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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으로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의 뒤편에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적은 문구가 내걸렸다.
▲ '잘못했습니다' 내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으로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의 뒤편에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적은 문구가 내걸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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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안한 지방선거 참패 수습책에 대해서다. 김 권한대행은 당시 중앙당 해체 및 원내중심정당 건설, 그리고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 전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곧장 반발이 일었다. 일부 재선 의원들은 이를 '단독 플레이'로 규정짓고 의원총회를 소집했다.(관련 기사 : '혁신 폭탄' 던진 김성태 "지금 이 순간부터 중앙당 해체 돌입") 이러한 가운데, 중진 의원들마저 고개를 내젓고 나선 셈이다.

4선 중진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병)은 '정치적 배후'를 의심했다. 그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김성태 혁신안은) 좀 오버한 것"이라며 '월권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전권은 앞으로 정말 비대위원장이나 누구를 영입해서 주는 것"이라며 "권한대행은 그때까지 당을 그냥 순조롭게, 순리대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당 해체와 같은 커다란 플랜을 갖고 나온 것으로 봐서는, 또 다시 한국당에 김성태를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기회가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전환의 계기가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즉, 일부 계파가 지방선거 참패를 틈타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김성태 혁신안'을 내민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그는 "우리가 비상의총 이후 더 모였나. 물론 (김 권한대행이) 비공개나 비공식적으로 상의할 그룹은 있지만 그런 정도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중앙당 해체가 아니리라 생각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추측하고 있는 것이니 더 이상 묻지 마라"면서 구체적인 의심 대상을 밝히진 않았다. "김무성 의원을 (배후로) 생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왜 자꾸 그렇게 예단을 하시나"라고 부정했다.

한 의원은 외부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의 병폐가 무엇인지, 곪아 터진 것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는 우리 당의 원로 중진 같은 분이 오셔서 준엄하게 우리를 꾸짖고 정말 그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우리가 영이 서야 한다"면서 박관용·김형오·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언급했다.

"뭔가 해야 된다는 요구 받다 보니까... 일단은 당내서 설득해야"

3선 중진 홍일표 의원(인천 남구갑)은 "우리가 워낙 이번에 크게 참패를 당해서 뭔가 해야 된다는 요구를 받다 보니까 국민들한테 확실하게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거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 이런 강박관념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요구도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이 된다"라고 '김성태 혁신안'을 평가했다. 즉, 선거 참패 수습에 대한 강박 관념 탓에 소통 없이 돌출된 혁신안이란 얘기다.

그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중앙당을 해체한다고 한다면 당헌당규를 고쳐야 되고, 당헌당규를 고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를 하거나 상임전국위원회 또는 전국위원회 이런 것들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누가 한마디로 '하자', '하겠다'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중앙당 해체가 곧 완전한 해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인적청산과 원내정당화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김 권한대행 측의 설명에 대해서도 "그런 것들도 일단은 당내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면서 "(원내정당화 등이) 정치선진화를 위해서 좋은 방향이긴 하지만 지금 현재 해법으로서 이게 과연 가장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보수정당으로서 시대 변화에 맞춰가지 못했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의 노선 등을) 의원들이나 당내에서 심각한 토론을 통해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중도개혁보수로 좌클릭하면 바른미래당과 노선이 겹칠 것"이라는 지적엔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그런 부분은 이제 바른미래당의 고민"이라며 "(노선에서) 아무런 차별점도 없다면 나중에 우리(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가 합치는 데도 큰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김 권한대행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지금 그렇게 되면 너무 많은 혼란이 된다"라며 "지금은 당대표 권한대행이 절차를 수습하도록 두고, 비대위를 구성해서 (수습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전 그대로 해봐야 무슨 효과 있나. 어차피 허물어진 당..."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15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참패 대책마련 비상의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 의총 마치고 나오는 정진석 의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15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참패 대책마련 비상의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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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 중진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의 반응은 냉소에 가까웠다. '김성태 혁신안'에 대한 반응만은 아니었다. 그에 대해 반발하는 의원들, 그와 함게 백가쟁명식 쇄신책이 쏟아지는 현 상황에 대한 반응도 함께 있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자 백지 한 장 놓고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 정권을 잡아서 무얼 하고 싶은지,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지 정리해보자"라며 "무슨 일 터지면 서로 돌 던지고, 욕하고, 손가락질 하고, 먹던 우물에 침뱉고, 이제 지겹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이어, "남은 국회의원 임기 2년 즐기다가 혹 공천 한 번 더 받아 출마하는 게 생각의 바닥이라면 목소리 좀 낮춰 주십시오. 개혁 얘기 제발 하지 마십시오"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20대 총선 직후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때를 회고하면서 현 상황을 질타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으로 "5년 단임 대통령의 덫인 여소야대가 펼쳐졌는데 청와대를 포함, 모두가 무사태평이었다", "당을 살릴 외부 비대위원장 모셔오려고 몸부림 쳤지만 다들 심드렁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또 "제가 용기 내어 내놓은 김용태 혁신 비대위원장 카드에 청와대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경기를 보였고 기어이 김용태 카드를 무산시키려고 전국위원회 소집을 힘으로 무산시켰다"라며 "그래서 하지하책으로 선택한, 말도 안 되는 비대위를 거쳐 전당대회에서 친박 당대표가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당 개혁은커녕 말짱 도루묵이었다. 이 당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정당이구나. 저는 정말 참담하고 분노가 치밀었다"라며 "2년 전 그대로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이라는 배는 완전히 침몰했다. 건져내봐야 다시 쓰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어차피 허물어진 정당 몇 달 그대로 놔둔다고 무슨 일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혁신안'을 비롯해 모든 당내 혁신 구상에 일침을 가하면서 반성과 성찰이 먼저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원 구성 등 최소한의 업무는 원내대표가 하면 된다"라며 "우리 모두 반성하고 우리의 내면으로 침잠할 때다. 우리가 지킬 가치가 아직 남아 있는지, 그게 뭔지, 그 가치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때 머리를 맞대자, 그게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김성태, #자유한국당, #한선교, #정진석,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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