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얼마 전, 거동이 불편하신 팔순의 아버지께서 주변 친구분들의 도움을 받아 주변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어렵사리 다녀오셨습니다.

다녀오신 소감을 묻자 아버지께서는 정말 아름다운 곳인데, 특히 대통령 길은 가족들이 함께 산택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고 하시면서 안내 팜플릿을 건네시며 대통령 길을 설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 팜플릿에 기재되어 있는 대통령길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청남대를 이용 방문하신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전두환 대통령 길', '노태우 대통령 길', '김영삼 대통령 길', '김대중 대통령 길', '노무현 대통령 길', '이명박 대통령 길' 등 6개의 대통령 길의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청남대를 이용 방문하신 대통령의 이름이 붙인 길?  궁금했습니다. 호수 주변에 난 길에 왜 굳이 이름을 그것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그래서, 그 유래를 찾아 보았습니다. 청남대 공식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 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중부권에 별장의 필요성이 논의되었고 주변 경관과 지리적 요건이 잘 맞아 경호실장에 의해 1983년 6월 착공, 6개월만인 12월에 완공되었다'라고...

대통령이 휴가를 보낼 때 사용하는 별장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라는 신분의 무게를 감안했을 때, 일반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곳보다는 보안이 유지될 수 있는 별도의 공간, 말 그래도 별장이 필요할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별장의 필요성 여부와 별도로 이 대통령 길 유래를 추론해 보면 어쩌면 이 '대통령 길'은 군부정치 권위주의의 잔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현재의 명칭에 정당한 명분이 있다면 앞으로도 이 길에 계속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길에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다면 작년부터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의 이름도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하긴, 최근에 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이름으로 된 길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제안합니다. 이제 청남대 둘레 및 올레 길에 붙여진 대통령들의 이름을 떼어 내고 고스란히 자연의 품으로 돌려주기를 제안합니다.

예를 들면,
'전두환 대통령 길' 대신에 '고목 길' 또는 '고라니 길'
'노태우 대통령 길' 대신에 '호수 옆 길' 또는 '다람쥐 길'
'김영삼 대통령 길' 대신에 '잔디 길' 또는 '수달 길'
'김대중 대통령 길' 대신에 '단풍나무 길' 또는 '노루 길'
'노무현 대통령 길' 대신에 '은행나무 길' 또는 '비둘기 길'
'이명박 대통령 길' 대신에 '장미 길' 또는 '까치 길'
등등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합니다.


태그:#청남대, #둘레, #박근혜, #전두환,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