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무법 변호사> 속 차문숙(이혜영 분) 판사는 기성의 모든 기득권을 틀어쥔 인물이다.

tvN <무법 변호사> 속 차문숙(이혜영 분) 판사는 기성의 모든 기득권을 틀어쥔 인물이다. ⓒ CJ E&M


tvN <무법 변호사> 속 가상 도시 기성은 각자의 욕망이 꿈틀대는 곳이다. 아버지 때부터 기성의 기득권을 틀어쥐어 온 차문숙(이혜영 분)은 기성에서의 영향력을 발판으로 전국구 기득권을 꿈꾼다. 그런 차문숙을 철통같이 비호하며, 떨어지는 콩고물로 부와 권력을 키워온 남순자(염혜란 분), 고인두(전진기 분), 장상익(박정학 분) 등 7인회.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차문숙의 가장 밑바닥 일을 도우며 어시장 깡패에서 대기업 사장, 기성 시장으로 성장한 안오주(최민수 분)가 있다.  

차문숙과 안오주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를 도우며 힘을 키워왔다. 하지만 성장할 만큼 성장한 그들에게 서로는 눈엣가시가 됐다. 더 큰물로 올라가려는 차문숙에게 안오주는 '수준이 맞지 않는' 수족이고, 기성 바닥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안오주에게 여전히 자신을 하찮은 깡패 심부름꾼 정도로만 여기는 차문숙은 자존심을 긁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차문숙-안오주, 누구와 닮았다

기성시 악의 중심인 차문숙과 안오주는 감옥에 있는 두 전 대통령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로 보인다. 

"내가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차문숙은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다. 기성시 향판이었던 아버지에게 권력과 기성 주민들의 지지를 물려받은 차문숙은 기성의 권력자라기보다, 왕조 시대의 공주나 여왕에 가깝다. '혈통'을 기반으로 권력을 승계받고, 기득권을 장악한 '차병호의 영애' 차문숙을 보면, 자연스럽게 '박정희의 영애'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떠오른다.

차문숙의 '문고리'를 쥐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세등등한 기성의 '비선 실세' 남순자가 딸인 강연희 검사(차정원 분)의 일에서만큼은 절절맨다는 설정 역시, 유난했던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차문숙 비호 세력이자 기성시의 모든 것을 쥔 '7인회'도 박씨의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거론되던 '원로 7인회'에서 따온 설정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16일 방송에서 차문숙 판사가 '소주병 테러'를 당하는 장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에 쐐기를 박았다. 

 누군가가 떠오르는 <무법 변호사> 속 안오주.

누군가가 떠오르는 <무법 변호사> 속 안오주. ⓒ CJ E&M


"경제를 살리겠다"를 외치며 시장에 당선된 대기업 회장 안오주는 현대그룹 사장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에게 '경제를 살려야 할 거 아이가!' 혼쭐나며 국밥을 먹는 선거 홍보 영상도 꼭 닮았다.

안오주의 선거본부장 석관동(최대훈 분)이 여론 조작을 위해 동원한 댓글 알바 100명, 일명 '백알단'은 '십알단'을 떠오르게 하고, 후보 시절에 낸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안오주의 공약 역시 닮았다. 그 공약이 '빌 공(空)'자를 쓴 공약이었다는 점까지. 물론 결과적으로 안오주는 본인의 의지와 달리, 오주그룹을 차병호 판사 재단에 기부하며 차문숙 판사에게 빼앗긴 꼴이 되었지만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장이 되고 싶다던 안오주, 대통령보다는 재벌이 되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 둘의 캐릭터 역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두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캐릭터. 과거 정부 시절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정권에 대한 용감한 풍자로 여겨졌겠지만, 두 전 대통령이 모두 감옥에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자칫 1차원적으로 만든 캐릭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은 이혜영과 최민수라는, 두 대배우를 만나 더 매력적으로,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너무 못돼먹어서 차마 응원도 할 수 없고, 동정의 여지도 없는 악역이지만, 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 못된 캐릭터에 자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얼음' 이혜영과 '불' 최민수의 조화

'무법변호사' 이혜영-최민수, 카리스마 옆에 카리스마 배우 이혜영과 최민수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새 주말드라마 <무법변호사>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무법변호사>는 법 대신 주먹을 쓰던 무법(無法) 변호사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절대 권력에 맞서며 진정한 무법(武法)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거악소탕 법정활극이다. 12일 토요일 오후 9시 첫 방송.

