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녀> 포스터.

영화 <마녀>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박훈정 감독은 자신의 신작 <마녀>를 두고 "인간 본성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성선설과 성악설 혹은 성무성악설 등 철학자들이 저마다 고민했던 인간에 대한 질문을 그 역시 가지고 온 것. 화려한 액션과 전작들과 다른 여성 캐릭터의 전방위적인 쓰임이 특징인 <마녀>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성의 관점에서 일단 이해하는 게 옳을 것이다.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미성년자 구자윤(김다미)이다. 과거 자신 및 또래 아이들에게 자행된 어떤 실험들, 거기서 홀로 살아남은 자임을 암시하며 영화는 자윤의 과거 속 디테일은 가린 채 그를 추격하며 서서히 옥죄어 오는 미스터 최(박희순)와 닥터 백(조민수), 그리고 귀공자(최우식) 일당의 모습을 초중반에 배치해놓았다.

밀도 높은 액션

영문을 모른 채 자윤을 찾아온 정체불명의 사람들은 흔히 악당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충분히 그에게 감정을 이입해 이야기를 쫓아가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중후반부 감독은 앞서 설명하지 않았던 자윤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풀어놓으며 작은 반전들을 꾀한다. 당황해 하는 악당들의 표정처럼 관객 역시 이 지점에서 꽤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법하다.

영화 <마녀>는 작게는 액션 SF물 장르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크게는 인류로부터 파생된 디스토피아에 대한 주제를 품고 있다. 아이들을 인간 병기로 만들고 그들의 힘을 통제하려 한 또 다른 사람들을 묘사함으로써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려 한 인간의 이기심. 자윤이 폭주하기 시작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처절한 액션으로 풀어놓았다.

 영화 <마녀> 관련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런 의미에서 <마녀>는 어쩌면 관객들에겐 가장 한국적인 정서 안에서 한국인 감독이 펼쳐놓으려 한 잔혹한 SF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혹은 <니키타> <블레이드 러너> 같은 블록버스터로만 접했던 파괴와 디스토피아적 감성이 한국 영화에 담겨 있으니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화려한 액션, 특히 여려 보이는 미성년 여성의 절도 있는 액션과 그를 둘러싼 다른 캐릭터 간 명확한 구분은 분명 <마녀>의 미덕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전작들에서도 일부 드러난 느린 이야기 전개 속도,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액션과 경직된 대사 등은 사실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자윤을 쫓던 미스터 최 역시 사실 어떤 실험의 산물이었음을 밝히며 영화는 이야기의 입체감을 꾀했다.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한 아니 발전했다고 믿는 인류의 모습은 그대로 이런 인간병기들에 투영된다. 앞서 언급한 박훈정 감독의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적용시키면 <마녀> 속 인간병기는 결국 악하게 태어난 통제 불가능한 존재일 것이다.

아쉬운 점은 감독의 철학적 질문이 이야기와 영화적 구성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장르에 환호했던 일부 영화 마니아들에겐 <마녀>가 일종의 여러 SF물의 이종교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캐릭터들의 사투가 다소 공허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

 영화 <마녀> 관련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실 캐릭터성과 액션의 완성도만으로도 충분히 볼 요인이 된다. 박훈정 감독이 발굴하다시피 한 김다미는 상당한 집중력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빌런(악당)으로 기능하는 조민수 역시 그 존재 자체로 이야기에 큰 힘을 보탠다.

19일 언론에 선 공개된 버전대로라면 <마녀>는 'Part1. The Subversion'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후속작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부제대로 전복된 세상이 1편이라면 2편에선 본격적인 디스토피아의 이야기가 나올까. 내심 궁금해진다.

한 줄 평 : 여전히 우리는 박훈정이라는 이름에 배고프다
평점 : ★★★☆(3.5/5)

영화 <마녀> 관련 정보
연출 및 각본 : 박훈정
출연 :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등
제공 :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배급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 : 영화사 금월
공동제작 : 페퍼민트앤컴퍼니
크랭크인 : 2017년 9월 15일
크랭크업 : 2017년 12월 18일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5분
개봉 : 2018년 6월 27일


마녀 박훈정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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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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