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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청년들이 수레를 직접 만들어 ‘중동’ 마을 골목길을 끌고 다니며 들었던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작품이 되어 전시가 되었다. 청춘다락 1층, 중동작은미술관에서 중동돋보기프로젝트 2기 스토리 아카이브 전시 <중동 부루-스>가 진행되고 있다.
 8명의 청년들이 수레를 직접 만들어 ‘중동’ 마을 골목길을 끌고 다니며 들었던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작품이 되어 전시가 되었다. 청춘다락 1층, 중동작은미술관에서 중동돋보기프로젝트 2기 스토리 아카이브 전시 <중동 부루-스>가 진행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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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 들려주세요!"

지난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8명의 청년들이 수레를 직접 만들어 마을 골목길에 끌고 다녔다. 수레에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달달한 냉커피와 매실청, 그리고 양갱을 싣고 '중동' 골목길을 누볐다.

대전 '중동'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동시로, 대전역 건너편에 위치한 원도심이다. 중동은 일제 잔재로 유곽이 있던 장소였으며, 지금도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곳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북적대지는 않지만, 인쇄거리, 한약거리, 건어물거리 등으로 특화된 동네로, 행정동으로는 중앙동에 속하는 법정동이다. 지난해 9월 '청춘다락'이 중앙동 주민센터로 사용되던 3층짜리 공간을 리모델링해 개소하면서 중동 거리에 청춘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진행된 사업은 스토리텔링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중동 돋보기 프로젝트'로 동네의 많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마을 공동체를 확장하기 위해 권순지, 김재연, 백종경, 이단비, 임다은, 주수향, 최호식, 황혜미 8명의 청춘들이 참여했다.

"어르신들과 더운 날 냉차도 마시고, 양갱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자는 의미로 수레를 직접 만들었어요. 수레를 끌고 다니며 동네 어른들과 가까워지고, 마을과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죠. 그전에도 중동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주민들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고 시작했어요. 그것의 매개가 '수레'였죠. 수레는 움직이는 사랑방입니다."

청년들이 수레를 끌고 중동 골목길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냉차를 드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청년들이 수레를 끌고 중동 골목길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냉차를 드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중동 부루-스> 오프닝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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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선택한 매개체 '수레'는 대성공이었다. 어쨌든 중동 마을에서 청년들은 이방인들이었다. 이들의 활동에 어른들은 낯설어하고 경계했다. 하지만 결국 어른들의 마음이 열렸고, 나중에는 어른들이 이들의 '수레'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던 어른들이 청춘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제 청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알고, 골목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는 사이가 되었다. 이들은 어른들을 그냥 만나기보다는 수레에서 '색칠공부'라는 콘텐츠로 접근해 어른들의 참여를 이끌기도 했다.

"우리를 보는 마을 어른들의 눈빛은 점점 반가운 손주를 보는 듯 친근해졌어요. 수레를 끌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 2월부터 준비해 5월 한 달 동안 진행한 이들의 프로젝트는 <중동 부루-스>란 제목의 아카이브 전시로 결실을 맺었다. 이들이 직접 만든 '수레'는 전시회의 메인 작품이다. 그리고 그들이 중동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해준 이야기는 'homework(숙제)'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이 수레를 끌고 나갔을 때의 느낌과 단상을 종이에 각자 기록해 온 것들을 '숙제'처럼 집에 가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처음에는 '여기는 아무 것도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스토리로 재탄생했고, 화분, 절구, 전동 드릴, 사진 등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왜 가져가려 하냐'는 물건들은 전시 작품이 되었다. 이렇게 쌀집 노부부, 모아장 할아버지, 방앗간 할머니 등 중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스토리가 되어 전시되었다.

 ‘여기 내가 찍혀 있네’ 청년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찍은 중동의 모습과 어르신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청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할머니가 전시회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고 있다.
 ‘여기 내가 찍혀 있네’ 청년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찍은 중동의 모습과 어르신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청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할머니가 전시회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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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수레를 끌고 나갔을 때의 느낌과 단상을 종이에 각자 기록해 온 것들을 ‘숙제’처럼 집에 가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homework(숙제)’ 작품을 전시 오픈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감상하고 있다.
 청년들이 수레를 끌고 나갔을 때의 느낌과 단상을 종이에 각자 기록해 온 것들을 ‘숙제’처럼 집에 가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homework(숙제)’ 작품을 전시 오픈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감상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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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코디네이팅 했던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 청년활동지원팀의 오민희씨는 말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네 분들이 많이 좋아했지만, 청년들이 마음을 열고 함께 했다는 게 중요하다. 중동에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6월 18일 시작해 29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전시는 청춘다락 1층, 중동작은미술관(대전 동구 선화로 196번길 48)에서 열린다.

한편, 지난해 진행한 1기 '중동 돋보기 프로젝트'에서는 중동의 모습을 인터뷰집, 사진집, 엽서, 포스터로 엮어, 아카이빙북 '이 거리는 유산이다'를 제작해 배포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에 이어 2기로 진행됐다. 


태그:#중동 부루-스, #중동 돋보기 프로젝트, #청춘다락, #대전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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