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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있는 것이 아름답다(앤드류 조지)' 사진 전시회. 아주 작은 전시 공간에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준비 중인 어르신들의 사진과 인터뷰 내용이 걸려있다. 동명의 책으로 출판되어 있는 책을 통해서 토론을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생각한 사진 전시회 가기. 22명의 아이들과 전시관을 찾았다. 전시회에 간다는 것 자체가 때론 귀찮기도 하고 무슨 내용인지 조차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질문이 없으면 아이들은 5분도 안 걸려 이 전시장을 빠져나갈 것이다)
1. 인상깊은 말들을 적어보자.
2.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전시회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
3. 죽음의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내가 반드시 해야할 것 5가지
4. 나는 어떻게 살고 싶고 또 어떤 노년을 맞이하고 싶은가
5. 사진전을 통해 내 삶 안으로 들어온 생각

처음 이 귀찮은 종이 한 장을 들고 간 고등학생들은 어서 빨리 이 전시장을 돌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 오히려 전시관을 다 돌면 집에 가도 좋다는 말을 듣고 이 전시관이 매우 좁음에 감사하는 듯 했다. 처음 인상깊은 말을 적기 위해 아이들은 가까이에 가 그 글자들을 담기 시작했다. 빨리 가려고 사진을 찍어서 담기도 하고 옆으로 넘어가려는 아이들이 2-3번째 사진에서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사진 속 어르신들의 얼굴을 주목했다. 웃고 있다! 그것도 너무 온화하게.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이라고 하기엔 그 얼굴에 슬픔이 없다. 아이들은 이 사실에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사진 속에 등장하자 이내 전시관을 다시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생각에서 가장 좋은 문구들을 적기 시작했다.

사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을 줘야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해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스스로 행복하게 만들어야 해요. 다른 사람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순 없어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순간순간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가장 중요해요.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데 인생의 의미가 있어요.
시간은 정말 소중한 거예요, 그래요, 정말 소중하죠.
인생은 기뻐하며 즐길 일이 가득한데도 우리는 참 즐기지를 못하는 것 같다.
살면서 참 행복했어요.
진정한 삶의 의미는 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어요.
남의 불행을 발판 삼아 행복해지면 안된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여러분은 인생의 편도 티켓을 쥐고 있는 셈이에요.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들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전시관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그 전시장 하나하나의 문구를 살펴보며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각자가 좋다고 생각하는, 인상깊다고 생각하는 문구를 선정하여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생명존중교육 시간에는 아이들이 집중을 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아이들에게 영상을 통해서 교육을 해서 그런지 마음에 와닿지 않아선지 그 시간을 집중하게 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보다 더 집중해서 전시를 보고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두 번째 질문에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죽음은 먼 것. 그리고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시회를 통해 죽음과 삶이 매우 가깝고 또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세 번째 질문에 아이들은 너무 많고 다양한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기, 베푸는 삶을 살자, 노력하자, 진실하게 살자, 의사 표현과 감정표현 많이 하기, 친구들과 잘 지내기, 남 눈치 보지 않기 등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중요한 가치를 두는 방향이었다.

네 번째 질문에 아이들은 자신에게 혹은 가족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대답이 많았다.

마지막 질문에 아이들은 너무 다양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은 아이의 글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난 나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았었다. 항상 '자살'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으니까 이 전시회를 통해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는지.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내 인생을 내가 스스로 져 버리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을 보면서 난 저 사람들처럼 병이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날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행복을 남의 불행해서 찾으면 안되는 거 잖아!"

"나는 사실 죽음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다 먼 나라 이야기인줄 알았다. 나한테, 가족한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번에 전시회를 보면서 죽음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 주었다. 죽음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늘 가족, 친구, 주변사람에게 고마원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부정적이게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사소한 것도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며 늘 웃는 얼굴로 살아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엔 몰랐는데 요새는 내가 인상을 많이 쓴다는 것을 느낀다. 심지어 자고 일어날 때도 인상을 쓴다. 이제는 자고 일어날 때,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

참 평범한 아이들이 쓴 글이다. 이 아이들이 이 글을 쓰는 사이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이 변해서 외로운 사람들이 참 많다. 또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혀 삶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예전엔 대가족 사회였기에 가족의 제일 어르신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고 어른들의 지혜를 혹은 삶의 경험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핵가족화 심지어 1인가정이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쩌면 죽음이 자신과 가장 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니까 더 삶을 가치있게 살고자 했다. 그 누구도 죽음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젊다는 것을 무기로 나의 죽음을 돌아보고자 하지 않는다. 그 죽음의 날 내가 누구와 있을지, 내가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인생을 허비할 수도 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린 오히려 생명존중교육을 통해 죽음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전시관이 작아서 들어가면서 당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그 사진전에 빠져서 눈물이 나기도 했고 내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가슴에 제일 와 닿았던 질문.

"다시 한번 살고 싶은 삶이었나요?"

나에게도 언젠가 죽음이 온다면 그때, 이 질문에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하고 싶어서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아이들에게 이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이 자살에 대해 참 쉽게 생각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심리 검사를 하면 반에 몇 명씩 자살 증후를 보이고 있고 그 죽음이 과연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안타깝다. 죽음의 순간에 떠오르는 많은 것이 있었다. 나 역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진전에는 우리가 왜 죽음이 아닌 삶을 택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는 길로 안내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생각해 본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더 활력있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태그:#있는것은 아름답다, #인성교육, #생명존중교육, #전시회,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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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에서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사는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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