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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는 18일 대구영풍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낙동강 환경오염원인 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는 18일 대구영풍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낙동강 환경오염원인 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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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수거한 사체와 죽어가는 왜가리입니다. 새벽 5시에 나갔더니 이미 와서 수거해가고 나머지 내가 수거해온 것입니다. 이처럼 매일 10마리 이상 수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죽은 사체 400마리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의 오염원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풍제련소는 1970년에 설립된 회사로 아연을 비롯해 황산과 황산동, 인듐 등을 생산하는 종합비철금속 제련회사이다.

영풍제련소는 지난 2월 24일 폐수처리공정 중 침전슬러지 반송펌프 고장으로 완전하게 처리되지 못한 폐수 70여 톤이 낙동강 상류에 방류되는 오염사고를 일으켰지만 행정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중장비를 동원해 흔적을 없애려다 주민들에게 발각되었다.

영풍제련소가 이처럼 지난 2013년부터 폐수를 방류해 수질이 오염된 것은 46건에 이른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과연 얼마나 중금속이 오염된 폐수가 방류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태규 안동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회장이 18일 오전 대구 영풍문고 앞에서 마대에 담겨 있던 왜가리 사체를 바닥에 쏟아냈다. 이 회장은 "이처럼 끔찍한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원인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며 "새들만 죽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도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수거한 물고기 사체만 500마리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태규 안동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회장이 안동댐에서 왜가리 사체가 매일 10마리 이상 나오고 있다며 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했다.
 이태규 안동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회장이 안동댐에서 왜가리 사체가 매일 10마리 이상 나오고 있다며 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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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꺼내놓은 왜가리의 죽은 사체에서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쏟아져 나왔고 아직 살아 있는 한 마리는 힘 없는 날갯짓을 하다가 이내 고꾸라졌다. 사체를 본 시민들은 "아~"하고 탄식을 자아냈다.

이 회장은 "48년 동안 영풍제련소에서 내려 보낸 폐수가 안동댐에 가득 쌓여 있다가 지금 나온다"며 "지금 안동댐에 오면 붉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을 직접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지역 54개 단체들로 구성된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대구시 중구 반월당 영풍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에 영풍석포제련소 퇴출을 청원했다.

공동대책위는 "1970년부터 2018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봉화군 소재 영풍석포제련소는 1300만 국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최상류 협곡에 자리잡아 우리 식수원인 낙동강을 심각히 오염시켜 왔다"며 폐쇄를 촉구했다.

이들은 새와 물고기의 사체, 썩어가는 안동댐 물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적폐! 죽음의 영풍제련소 낙동강에서 썩 꺼지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들고 "낙동강 식수원 오염시키는 영풍제련소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영풍제련소는 일본 동방아연이 60년대 카드뮴 중독사건으로 유명한 '이따이이따이병'의 발발로 더 이상 일본 내에서 가동이 어렵게 되자 그 기술력이 국내에 수입돼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잡게 된 것"이라며 "영남인의 젖줄이자 목숨줄인 낙동강 최상류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오염유발 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무책임한 봐주기로 48년 동안 얼마나 심각한 수질오염을 자행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지도 못했다"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영풍이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해 솜방망이 처벌을 이끌어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동댐에서 발견된 왜가리 한 마리가 힘없는 날갯짓을 하고 있다. 등에 깃털이 빠지고 상처가 난 자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낙동강 상류의 영풍제련소가 죽음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안동댐에서 발견된 왜가리 한 마리가 힘없는 날갯짓을 하고 있다. 등에 깃털이 빠지고 상처가 난 자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낙동강 상류의 영풍제련소가 죽음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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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공동대표는 "영풍제련소 대표가 4년 전 '오염수를 한 방울도 내려보내지 않는 무방류시스템을 곧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면서 "지금까지도 시설개선을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영풍제련소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전혀 믿지 않는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말을 하는 철면피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어릴 때 강물에 들어가 멱을 감고 목이 마르면 그냥 마시던 낙동강으로 되돌려 달라"고 말했다.

노진철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있다고 자부하는 마당에 과연 이런 대표적 오염산업을 우리가 안고 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동댐에서 18일 오전 발견된 왜가리 사체와 금방 죽을 것처럼 힘이 빠진 왜가리 한 마리.
 안동댐에서 18일 오전 발견된 왜가리 사체와 금방 죽을 것처럼 힘이 빠진 왜가리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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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올해 2월 처리되지 않은 오수 70여 톤을 낙동강으로 무단 방출시키는 오염행위가 적발돼 경북도로부터 조업중지 20일의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영풍은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영풍그룹 측은 "안동댐 오염에 대해서는 농업오염이라든지 다양한 오염원이 있을 수 있어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전문가가 나서 조사를 할 경우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또 영풍석포제련소의 오염원 배출에 대해서는 "내년부터는 특허를 낸 무방류시스템을 이용해 폐수가 나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환경부 및 경상북도와도 이미 협의를 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50여일 째 영풍문고 대구지점 앞에서 해오고 있다.


태그:#영풍제련소, #청와대 청원, #안동댐 오염, #왜가리,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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