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이 어느덧 조별리그 2차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A조에서는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팀들이 생겼다. 그것도 2개국이 한꺼번에 진출을 결정짓게 되면서 A조의 조별리그 3차전은 관심 요소가 다소 줄어들게 됐다.

20일(이하 한국 시각) 열렸던 A조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는 1차전에 이어 홈 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다 득점 경기를 펼쳤다. 이집트를 3-1로 꺾은 러시아는 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소련 시절 마지막 16강 진출 기록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었다.

이어서 21일에 열렸던 또 다른 2차전에서는 우루과이가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었다. 한 조에서 2승 팀이 2팀, 2패 팀이 2팀으로 확실하게 갈리면서 A조는 남은 3차전 결과의 관계 없이 16강 진출 팀과 집으로 돌아갈 팀이 결정됐다.

대진표 작성만 남은 A조, 쉽지 않은 16강 상대들

그러나 최종 순위 결정 및 16강전 대진표 작성을 위해 16강에 진출한 러시아와 우루과이도, 짐을 싸서 집에 돌아가야 할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3차전은 치러야 한다. 한 경기는 16강전 대진표 작성을 위한 1위와 2위 결정전이 되었고 다른 한 경기는 3위와 4위를 나누는 결정전이 되었다.

다소 관심이 식을 수도 있지만, 이미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러시아와 우루과이는 3차전에서 전력을 다해야 할 이유가 있다. 16강전의 상대 팀은 B조의 1위 또는 2위인데, A조에서 2위로 진출할 경우 B조 1위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재 B조에서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이란 3개 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다.

월드컵에서 각 조의 포트1은 FIFA 랭킹 상위 7팀이 가져가고, 나머지 한 자리를 개최국이 가져간다. 러시아는 개최국 자격으로 A조의 포트1을 차지하면서 조별리그에서 세계 최상위권 팀을 만나지 않는 최고의 이익을 누렸다. 개최국 러시아와 초창기 2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우루과이(1930, 1950)로서는 조별리그에서 다소 쉬운 상대들을 만났고 무난하게 16강에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16강전 상대인 B조의 순위가 생각보다 복잡하게 됐다. 2차전까지 치른 결과 이베리아 반도의 두 라이벌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승점 4점에 같은 득점을 올리며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란이 1승 1패를 기록하며 아직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A조 팀들의 16강전 대진은 알 수 없다.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다만 16강전에서 만날 상대들이 만만치 않다.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혼자서 2경기 4득점(해트트릭 포함)하며 팀을 이끌고 있고,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광탈하긴 했지만 2010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달성한 이력이 있는 강팀이다. 이란은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전원 수비에 가담하는 이른바 '늪 축구'를 통해 모로코와 스페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월드컵에서 승리가 없었던 대한민국이 2002년 개최국으로서 4위까지 올라갔던 덕분에 월드컵 대회의 전반적인 흥행이 있었다. 소련 해체 이후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었던 러시아도 이번 월드컵 개최의 흥행을 위해서는 좀 더 큰 목표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만났듯이 러시아도 16강 상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을 맞이했다.

러시아와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조 1위가 되고, 패하는 팀은 조 2위가 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루과이가 무승부를 기록할 경우 득점에서 앞선 러시아가 조 1위를 기록하게 된다. 2차전까지 러시아는 골득실 +7을 기록하고 있고, 우루과이는 +2를 기록하고 있다.

늪에 빠진 B조, 끝까지 알 수 없어

B조는 상위권으로 예측되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첫 경기에서 치열하게 골을 주고받은 끝에 무승부를 기록하면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암시했다. 그리고 이란과 모로코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자책골이 나오면서 이란이 행운의 승리를 가져가면서 조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포르투갈이 모로코를 1-0으로 꺾으면서 모로코는 늪에 빠진 B조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게 됐다. 스페인도 B조를 늪으로 만들었던 이란을 상대로 1-0 진땀승을 거두며 승점에서 동률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모로코를 상대로 예상했던 것보다 득점을 많이 올리지 못했고, 스페인도 이란에게 간신히 1점 차 승리를 거두면서 B조는 3차전에서 순위가 또 한 번 뒤집힐 여지가 남았다. 1승 1패를 기록한 이란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반전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조별리그 3차전은 16강 대진표를 위해 다른 경기 상황을 보고 그에 따라 경기 페이스를 조절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2경기가 동시에 열린다. 만일 동시에 열리는 2경기가 모두 무승부로 끝날 경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그대로 16강에 진출하게 되며, 이란은 승점 4점을 기록하고도 탈락하게 된다.

