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전>에서 형사 소연 역을 맡은 강승현.

영화 <독전>에서 형사 소연 역을 맡은 강승현. ⓒ YG, YG케이플러스


모델 강승현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최초'와 '최고'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델, 포드 세계 수퍼모델 대회 사상 최초(28년만)로 1위를 차지한 아시아인 등. 그렇게 그는 10년 넘게 세계를 활보했고, 그의 20대는 그렇게 '최고 모델'의 경력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2018년. 강승현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 중이다. 이미 2015년 웹드라마 <우리 헤어졌어요>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이후 마동석 주연의 영화 <챔피언>과 조진웅이 전면에 나선 <독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독전>이 흥행하며 두 작품 만에 강승현은 누적관객 470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엄청난 행운임을 잘 알고 있다"며 그가 운을 뗐다.

화려함 속에 숨은 노력

<독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마약전담팀 소속 형사 소연이다. 표정 변화 없이 팀장 원호(조진웅)의 집념을 믿고 묵묵하게 따르는 캐릭터다. 거친 마약 상들과 결투를 마다하지 않고, 위장수사를 위해 변장을 하는 등 팀에 헌신하는 인물이다. 여성 캐릭터라지만 이해영 감독은 직접 액션을 소화하길 원했고, 강승현은 4개월 간 액션스쿨에 다니며 극에서 선보일 액션을 몸으로 익혔다.

사실 표정 변화 없이, 제한된 대사로 캐릭터를 드러내기란 연륜 있는 배우 입장에서도 어려운 법. 강한 개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연기를 잘했다고 쉽게 인정받기 어려운 캐릭터다. 강승현은 "튀지 않으면서도 끈끈한 팀원이 돼야 했다"며 "감독님과 조진웅 선배와 함께 고민하면서 나아갔다"고 말했다.

 영화 <독전>의 한 장면.

영화 <독전>의 한 장면. ⓒ NEW


 영화 <독전>의 한 장면.

영화 <독전>의 한 장면. ⓒ NEW


"팀 안에서 팀원으로 보이는 게 가장 중요했다. (연기가 막힐 때마다) 소연은 어떤 성격이고, 어떤 모습일까를 많이 생각했다. 형사 분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팀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였기에 무조건 한 팀으로 보이는 게 중요했다. 다른 캐릭터들을 보니 전 튀어서는 안 될 캐릭터였고, 액션을 직접 보이면 좋겠다는 감독님 말씀에 액션 스쿨을 다녔다.

소연을 잘 드러나는 대사는 거친 격투 이후 팀장에게 '네 괜찮습니다'라고 하는 그 한 마디라고 생각한다. 다른 팀원들은 (상황에 따라) 화도 내고, 팀장에게 반항도 하고 그러지 않나. 소연만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형사 정일(서현우)이가 팀장의 오른팔이라면 저 스스로는 소연이 팀장의 왼팔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여자 캐릭터가 아닌 두 번째 팀원이라 생각한 것이다. 20대에 경찰대를 졸업하고 6년, 7년 차가 된 경찰이라 상상했다. 그만큼 묵직한 모습을 보여야 했던 캐릭터였다."

이 지점에서 <독전>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의 성적 대상화에 대해 물었다. 중국 거래상 진하림(김주혁)의 심복 보령(진서연)은 시종일관 마약에 취한 관능적인 모습을 보였고, 소연 역시 위장수사 과정에서 보령으로 분장하면서 노출이 강한 옷을 입어야 했다. 강승현은 "유일하게 감독님에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제 주장을 폈던 부분"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해영 감독과 대화 이후 그는 소연의 그 복장을 납득할 수 있었다. 옷의 노출이 심한 건 맞지만 평소 편한 복장을 하던 소연이 보령으로 위장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령을 따라 섹시한 옷을 입어야 한다면 그런 옷이 맞다는 게 이해영 감독의 설명이었다.

"<독전> 개봉 후 여러 여성 캐릭터를 묶어서 쓴 기사들을 봤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간 여성 캐릭터가 많은 영화가 별로 없었구나였다. 제 역할이 겉으로 보이는 게 많은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일단 전 (<독전>에) 여러 여성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게 기뻤다. 대본이 나온 후 첫 촬영까지 반년이 걸렸는데 그간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캐릭터에 색깔을 넣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가 아닌 캐릭터 별로 내용을 만들어왔다는 뜻이다. 

