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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들은 싸움을 할 때, 상대방이 주먹질을 하려 팔을 휙 뻗쳐오면 몸에 주먹이 닫기도 전에 두 눈을 질끈 감기 일쑤입니다. 주먹이 몸에 닫기도 전에 눈을 감다 보니 날아오는 주먹을 끝까지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끝까지 보지 못하니 제대로 피하지 못해 그대로 맞게 되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권투나 태권도를 오래한 고수들이나 소위 싸움꾼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날아오는 주먹을 끝까지 보며 피할 것은 피하고, 반격을 가할 틈이 보이면 반격을 가해 기승을 잡는다고 합니다.

웬만한 고수가 날아오는 주먹을 끝까지 살피는 정도라면 아주 숙련된 선수들은 날아오는 주먹을 살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동작을 하기 전에 앞으로 할 동작을 미리 읽어 사전에 대비를 하거나 선제공격으로 아예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제압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맞서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주먹질 같은 물리적 공격만 있는 건 아닙니다. 두 눈 부릅뜨고 끝까지 살핌으로 피할 수 있는 건 주먹질 같은 물리적 공격뿐만이 아니라 삶을 괴롭게 만드는 불만, 불안, 슬픔, 좌절 같은 여러 종류의 괴로움이 있습니다.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 지은이 타라 브랙 / 옮긴이 윤서인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6월 11일 / 값 20,000원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 지은이 타라 브랙 / 옮긴이 윤서인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6월 11일 / 값 20,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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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지은이 타라 브랙, 옮긴이 윤서인,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명상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30여 년간 수련하고, 가르치고, 상담하며 체험한 경험담이자 사례들을 모아 엮은 결실입니다.

'사람 사는 거 다 그렇고 그렇다'고 합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사례들은 특별나거나 엄청난 사람들에게나 생길 수 있는 대단한 일들이 아닙니다.

아이 때문에,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돈 때문에, 건강 때문에…,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로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대개의 사람들이 나만의 문제인 것처럼 경험하지만 펼쳐놓고 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 사례들입니다. 

어떤 사례는 내 이웃이나 친구 이야기 같고, 또 다른 어떤 사례는 바로 내 이야기이자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괴로움 일수도 있는 사례들이라서 결코 허투루 읽히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종류의 정서적 고통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으로 'RAIN'을 제시합니다. RAIN은 'Recognize'와 'Allow', 'Investigate'와 'Non-identification'의 머리글자로, 정서적 고통을 극복하는 첫 걸음 역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날아오는 주먹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 날아오는 주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듯 정서적 고통을 극복하는 첫걸음 또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현실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수련생고과 내담자,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RAIN을 가르치고 계속 수정하고 확장해 왔다. 그렇게 조금 변형된 기법을 이 5장에서 소개할 것이다. 이 기법은 나의 삶에서 핵심 수행법이기도 하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래의 순서로 제시된 네 단계의 RAIN이 가장 도움이 된다.

R :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인식하라Recognize.
A : 삶을 있는 그대로 허락하라Allow.
I : 내면의 경험을 다정하게 조사하라Investigate.
N : 비동일시Non-identification.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120쪽-


잠기지 않은 자물쇠를 열지 못한 마술사

위대한 마술사 해리 후디니는 탈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어떤 감방에서도 번번이 쉽게 빠져나와 관중들을 감동시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리 후디니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 있는 감방에서 탈출하는 데 실패합니다.  

온갖 방법을 다써가며 감방 문을 잠그고 있는 자물쇠를 열려고 했지만 도저히 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끝내 자물쇠를 열지 못한 해리 후디니는 교도소장에게 대체 어떤 자물쇠로 잠근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교도소장은 '아주 평범한 자물쇠인데, 당신이 쉽게 풀 거라고 생각돼 아예 처음부터 잠가놓지를 않았다'고 답하였습니다. 

마술사는 처음부터 자물쇠가 잠겨있지 않은, 감방 문이 활짝 열려있는 공간에 있었지만 자신이 갇혔다고 믿은 마음, 자물쇠를 풀어야 벗어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스스로를 더더욱 단단히 가둔 사슬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각양각색의 괴로움이나 스트레스, 그런 괴로움이나 스트레스를 벗어나려는 노력 또한 어쩌면 마술사를 가둔 강박관념처럼 마음을 가두는 감옥이 돼 옥죔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고, 강박의 손아귀에서 농락당하지 않을 지혜는 연습과 수련, 경우의 경험을 통해 익숙해지는 RAIN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켰다는 전화는 누구라도 받을 수 있는 일입니다. 배우자가 불륜을 했다는 고백도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직시하고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 후에 이어질 삶의 질은 달라질 것입니다.

간접 경험을 통한 경험, 경우별 맞춤식으로 길라잡이 해주고 있는 명상 연습을 익히다 보면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어느새 갖추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명상을 하며 느끼는 콧구멍 속 공기는 달착지근하고, 마음을 헤집으며 새겨지는 미소는 하회탈 주름만큼이나 깊이를 더해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 지은이 타라 브랙 / 옮긴이 윤서인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6월 11일 / 값 20,000원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

타라 브랙 지음, 윤서인 옮김, 불광출판사(2018)


태그:#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윤서인,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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