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몸담았던 EPL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다수의 UK 차트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린 인기 팝 그룹이기도 하다.

박지성이 몸담았던 EPL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다수의 UK 차트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린 인기 팝 그룹이기도 하다. ⓒ 멘체스터유나이티드FC


지난 1976년 데뷔 이래 총 8곡의 영국 싱글 차트(UK Official Singles Chart) 진입곡을 배출한 그룹(?)이 있다. 이 가운데 5곡은 Top 5에 등장했다. 그리고 1곡은 1위까지 오르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 팀은 놀랍게도 전문 음악인들이 아닌, 축구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소속)다. 이들은 어떻게 인기 팝 가수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을까? 전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 중인 월드컵을 맞아 유명 축구팀, 축구 선수들이 발표한 노래 속 숨은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자.

4년 주기로 UK 차트 인기곡 배출한 잉글랜드 대표팀

 1990년 뉴 오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이 함께 부른 'World In Motion' 싱글 표지.  이후 이 노래는 월드컵이 열리는 4년마다 UK 순위에 재등장할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90년 뉴 오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이 함께 부른 'World In Motion' 싱글 표지. 이후 이 노래는 월드컵이 열리는 4년마다 UK 순위에 재등장할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 Universal Music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축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명 스타 플레이어들이 본업 이외에 CF 및 영화 출연 같은 각종 연예 활동도 병행하는 사례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팝 음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축구의 종주국 답게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 다양한 기획이 수없이 이뤄졌다. 대표적인 예가 유명 축구 클럽 선수들의 응원곡 녹음이다. 축구 팬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영국은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총 4개의 협회가 가입된 국가이다. '1국가 1협회'의 여타 나라와는 달리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로 나뉘어 100년 이상 활동하고 있다.

덕분에 월드컵 역시 4개 협회 명의로 대표팀을 꾸려 출전을 하지만 주로 잉글랜드 대표팀이 거의 빠짐없이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있다. 영국에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대표팀을 중심으로 한 응원곡, EPL 소속팀들의 단체곡 녹음이 1970~2000년대 사이 유행처럼 이뤄졌다.

가장 처음 UK 차트에 등장했던 축구팀 노래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이 부른 'Back Home'이다. 이 곡은 발표와 동시에 UK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심지어 아일랜드에서도 2위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4년 전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팀이 잉글랜드였던 데다 당시 주축 멤버들 위주로 팀이 꾸려지면서 2연패를 갈망하는 영국 팬들의 염원이 이 곡의 인기에 큰 힘을 더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잉글랜드는 8강전 독일에 2-3으로 패해 2회 연속 우승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후로도 잉글랜드 대표팀은 월드컵을 맞아 싱글 음반으로 내놓으면서 인기 순위 상위권에 단골로 이름을 올린다. 특히 신스-팝 그룹 뉴 오더(New Order)와 함께 녹음한 'World In Motion'(1990년)은 이후 4년마다 UK 차트에 등장하는 등 스테디셀러로서 자리매김했다.

비록 월드컵에선 이름을 볼 수 없는 약체팀 스코틀랜드 역시 종종 대표팀 명의의 응원곡을 녹음해 발표한 바 있다.  유명 팝 가수 로드 스튜워트와 함께 부른 'Ole Ola (Mulher Brasileira)'(1978년), 'Purple Heather'(1998년)은 UK 순위 상위권에도 오르며 체면을 세우기도 했다.


EPL 유명 구단, FA컵 결승전 앞두고 단체곡 발표

 199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발표한 'Come On You Reds' 싱글 표지.  EPL 축구팀이 부른 곡으론 유일하게 UK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199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발표한 'Come On You Reds' 싱글 표지. EPL 축구팀이 부른 곡으론 유일하게 UK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 Universal Music


지금은 뜸해졌지만 과거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EPL 유명 축구 클럽이라면 으레 단체곡을 발표했다. 1부-2부리그-아마추어팀 상관없이 협회 소속 모든 축구팀이 출전하는 FA컵 대회 결승전에 오른 2팀은 의례 싱글 음반 발표를 하며 승리를 다짐하곤 했다.

앞서 소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맨유는 1993년부터 4시즌 연속 UK 싱글 차트 인기곡을 탄생시키며 '가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에릭 칸토나(프랑스), 라이언 긱스(웨일스), 폴 스콜스(아일랜드) 등 전설의 라인업이 뛰었던 1994년 'Come On You Reds'는 단일 클럽 팀 노래로는 유일하게 UK 차트 1위를 차지한 유일무이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원래 이 곡은 1988년 발표된 록 그룹 스테이터스 큐오(Status Quo)의 인기곡 'Burning Bridges'를 개사+편곡한 작품으로 재녹음 버전에선 원곡자인 스테이터스 큐오가 반주를 담당했다.

대개 EPL 클럽팀들의 단체곡은 우리가 '아리랑' 같은 노래를 응원가로 사용하는 것처럼 전통 민요를 부르거나 기존 인기 팝 음악을 편곡하는 경우가 많았다. 맨유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다수의 UK 차트 인기곡을 탄생시킨 유명 구단 아스날은 도나 서머의 디스코 명곡 'Hot Stuff'를 리메이크해 인기를 모았고 한때 이동국이 몸담았던 미들스브로는 싱어송라이터 크리스 리(Chris Rea)와 함께 그의 인기곡 'Let's Dance'를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뮤직비디오 출연, 음반 표지 모델 등 활약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달성 이후 김남일, 이영표, 이운재 등 스타플레이어를 표지 모델로 등장시킨 가요 모음집 < Hero >가 발매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달성 이후 김남일, 이영표, 이운재 등 스타플레이어를 표지 모델로 등장시킨 가요 모음집 < Hero >가 발매되기도 했다. ⓒ C&C Media


우리나라에선 영국처럼 단체곡을 상업용 음원으로 발표하는 식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유명 스타 선수들을 활용한 음반, 노래 홍보가 한때 유행처럼 이어졌다. 지금은 예능인 + 축구 해설가로 활약중인 왕년의 '테리우스' 안정환은 그룹 야다의 '이미 슬픈 사랑'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악동' 이천수 역시 당시 신인가수 루다의 투비(鬪悲)'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키스 연기까지 펼치기도 했다.

이밖에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주축 멤버들을 표지모델로 사용한 컴필레이션 음반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 무렵 가요계에서 <연가> <동감> 등 4~5장짜리 전집이 인기를 얻자 한 기획사가 김남일, 이영표, 이운재, 김태영 등 '월드컵 영웅'들을 전면에 내세운 < Hero >라는 모음집을 내놨고 가요 팬들에게 사랑받은 바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축구 월드컵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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