▲ '무법변호사' 이혜영-최민수, 카리스마 옆에 카리스마 배우 이혜영과 최민수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새 주말드라마 <무법변호사>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이혜영과 최민수는 각자가 가진 카리스마와 이미지가 분명한 배우다. 오랜 기간 여러 작품을 통해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기에, 그만큼 대중의 뇌리에 박혀있는 이미지도 깊을 수밖에 없다.

대중이 두 배우에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극과 극. 특유의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이혜영이 얼음의 카리스마라면,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데일 듯 타오르는 최민수의 카리스마는 불처럼 뜨겁다.

하지만 연기 경력만 도합 70년이 넘는 이 노련한 배우들은 서로 상극인 상대의 매력에 움츠러드는 법이 없다. 오히려 서로 팽팽히 맞붙으며 자신의 강점과 상대의 매력을 능수능란하게 극대화시킨다.

"최민수씨는 정말 놀라운 배우예요. 흔히 호흡을 맞춘다고 하는데, 최민수씨의 호흡은 남달라요. 처음 만나는 호흡에 어떨 땐 질식할 것 같고, 실제로 사레가 들리기도 했어요. 감독님에게 '우리 잘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 둘이) 맞는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물었더니, 그래서 편집이 있는 거라 하시더라고요." (이혜영, tvN <무법 변호사> 제작발표회)

"우린 몇십 년 연기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모든 것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뜻하지 않은 (감정과 표정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필요합니다." (최민수, tvN <무법 변호사> 제작발표회)

서로의 연기 내공에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호흡. <무법 변호사> 김진민 감독 역시 "두 선배님의 엄청난 카리스마와 앙상블은 제가 감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연출자인) 제가 상상할 수도 없는 부분을 만들어 보여주신다. 악역의 배리에이션(변화)가 너무 좋다"고 감탄했다.

대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무법 변호사>가 선사한 즐거움

 <무법 변호사>의 한 장면

<무법 변호사>의 한 장면 ⓒ tvN


최근 <무법 변호사>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뒤 내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봉상필(이준기 분)에게 복수의 대상을 명확하게 알려준 의문의 수첩 제공자가 차문숙이었다는 사실을 그렸다. 이는 봉상필이 기성에 내려와 복수를 위해 행한 모든 일들이, 차문숙이 그린 큰 그림의 일부였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차문숙이 안오주를 기성 시장에 앉힌 것도, 안오주의 오주 그룹을 빼앗고, 선거 과정에서 저지른 비리를 손에 쥐고 그를 몰락시키려는 계략이었다.

아직 안오주는 차문숙의 그림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내내 차문숙 발밑에 엎드려 저자세를 취하던 안오주는 차문숙이 자신을 향해 칼날을 겨누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격분해 날뛰고 있다. 내내 표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둘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품 있고 우아한 말투 속에 더러운 욕망을 감춘 차문숙과, 악랄하고 저급한 태도 속에 뱀 같은 냉철함을 숨긴 안오주. 종영까지 단 4회만을 남겨둔 <무법 변호사>는 둘의 갈등을 극대화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연기하는 이혜영과 최민수의 연기력이 함께 끓어오르고 있음은 물론이다.

관록의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캐릭터와 작품을 만난 두 대배우. <무법 변호사>는 남은 이야기 속에서 두 배우는 또, 어떤 '미친' 연기를 보여줄까? 다가오는 <무법 변호사>와의 이별이 아쉬워지는 이유다.

무법 변호사 이혜영 최민수 차문숙 안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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