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러시아 월드컵 최고 다크호스는 모로코였다. 르나르 감독 부임 이후 팀 전력이 탄탄해진 모로코는 아프리카 최종 예선에서 6경기 8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개인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20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모로코는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0-1로 패한 모로코는 2경기 만에 2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게 됐다.

아쉬움이 남는 모로코의 성적이다. 2경기에서 경기 내내 밀리거나 상대에게 압도 당한 끝에 힘없이 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의 표본을 보여준 모로코였기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골 결정력 부재와 세트피스에 무너진 수비

1차전 이란전과 2차전 포르투갈전에서 보여준 모로코의 모습은 그야말로 판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선에 팀 에이스인 하킴 지예시를 비롯해 유니스 벨한다, 노르딘 암라밧, 아미네 하릿이 포진한 2선은 빼어난 스피드와 개인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포진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기엔 충분한 선수들이었다.

공격 기회가 왔을때 골로 그 방점을 찍어줘야 했지만 모로코에는 그럴만한 선수가 없었다. 지역 예선에서 팀 내 최다 골을 기록한 칼리드 부타이브는 지난 3월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이후 A매치 5경기에서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하는 극심한 골 가뭄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선 벨한다와 엘 나스리, 카비, 마누엘 다 코스타와 같은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했지만 상대들은 우크라이나,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등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었다. 결국 조별리그 2경기에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예시, 벨한다 등이 포진한 2선 자원들이 빼어난 개인기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좋았지만 슈팅은 번번히 골대를 벗어나거나 상대 수비벽에 막히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장신 수비수 베나티아와 다 코스타를 이용한 세트피스 득점도 노려볼만 했지만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지역예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수비진은 본선에서도 탄탄한 모습을 보였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을 내주며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란과의 경기에선 패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경기막판 내준 세트피스 상황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며 다잡은 승점 1점을 날렸고,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선 순간적으로 방향 전환을 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막지 못하며 결승골을 헌납했다. 특히 이란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허용한 아지즈 부하두즈는 이란전에서 르나르 감독이 후반 32분 승리를 위해 기용한 교체카드였는데 아이러니하게 상대 골문이 아닌 자기 골문에 골을 터뜨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승골 터뜨린 호날두, 포르투갈의 경기력은 아쉬웠다

호날두는 지난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만 33세 131일로 역대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번 모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그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 2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1골을 추가한 러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를 제치고 다시 득점랭킹 1위로 올라섰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3대회에서 합계 13경기 3골에 그쳤던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2경기 만에 4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을 거머쥐었던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전체적인 포르투갈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전반 4분 호날두의 득점 이외엔 모로코의 강한 전방압박에 고전하며 볼 소유권을 너무 쉽게 내주는 모습을 보였고, 모로코의 골 결정력 부재에 후반전 루이 파트리시우 골키퍼 선방까지 나오면서 힘겹게 승리를 챙긴 경기였다.

또한 포르투갈은 두 차례 파울성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적 받지 않았다. 지난 유로 2016에선 산투스 감독의 실리적인 축구가 빛을 발해 우승을 거뒀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호날두의 한 방만 믿고 우승을 노리기엔 무리가 뒤따른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논란의 VAR

VAR(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여러 가지 순기능도 많다. 그러나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경기에서는 아쉬운 장면도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으로 후반 34분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모로코의 지예시가 올려준 볼이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의 손을 맞았지만 주심은 어떠한 시그널도 보이지 않다. 특히 느린 화면으로 다시봐도 명백한 핸드볼 파울에 주심의 시선이 바로 보이는 상황이었음에도 어떠한 사인없이 경기는 진행됐다.

물론 VAR의 최종 결정권한은 주심에게 있다. 그러나 축구 팬 입장에서 의심스러운 장면에 VAR 판독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페페의 핸드볼 파울 당시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비디오 판독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건데, 이거 안 잡으면 비디오 판독 왜 하는지 의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월드컵 끝나는 기간까지 VAR 판정으로 인한 논란은 계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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