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냄새는 왜 그렇게 좋을까?> 책표지.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냄새는 왜 그렇게 좋을까?> 책표지.
ⓒ 계단

관련사진보기

이야길 해보면 생선을 좋아하지만 비린내 때문에 먹기가 꺼려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인지 잠깐 검색해도 생선 비린내를 없애준다는 여러 방법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우리도 생선을 좋아한다. 그런데 비린내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보니 비린내를 없애는데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조리하는 것으로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을 즐기곤 한다.

그럼에도 요리 후 집안에 은근하게 남는 비린내는 불편하다. 그래서 환기가 쉽지 않은 겨울에는 선뜻 해먹지 못하곤 했다. 게다가 지난해 겨울 어느 날 고등어를 굽다 눈이 매캐해지고 쏟아지는 기침으로 고생하며 고등어구이도 실내 미세먼지 증가 한 원인이라는 사실에 백배 공감, 이후 생선 구이는 해먹지 않고 있다. 가급 조림이나 찜으로 해먹고 있다.

여하간 생선을 좋아한다면 어떻게든지 극복해야만 하는 비린내다. 우리처럼 그냥 비린 맛을 즐기던지, 완벽하게 없애든지 말이다. 그동안 종종 궁금해지곤 했다. 생선의 비린내는 물고기 고유의 냄새일까? 그렇다면 물고기의 무엇이 비린내와 관련 있을까? 뱃전에서 갓 잡은 생선을 회로 먹는 모습을 TV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어떤 생선이든 그처럼 회로 먹어도 안전할까?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며, 그렇다면 어떤 원리로 비린내가 사라지는 것일까? 등 말이다.

비린내의 원인 화합물은 실제로는 바닷물고기의 자연서식지에서 유래한다. 평균적으로 바닷물은 1L당 35g의 염분이 들어 있다. 삼투현상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 분자가 이동하는 과정인데, 물고기의 세포는 세포내 수분 함량을 유지하기 위해 삼투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삼투 물질은 세포내에서 융해되어 세포의 부피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고기의 주요 삼투물질은 산화트라이메틸아민이라는 화합물이다.

산화트라이메틸아민 자체는 아무 냄새가 없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아 바다에서 꺼내면, 죽은 물고기의 몸속에 효소와 세균이 함께 작용해 이 화합물을 분해한다. 분해산물 가운데 산화트라이메틸아민이 있는데, 생선 비린내의 주요 원인 물질이 바로 이 화합물이다. 이것은 또한 생선이 얼마나 신선한지 알려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산화트라이메틸아민이 더 많아 비린내가 더 많이 날수록 생선은 바다에서 나온 지 오래되었다. 잡은 직후에 바다에서 나온 생선은 실제로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 42쪽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냄새는 왜 그렇게 좋을까?>(계단 펴냄)는 생선처럼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책에 의하면 이처럼 비린내가 심한 생선은 잡은 지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갈치처럼 비린내가 다른 생선보다 심한 종류도 있지만 말이다.

덧붙이면, 민물고기에는 산화트라이메틸아민이 적게 들어 있어서 바다 속 생선들과 달리 비린내가 그다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민물고기 특유의 흙 맛이 나는 것은 '지오스민과 2-메틸아이소보르네올'이라는 화합물 때문이라고 한다.

여하간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지 잠깐의 검색만으로도 비린내를 잡아 준다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특정 비법들은 생선 비린내를 잡아 주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회자되기도 한다. 비린내를 잡는데 좋다는 레몬을 미처 구입해두지 못해 생선구이를 해먹지 못했다는 내 후배와 같은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트라이메틸아민 같은 아민계 화합물들은 산과 섞이면 중화되는 염기성 물질이라고 한다. 그래서 레몬이 생선비린내를 잡는데 효과가 있는 것, 레몬만이 아닌 다른 산성 식품들로도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생선을 좋아한다면 즐기는 산성식품들과 조리, 나만의 생선 비린내 잡는 노하우를 터득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족을 더하면, ①생선을 구울 때 식초를 약간 뿌려주면 비린내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 ⓶생선이나 해산물 찜을 할 때, 생선조림을 할 때 식초 한 큰 술 정도를 넣어주면 탱탱하면서 부드러운 육질을 즐길 수 있다. 팔팔 끓을 때 넣어주면 된다. ③통조림 생선이나 해산물을 요리하기 전에 식초를 탄 물에 20분 정도 담가두면 훨씬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양념으로 늘 구비해놓고 있는 식초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어떤 노하우들보다 손쉽다. 그래서 이 방법들을 알려주면 '시큼할 것 같다"며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신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비린내만 잡아 준다. 식초의 살균효과로 어느 정도의 부패까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다룬 칼이나 도마를 식초로 마무리해 씻어도 개운하다. 

