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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회담, 북미정상 회담을 시작으로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연일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를 만났던 이들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대범하고 파격적이며 총명하고 매력적인 그에게 호감을 표하는 대중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우리가 북의 체제와 통치자, 핵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이나 지나친 낙관 혹은 비관을 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객관적 사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북의 통치자는 베일에 싸여 있었고 분단 상황, 핵무기와 전쟁에 대한 공포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안보 최우선의 교육을 받아왔다.

우리는 상대에 대한 무지 속에서 오랫동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정식 명칭)의 통치자들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북의 지도자들을 만났던 이들의 평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보고서
▲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보고서
ⓒ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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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세종서적)은 북에 대한 무지의 눈꺼풀을 벗겨주는 책이다. 책은 기자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 한국학자인 프랑스인 쥘리에트 모리쇼와 중화권 전문 대기자 도리앙 말로비코가 15년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엮었다. 북한의 역사, 정치, 지정학, 현실, 경제, 사회와 문화, 선전 등 7가지 주제 100개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북한이 자랑스러워 하는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에 대해 사실을 짚어준다. 무상교육이 12년 의무화되어 있지만 김일성 대학이나 김책 대학은 출신 성분이 나쁜 사람들은 갈 수 없다. 출신 성분이 좋다 하더라도 성적이 나쁘면 가지 못한다. 시험을 치러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시스템은 의약품의 부족으로 불법적인 민간요법이 묵인되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처럼 돈으로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치료를 받기도 한다. 안락함에 맛들인 젊은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고.

영화광에 광기 어린 인물로 알려졌던 김정일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책은 19번째 질문 '김정일은 누구였을까?'에서 그를 만났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그를 지근에서 늘 접할 수 있었던 요리사 등을 통해 이렇게 전해준다.

그는 '일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일벌레였고 내성적이며 술을 즐기지도 않는 편이며 전문가적 식견을 갖춘 교양인'이라고 말이다.

중학교 3학년에 학업을 중단했던 아버지와 달리 김정일은 학업을 악착스레 밀어붙였다. 일벌레인 그는 새벽 2~3시 전에 잠을 잔 적이 없고, 그의 질문에 즉답해야 할 측근도 그와 같이 철야하기를 요구했다. 외국인을 지극히 불신했지만 그가 만난 얼마 안 되는 외교관과 국가원수들은 그를 '교양인(블라디미르 푸틴)', '영리하고 솔직한 사람(김대중)'으로 보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그에게 핵개발과 관련해 열다섯 가지쯤 예리한 질문을 던졌는데, 측근의 도움 없이도 가히 전문가적인 정확성을 갖추고 답하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고 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전 북한 외교관 고영환에 따르면 그는 '빨리 생각하고, 빨리 추론하고, 빨리 말하는' 사람이며 화를 잘. 내는 예측 불허의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엉뚱하거나 미치광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신중하고 내성적이며, 리셉션이나 주연을 즐기기보다는 편한 옷차림으로 밤늦도록 일하는 사람이었다.-74쪽

 
수십 년간 진전되지 못했던 남북관계, 북미 관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어 2017년까지 상황을 분석하고 기록한 것이 다소 미흡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현실이나 사회 문화에 대한 부분을 객관적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북한은 독특한 체제를 지닌 나라다. 그 체제가 70년 3대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재와 폐쇄 이상의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식민통치 이후 북이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추구한 독립적 삶에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휘둘리지 않고 외세로부터 자유로울 힘을 키워내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던 셈이다.

핵무기가 남을 향한 공격무기가 아니라 강대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간섭과 종속으로부터 탈피해 대등한 대화와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담보적 성격을 갖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만들어낸  북핵 시나리오나 중국과 북의 관계는 틀렸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창작storytelling' -진퇴양난에 처한 북한 핵의 유일한 책임자는 중국이며, 중국을 아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위협으로 묘사한 -은 오류다. 북한은 결코 북경의 명에 굴한 적이 없고 북경은 북한의 내정을 지배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한다. 중국이 평양을 좌지우지한다고 믿도록 하는 것은 양국관계에 대한 중차대한 인식의 오류다.-157쪽 
그렇다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사람일까. 그를 만난 사람들의 한결같이 그가 영리하고 강력한 통치자적 위엄과 감각을 지녔으며 대범하게 승부수를 둘 줄 아는 전략가라고 평가한다. 거기에 아버지처럼 솔직하고 유머 감각까지 지녔다고 한다.

평화의 바람은 남북 간 문화예술, 체육 분야의 교류를 한층 앞당기는 모양새다. 남북을 오가는 일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잖아 보인다. 그동안 실체를 보지 못한 채 말만 무성했던 북한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싶다면 편향된 정보가 아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저서나 논문, 인터뷰 등을 찾아 읽어보길 권한다.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는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기본 정보를 알고 대하는 일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쥘레에트 모리요. 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선 옮김/ 세종서적/ 17,000원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신 옮김, 세종서적(2018)


태그:#한반도 평화, #북한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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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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