소연도 마찬가지다. 차승원 선배의 오른팔로 나온 분도 여성이잖나. (소연과 대결하는데) 여성 대 여성이 아닌 센 사람들끼리 붙는 것이었다. (여성일지라도) 감독님은 정말 멋있는 액션을 원하셨다. 또 소연은 원작 영화(<마약전쟁>)에도 있는 캐릭터지 않나. 원작에선 더욱 팀장의 오른팔처럼 붙어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

 영화 <독전>에서 형사 소연 역을 맡은 강승현.

영화 <독전>에서 형사 소연 역을 맡은 강승현. ⓒ YG, YG케이플러스


<독전>을 두고 강승현은 신념의 영화로 정의했다.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인 이 선생을 원호가 과연 죽였는지 영화에선 나오지 않는다. 롱샷으로 노르웨이 눈밭에 홀로 남겨진 집 한채를 보이며 총소리만 들려줄 뿐이다. "그 결말은 사실 계속 바뀌어 왔다"며 강승현은 "(마지막 장면 촬영지인) 노르웨이에 가서 정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그 결말이 전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는 내내 원호는 자신의 신념을 마치 도장 깨기 하듯 지켜가잖나. 소연의 신념은 원호였다, 그랬기에 끝까지 그를 믿고 따라갔던 것이다. 영화에서 원호가 (경찰을 관두면서) 팀원들에게 너희들은 지치지 말라고 하잖나. 약간 허무하면서도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이 신념을 강승현에게 적용해 보았다. 모델 이후 연기자로 제 2의 삶을 다지고 있는 그다. "아직 잘 모르는 분야기에 감히 뭘 어떻게 하고 싶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그는 "분명한 건 모델 이후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어하는 또 다른 일이라는 사실"이라 밝혔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모델을 하고 싶어 고등학생 때부터 아카데미에 다녔고, 동기들이 다 잘 될 때 저만 안 되던 때가 있었다. 모델이라는 직업을 사랑했다. 그 뒤에 했던 프로그램 진행자 등은 모델 일과 맥락이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델 외에 다른 것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한 처음의 일이다.  

웹드라마 <우리 헤어졌어요> 직후 제대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제가 만족한 과정이면 좋은 결론이다. 어떤 사람은 실적을 결과로 보기도 하지만 전 과정을 보는 사람이다. <우리 헤어졌어요>는 그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끝나자마자 연기수업을 받았다. 그 작품 이후 오디션도 없었고, <독전> 출연이 정해진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제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거쳐 온 것이다."

최고의 자리와 신인 사이

 영화 <독전>에서 형사 소연 역을 맡은 강승현.

영화 <독전>에서 형사 소연 역을 맡은 강승현. ⓒ YG, YG케이플러스


모델로 정점을 찍었기에 연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포드 대회 이후 5년 넘게 뉴욕에 살면서 그는 신인 모델로서 동양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여러 고충을 이겨냈다. 단지 최고에 오른 시간이 다른 분야보다 짧았을 뿐이다. 수명이 짧고 소모되기 쉬운 모델 분야, 그것도 해외에서 강승현은 "한국에 있었으면 못 겪었을 좋고 나쁜 경험들을 20대에 겪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모델이었다는 걸 아시는 분들 입장에선 저를 신인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안다. 모델을 해봤기에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제겐 초심으로 돌아가 뭔가를 시작해볼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이렇게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어렵게 시작했으니까 천천히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목표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원래 제가 목표를 크게 세우지 못한다. 작은 성취감에 행복해 한다. 멀리 내다보기 보단 천천히 올바른 길로 가고 싶다. 사실 '올바른'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밤을 세야 한다(웃음). 신념대로 잘 해내고 싶다."

마치 <독전>의 원호가 그랬듯, 강승현에게 같은 말을 돌려줬다. 지치지 않고 신념을 지키며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일이다.


강승현 독전 조진웅 모델 마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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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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