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광주 2연전을 1승 1패로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안방으로 돌아갔다. 유영준 감독대행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2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터트리며 7-4로 승리했다. 전날 5-6 역전패의 충격을 하루 만에 설욕한 NC는 이날 롯데 자이언츠와 5-5로 비긴 9위 kt 위즈를 1.5경기 차이로 추격했다(27승46패).

2회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린 김성욱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외국인 타자 자비어 스크럭스는 3회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마운드에서는 두 번째 투수 이형범이 4.1이닝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낸 가운데 마지막에는 요즘 유독 NC의 기록지에서 자주 보이는 이름이 경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NC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은 이민호가 그 주인공이다.

NC가 미래의 에이스로 키운 특급 유망주

부산고 1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또래 중 최고의 재능을 인정 받은 이민호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신생팀 우선지명을 통해 NC에 입단했다. NC는 특별지명으로 뽑은 대졸좌완 노성호와 고졸우완 이민호, 그리고 2라운드 전체1 0순위로 뽑은 나성범에게 각각 3억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나성범의 경우 1차지명으로 뽑을 수 없었던 규정 때문에 NC는 여유를 갖고 나성범을 10순위에서 지명할 수 있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민호는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32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NC가 1군에 참가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무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신생팀이었던 NC는 워낙 선수층이 얇아 유망주들을 퓨처스리그부터 차근차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 덕분에 이민호는 '훈련과 같은 실전'을 통해 입단 초기부터 소중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루키시즌 10세이브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이민호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NC마운드의 '노예'로 활약했다. NC 불펜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임창민, 셋업맨 원종현, 롱맨 김진성이라는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이민호는 선발과 롱맨, 셋업맨, 마무리까지 NC가 필요한 자리마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이닝도 2014년 88이닝, 2015년 96이닝으로 늘어나며 붙박이 선발을 제외한 투수 중에선 언제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2016년 드디어 5선발로 낙점 받은 이민호는 풀타임 선발투수의 꿈에 부풀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선발로 등판한 21경기에서 단 3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포함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6.43에 그치며 선발로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 해 8월 사생활 문제로 구단 징계를 받고 선발 자리에서 물러난 이민호는 불펜 변신 후 24경기에서 3승1패2세이브3홀드2.76으로 호투하면서 NC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NC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한 이민호는 작년 시즌에도 NC의 우완 4인방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디4'의 돌격대장으로 활약했다. 비록 팀 내 불펜 최다 이닝은 89.2이닝의 김진성에게 내줬지만 김진성과의 차이는 단 1이닝 뿐이었다. 이민호는 작년 시즌 5승 1패 3세이브 6홀드 ERA 4.06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NC를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마무리 전환 후 7G 비자책, 드디어 찾은 적성

이민호의 연투능력과 이닝소화능력은 어느새 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 됐고 작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회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됐다(하지만 정작 대회에서는 두 번의 한일전에서 모두 실점하며 부진했다). NC마운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는 전천후 투수 이민호가 작년보다 17.5%가 인상된 1억8800만원에 올해 연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썩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이민호는 올 시즌에도 '단디4'의 멤버로 NC 불펜의 핵심 선수로 활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무리 임창민이 시즌 개막 8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고 작년 불펜 투수로 10승을 올린 김진성도 5월까지 1승2패2홀드15.75로 무너졌다. 그렇다고 선발진이 유기적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단디4'의 등판 간격도 계획에 어긋나기 일쑤였다.

결국 NC는 불펜진 붕괴와 함께 성적도 최하위까지 하락했고 급기야 지난 4일 김경문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급하게 NC를 이끌게 된 유영준 감독대행은 이민호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겼다. 사실 NC는 임창민의 수술이 결정된 후 사실상 마무리 투수 없이 시즌을 치러 왔기 때문에 루키 시즌 10세이브를 올렸던 이민호의 마무리 변신은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NC불펜의 마당쇠였던 이민호는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게 된 후 연일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소방수 자리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비자책 4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이민호는 6월 들어 8경기 동안 1패 4세이브 0.00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6번의 등판에서는 2개의 피안타로 4세이브를 챙겼다. 이민호는 21일 KIA전에서도 9회 3타자를 단 7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민호는 185cm 90kg의 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강속구를 가진 투수다. 게다가 최근 4년 연속 80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내구성 만큼은 확실히 보장됐다. 어린 시절부터 '전선의 한 가운데'에서 강하게 커온 터라 나이에 비해 멘탈도 강한 편이다. 어쩌면 프로 입단 후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아 방황하던(?) 이민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보직은 마무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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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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