경기가 박빙의 '1골 차 승부'였다. 가장 많이 나온 스코어는 역시 1-0으로 무려 10경기나 된다. 패한 팀이 무득점에 그친 경기도 총 14차례나 나왔다. 반면 점수차가 2골 차 이상 벌어진 경기는 총 5차례에 불과하다.

한 경기에서 양팀 합계 가장 많은 골이 터진 경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B조 1차전(3-3)으로 무려 6골이 터졌다. 두 팀이 동시에 2골 이상을 터뜨린 것도 이 경기가 유일하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A조 개막전(5-0)이 5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팀은 개최국 러시아로 2경기에서 벌써 8골을 터뜨렸고, 반대로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한 팀은 탈락한 사우디로 6골을 내주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골은 그리 많이 터지지 않았는데 비해 특이하게도 양팀 모두 무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아직까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0-0 경기는 흔히 '축구에서 가장 재미없는 최악의 스코어'로 통한다.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가 없는 조별리그의 특성상 빈번하게 나오기 쉬운 무승부도 이번 대회에서는 아직까지 총 4경기에 불과하다. 되도록 어떻게든 승부는 가려지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저득점 경기의 지루함을 그나마 덜어준다.

또한 현재까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돋보이는 현상은 '선제골=불패' 법칙이다. 개막전 이후 23경기 연속(19승 4무)으로 선제골을 넣은 팀이 아직까지 한번도 지지 않았다. 뒤집어말하면 리드를 먼저 내주고 역전승에 성공한 팀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대회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팀이 리드를 빼앗긴 경우는 B조 1차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유일하다. 포르투갈은 선제골 포함 전반을 2-1로 앞서다가 후반 스페인에 역전을 허용했으나 다시 후반 막판에 터진 호날두의 동점골에 힘입어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끝내 패배는 면했다.

역전승 없는 월드컵, 어딘가 심심하다

 2018년 6월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D조 2경기 당시 장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이반 스트리니치와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2018년 6월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D조 2경기 당시 장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이반 스트리니치와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축구의 묘미중 하나가 역전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반전이 없는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각 팀들이 다득점보다 확실한 승점을 노리는 실리적인 경기운영을 추구하면서 발생한 장면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강팀들도 선제골을 넣으면 무리한 공격을 추구하기보다 안전하게 지키는데 더 중점을 둔 경기운영을 펼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골든부츠(득점왕) 경쟁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앞서가고 있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에서만 4골을 기록하며 단독 득점선두에 올라있다. 현재까지 포르투갈이 기록한 모든 득점이 호날두가 기록한 골이었다. 호날두는 역사상 4번째로 월드컵 본선 4개 대회 연속 득점을 기록한 선수에 이름을 올렸으며 월드컵 본선에서는 통산 7골을 기록중이다. 또한 푸스카스(헝가리)의 기록을 뛰어넘어 유럽 선수로는 A매치 역대 최다득점자(85골)에도 등극했다.

호날두의 뒤를 이어 디에고 코스타(스페인), 데니스 체리세프(러시아. 이상 3골), 로멜로 루카쿠(벨기에,) 헤리 케인(잉글랜드. 이상 2골) 등이 추격하고 있다. 반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토마스 뮐러(독일),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등 기대를 모았던 또다른 득점왕 후보들은 아직까지 골맛을 보지못하고 있다.

한편 이번 월드컵에서도 강팀과 약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국인 독일이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덜미를 잡히며 '월드컵 챔피언은 다음 대회에서 반드시 부진하다'는 징크스를 이어갔다.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는 1무 1패로 아예 조별리그 탈락위기에 몰렸다. 브라질도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험난한 출발을 보였다. 아예 유럽예선에서 탈락하며 본선무대조차 밟지못한 네덜란드까지 포함하면,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팀들이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모조리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두드러진다.

'월드컵 개최 대륙 징크스'에 걸맞게 유럽 대륙의 강세도 돋보인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까지 13승 5무 2패로 이번 월드컵에서 단연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벌써 16강을 확정한 4팀중 우루과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팀(러시아, 프랑스. 크로아티아)이 모두 유럽국가다.

전통적으로 유럽의 대항마로 꼽혔던 남미가 2승 2무 4패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남미는 우루과이만이 16강에 올랐지만 벌써 페루가 탈락했고 아르헨티나-브라질-콜롬비아도 모두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아프리카는 1승 5패, 아시아는 2승 1무 5패. 북중미는 1승2패를 기록중이서 유럽을 제외한 타 대륙국가들의 분발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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