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스웨덴 수비 비켜!'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2018.6.18

▲ 손흥민, '스웨덴 수비 비켜!'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따라오지 못했다. 어떻게든 비관적인 운명론을 극복해내기 위하여 '트릭'까지 감수하며 몸부림쳤지만 애석하게도 행운의 신은 신태용호를 끝내 외면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배했다. 대표팀은 후반 17분 풀백 김민우가 문전에서 클라에센에게 파울을 범한 것이 비디오 판독 끝에 페널티킥으로 연결되며 키커로 나선 그란크비스트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내줬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지난 3월 이후 유럽팀에만 4연패, 평가전 포함 유럽 원정경기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을 이어가며 '유럽 공포증' 극복에 또다시 실패했다. 더구나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반드시 잡아야했던 첫 경기 스웨덴전을 아쉬운 패배로 마감하며 신태용호는 남은 멕시코(1승)-독일(1패)과의 경기에서 험난한 행보가 불가피해졌다.

전력 감추는 데 중점 뒀던 신태용 감독,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을 앞두고 전력을 최대한 감추는 데 중점을 뒀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계속된 평가전에서의 부진, 스웨덴과의 스파이 논란을 둘러싼 정보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 속에 양팀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신 감독은 '트릭'이라는 표현까지 언급하며 최종적인 선수구성과 전술을 마지막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신태용 감독이 공개한 '비장의 무기'는 4-3-3 포메이션이었다. 후반 조커로 예상되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선발로 나서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좌우 날개로 배치되는 스리톱으로 최전방을 구성했다. 중앙에는 기성용-구자철-이재성이 포진했다. 주로 4-4-2나 3-5-2 전술을 구사했던 평가전에서는 자주 보지 못한 라인업이었다.

골키퍼 자리에 A매치 경험이 많은 김승규 대신 월드컵 첫 출전인 조현우를 선택한 것도 예상을 벗어난 선택이었다. 수비 라인만은 비교적 익숙한 박주호-김영권-장현수-이용의 조합이 나왔다. 기본 전술은 포백이었지만 간간이 기성용이 후방까지 내려오며 변형 스리백이 약간 혼합된 형태였다.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철저하게 스웨덴전을 대비하여 결국 기존의 플랜A도, B도 아닌 '제 3의 전술'을 들고나온 것이다.

신 감독의 승부수는 적어도 전반까지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였다. 김신욱이 전방에서 활발하게 스웨덴의 장신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제공권 대결에서 몇 차례 승리를 거둔 것이 좋은 찬스로 연결되기도 했다. 또한 김신욱은 스웨덴의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수비에서도 기여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특유의 스피드와 돌파력을 앞세워 좌우에서 끊임없이 위치를 바꿔가며 뒷공간을 노렸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은 플레이메이커로서 전후방을 두루 넘나드며 공수를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의도한 대로 일단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역시 이날 '신의 한 수'은 골키퍼 조현우였다. 이날이 월드컵 데뷔전이자 A매치 경기엔 고작 7번 출장했던 조현우는 본선무대의 압박감에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전후반에 걸쳐 여러 차례 인상적인 선방을 보여줬다. 완벽한 유효슈팅을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낸 것만 두 차례였다. 조현우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일찌감치 대량 실점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적장인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과 외신들도 이날 경기 후 조현우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을 정도다.

결국 경기 운명을 바꾸지 못한 신태용의 승부수

들것에 실려 나가는 박주호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박주호가 부상으로 인해 실려 나가고 있다. 2018.6.18

▲ 들것에 실려 나가는 박주호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박주호가 부상으로 인해 실려 나가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하지만 신태용의 승부수는 결국 경기의 운명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신태용식 4-3-3의 근본적인 약점은 첫째 실전에서 한 번도 제대로 검증해보지 않은 전술이었다는 것, 둘째 아무리 좋은 전술을 짜도 선수들 개개인의 소화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반 27분 만에 왼쪽 풀백 박주호가 뜻하지 않은 근육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신태용호에는 암울한 복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김민우는 최근 평가전에서 여러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물음표가 붙었던 선수였다. 공교롭게도 후반 PK 상황도 김민우의 성급한 태클에서 비롯됐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서 교체카드 하나를 소모하며 후반에 승부를 보려던 신태용 감독의 경기운영에도 제약이 걸린 것 또한 적지 않은 변수였다.

