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를 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이란에게 왔지만, '승리의 운'은 그들을 따르지 않았다.

이란은 21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0-1로 아쉽게 졌다. 이로써 1승 1패를 기록한 이란은 포르투갈, 스페인(각각 1승 1무)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이란의 16강 진출 여부는 마지막인 포르투갈과의 경기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잘싸운 이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승패 갈려

이날 경기에선 이란 특유의 끈끈함이 돋보였다. 모로코전과 달리 징계가 풀린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에자톨리아가 선발로 복귀한 이란은 에브라히미와 에자톨라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등 수비에 중점 둔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전반전에 이란은 스페인의 공세에도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며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탄탄한 수비 덕분에 이란은 전반전을 실점 없이 잘 마쳤다. 이란의 전략이 잘 통하는 듯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계획은 후반초중반까지 실점 없이 버티다가 스페인이 라인을 올릴 경우 이를 공략하는 역습전략으로 가고자 하는 듯했지만, 승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갈렸다.

후반 9분 스페인 이니에스타가 중원에서 디에고 코스타에게 내준 볼을 코스타가 턴 동작 후 슈팅기회를 잡고자 했으나 이란의 수비에 막히면서 공격이 무위에 그치는가 싶었다. 하지만 수비 맞고 나온 볼이 공교롭게 디에고 코스타를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가면서 스페인에겐 행운의 결승골이 됐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이란은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즈문을 비롯해 안사리파드가 이끈 이란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사실 이란은 탄탄한 수비로 잘 알려져 있어 '공격은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란은 '역습'을 주된 공격루트로 이용하는데, 이란의 이런 공격이 상태 팀에 위협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아시아 지역예선 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날 이란은 라인을 올려 공격을 펼쳤지만, 오프사이드에 발목이 잡혔다. 후반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올려준 볼을 놓고 선수들이 공중에서 경합했고, 이후 에자톨라이 앞에 떨어졌다. 에자톨라이는 이 볼로 스페인 골망을 흔들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란 선수들의 단체 세레머니 후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다. 판정 이후 주심과 VAR 심판진과의 협의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이 확정되면서 1-0의 스코어가 그대로 유지됐다. 프리킥 시작 상황에서 에자톨라이는 오프사이드 위치가 아니었지만 프리킥 올라온 볼이 이란 선수를 맞고 에자톨라이에게 전달됐을 때 에자톨라이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라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란은 자한바크시까지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지만 스페인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아쉽게 0-1로 패했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B조의 16강진출 경쟁

B조의 1, 2위 팀이 16강에서 마주할 A조에선 러시아와 우루과이가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다. 하지만 B조는 포르투갈, 스페인을 비롯해 이란이 마지막까지 16강진출 여부를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되며 마지막까지 재미를 불어넣게 됐다.

기본적인 전력을 놓고봤을 때 모로코를 상대하는 스페인이나 이란을 상대하는 포르투갈이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두 팀이다.

포르투갈이 모로코전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다. 모로코의 빠른 공격에 포르투갈 수비는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명백한 핸드볼 파울이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가며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한 몫을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승골과 루이 파트리시우 골키퍼의 선방, 모로코의 골 결정력 부재가 없었다면 발목을 잡힐 뻔한 경기내용이었다.

스페인은 이미 16강 진출이 좌절된 모로코와 상대한다는 점에 있어서 부담이 덜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모로코의 경기내용이나 3패를 기록할 수 없다는 모로코의 의지가 맞물린다면 스페인 역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포르투갈을 상대하는 이란의 입장에서 모로코전 포르투갈의 경기 내용을 봤을 때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동력이 떨어지고 측면수비에서 약점을 보인 포르투갈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란이 지금처럼 수비를 탄탄하게 한 이후 아즈문과 자한바크시 등을 이용한 역습을 감행할 경우 의외의 승리를 따낼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방 능력이 있는 호날두의 존재는 부담스럽긴 하다.

한편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16강 진출을 놓고 조국인 포르투갈을 상대하는 얄궃은 운명과 마주하게 됐다.

*B조 남은 경기 일정*

6월 26일 새벽 3시 포르투갈 vs. 이란(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스타디움)

6월 26일 새벽 3시 스페인 vs. 모로코(칼리닌그라드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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