B조에서 2위를 하게 되면 16강전에서 조 1위 가능성이 높은 개최국 러시아를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에 3차전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각각의 경기에서 같은 점수로 무승부가 나올 경우 셈법이 복잡하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승점 5점(1승 2무), 득점과 실점에서 모두 같은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한 우선 순위 구분까지 거쳐야 한다.

동률 팀의 세밀한 우선 순위 결정, 카드도 영향 미쳐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서로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에 페어 플레이 점수까지 계산해야 한다. 페어 플레이 점수는 선수들의 경고나 퇴장에 따라 점수를 감점하는 제도인데, 옐로우 카드 1장 당 1점이 감점된다. 경고 2회 누적으로 퇴장 선수가 나왔을 경우 3점이 감점되고, 레드 카드로 즉각 퇴장될 경우 4점이 감점된다. 옐로우 카드를 받은 이후에도 판정에 항의하다가 레드 카드로 판정이 번복될 경우에는 5점이 감점된다.

일단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서로의 경기에서 각각 1장 씩의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브루느 페르난데스, 세르지오 부스케츠). 포르투갈은 모로코와의 2차전에서 아드리앵 실바가 옐로우 카드를 받았는데, 경기 종료 직전인 추가 시간에 경고를 받으면서 페어 플레이 점수에서 영향을 받을 여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이란과의 2차전에서 카드를 한 장도 받지 않은 스페인은 B조 3차전 경기가 모두 무승부로 끝날 경우 조금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개인이 대회에서 카드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 출전이 금지되는데(8강전까지 1장만 받았을 경우 상쇄), 이 카드가 쌓이고 쌓여서 조별리그 페어 플레이 점수에도 반영되는 것이다.

만일 B조의 3차전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카드를 한 장도 받지 않거나 같은 양의 옐로우 카드를 받고 둘 다 무승부를 기록하게 될 경우 그대로 페어 플레이 점수를 반영하여 스페인이 조 1위를 차지하게 된다. 3차전에서 스페인이 포르투갈보다 1장 더 많은 옐로우 카드를 받고 2경기 모두 무승부로 끝날 경우 B조는 경기가 끝난 뒤 조직위원회에서 화상 추첨을 통해 1위와 2위를 결정하게 된다.

88년의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조별리그에서 동률이 생겨 추첨까지 간 사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1라운드(토너먼트)에서 연장전을 치른 이후에도 무승부가 나온 경우가 있었지만 이 때는 재경기 제도가 있었고, 당시 독일이 재경기까지 치른 끝에 유일하게 1라운드에서 탈락한 이력을 남겼다.

아직 희망 놓지 않은 이란, 약팀의 생존법 보이나

비록 아쉽게 1점 차 석패하긴 했지만, 이란은 스페인을 상대로 강한 압박 수비를 보였다. 아예 최전방 공격수까지 포함하여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모두 수비 라인에 들어와 스페인의 공격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스페인은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란이 스페인에게 공격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란의 슈팅 5회 중 골문 앞으로 제대로 향한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였다. 사실 유효 슈팅이 한 차례 있었는데, 스페인의 골망을 가른 이란의 슈팅이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오프사이드로 번복되는 바람에 골이 취소되는 상황이 아쉬웠을 뿐이다.

패널티 박스에서 태클로 인해 패널티킥을 허용한 순간에만 골문이 뚫렸던 대한민국처럼 이란도 골문은 단 한 차례만 뚫렸다.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을 상대할 때 2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는데, 이란의 늪 축구에 당황하여 무득점 1실점에 그쳤을 정도였다. 스페인도 이란의 늪 축구에 당황하여 1득점에 그쳤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란이 3차전에서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에 승리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리 쉽게 패하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투갈이 모로코를 상대로 1득점에 그쳤기 때문에 수비진이 탄탄한 이란을 상대로 스페인처럼 1점 차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2패를 당했던 모로코가 무기력하게 무너지진 않았다(2경기 모두 1점 차 패배).

이 때문에 다소 싱겁게 16강 진출 팀이 결정된 A조와 달리 B조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이란 3팀이 2장의 티켓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됐다. 이란과 모로코 두 팀 모두 철저한 수비로 강팀들의 공격을 저지하면서 역습을 노렸는데, 자책골이 나온 모로코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일단 이란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면 스페인의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결정지을 수 있다. 이란이 월드컵에서 전적은 현재까지 2승 3무 9패로, 아직까지 조별리그를 통과해 본 적은 없다. 어쩌면 B조 전체의 향방을 쥐고 있을 이란이 3차전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이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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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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