냉정히 말하면 신태용 감독의 4-3-3이 효과를 거둔 것은 초반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스웨덴 선수들이 점차 한국의 전술에 적응하면서 한국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비 진영에 머물러야했다. 강한 전방위 압박으로 상대를 괴롭히던 4-4-2도, 중앙 수비라인을 두텁게 갖췄던 스리백 전술의 장점도 어느 하나 살리지 못한 어정쩡한 카드가 되고 말았다.

조현우의 선방에 가려졌지만 한국은 이미 전반에만 스웨덴에 8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전방압박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라인을 내린 탓에 중원에서의 주도권을 스웨덴에 완전히 내줬다. 그렇다면 상대가 침투할수 있는 공간을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거나, 아니면 볼을 빼앗았을 시에 빠른 역습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라도 있어야했는데 어느 쪽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스웨덴은 볼을 오래 점유하면서 마무리 슈팅이나 세트피스까지 연결하는 빈도가 높았고, 어쩌다 한국이 공을 커트했어도 상대 문전에서 위협적인 역습으로 이어진 장면은 한두 차례에 불과했다.

신 감독의 구상한 작전은 중반까지 어떻게든 '버티기' 작전으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후반 막판에 한골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질적인 수비불안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한국은 결국 PK로 선제 실점을 내줬고 준비했던 구상이 어그러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PK를 내준 것은 김민우였지만 그 이전에 수비수들이 위험지역에서 연이어 어설픈 패스미스로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준 것이 누적된 결과였다.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김신욱이라는 장신 공격수가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순간은 그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해줄수 있는 좌우 풀백들의 활약상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이날 한국의 좌우 측면을 담당한 박주호-김민우-이용 등은 경기 내내 제대로 된 크로스를 성공시킨 장면이 거의 없었다. 전형적인 윙어라기보다는 측면에서 중앙을 침투하는 플레이에 최적화된 손흥민-황희찬과의 호흡이 김신욱과 잘 맞지 않는다는 문제는 이날도 반복됐다. 발이 느린 김신욱 때문에 역습 상황에서 빠른 공수전환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반 스웨덴보다 체력 떨어진 한국 선수들

[월드컵] 선제골 넣는 스웨덴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스웨덴 그란크비스트가 패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2018.6.18

▲ [월드컵] 선제골 넣는 스웨덴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스웨덴 그란크비스트가 패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결국 공격이든 수비든, 연습(평가전)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것들이 실전(월드컵)에서 포장(전술 변화와 트릭)만 달라진다고 갑자기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또한 신 감독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경기 후반 스웨덴보다 오히려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한국은 후반 중반 김신욱과 구자철을 교체하고 킥이 좋은 정우영과 발빠른 이승우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평가전에서 끝내 감췄던 세트피스 전술은 막상 실전에선 선수들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는 모습만을 드러냈다.

김신욱마저 교체되면서 제공권의 강점마저 잃어버린 한국은 후반 빠른 선수들을 활용하여 수비 뒷공간을 노려야했지만 손흥민-황희찬-이승우 등 믿었던 공격수들이 스웨덴의 압박과 몸싸움에 밀려 막판까지 위협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스웨덴을 상대로 유효슈팅을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평가전까지 포함하며 최근 A매치 3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한국은 이날 보유한 3명의 공격수 카드를 모두 선발로 소모하며 후반에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조커'도 없었다. 이번 월드컵 명단에 끝내 포함되지 못한 석현준이나 이동국의 존재가 아쉬웠던 순간이다.

물론 감독과 선수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신태용 감독의 트릭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월드컵 첫 승도 무산됐다. 남은 멕시코와 독일전은 스웨덴전보다도 더 가혹한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삼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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