콩에 많이 들어 있는 올리고당은 라피노스와 스타키오스이다. 이것들은 아주 큰 분자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우리 소화계에서 음식물 분해를 담당하는 효소들은 이 분자들을 충분히 작게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분자들은 작은 창자에서 창자벽을 통해 흡수되지 않는다. 그래서 콩을 먹으면, 이 분자들은 잘게 쪼개지지 않은 채 큰 창자까지 갈 확률이 높다. 큰 창자에 도착한 올리고당 분자들은 그곳에 서식하는 엄청난 수의 세균(장내 세균충)을 만나게 된다. 이 세균들은 우리 소화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하는걸 아주 좋아하여 큰 창자로 온 올리고당 분자를 분해한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포함해 다양한 기체가 부산물로 생긴다. 이것들은 결국 황산화수소 같은 기체의 생성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사람의 배 속에 찬 기체에서 자주 발견되는 냄새 고약한 화합물이다.

이런 효과를 지닌 채소는 콩뿐만이 아니다. 양파와 마늘, 콜리플라워, 양배추, 방울다다기양배추를 포함해 많은 채소는 우리 소화계가 잘 소화하지 못하는 올리고당이나 다당류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콩의 이런 효과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가지 방법은 조리하기 전에 콩을 물에 담가두는 것이다. - 46쪽


우리는 다양한 음식들을 먹으며 산다. 식품들 저마다 애초부터 독특한 특성을 가지기도 하고, 조리하는 과정에 몸의 어떤 변화를 겪기도 한다.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양치 후 오렌지 주스를 먹게 되면 쓴 맛이 나는 등처럼 어떤 음식을 먹은 때문에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음식을 둘러싼 수많은 상식들과 경험을 근거로 한 이야기들이 회자되기도 한다.

이 책의 부제는 '음식의 비밀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과학적 질문 58'이다. 이렇듯 일상에서 쉽게 겪곤 하지만 당연하게 혹은 두루뭉술하게 넘기고 말았던 것들이 책의 주제. 그렇다면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접근, 음식들의 고유 성질이나 음식으로 인한 현상들을 8항목(맛, 향기, 색, 독, 감각, 마음, 건강, 변환)으로 구분해 들려준다.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들 대부분은 칼슘이 많다거나, 항암성분이나 노화 억제를 해주는 물질이 많다거나, 그래서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거나, 발암을 억제한다거나, 치매예방에 좋다는 등처럼 성분과 몸에 필요한 이유로 설명되곤 한다. 이는 음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동시에 우리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설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설명들은 한편으론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몸은 여러 유기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가 먹는 음식들 역시 여러 화합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즐겨 먹는 음식들은 어떤 화합물들로 되어 있으며 어떤 화합물 때문에 유독 끌리는 것일까? 이 책과 같은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니 ▲상한 우유에서는 왜 시큼한 맛이 날까? ▲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비트를 먹으면 왜 빨간색 소변이 나올까? ▲감자는 왜 초록색으로 변할까? ▲당근이 시력에 정말 도움이 될까? ▲술을 섞어 마시면 정말 숙취가 심해질까? ▲차와 커피의 자극효과는 왜 다를까? ▲왜 어떤 사람들은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을까? ▲익히지 않은 강낭콩은 위험한 이유는? ▲왜 어떤 버섯에는 독이 있을까? ▲사과 씨에는 정말 청산가리가 들어 있을까? ▲연어와 새우는 왜 분홍색일까? ▲고양이는  왜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을까? 등이 궁금했다면 선뜻 펼쳐 들어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냄새는 왜 그렇게 좋을까?>(앤디 브러닝씀 | 이충호 옮김) | 계단 | 2018-05-21ㅣ정가 13,000원



지글지글 베이컨 굽는 냄새는 왜 그렇게 좋을까? - 음식의 비밀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과학적 질문 58

앤디 브러닝 지음, 이충호 옮김, 계단(2018)


태그:#생선 비린내, #베이컨, #방귀, #콩국수, #두유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