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민둥째 잘려나간 경산시의 도심 가로수.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완전히 잘려버렸다
 민둥째 잘려나간 경산시의 도심 가로수.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완전히 잘려버렸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아름드리 가로수가 밑둥째 뎅강뎅강 잘리더니, 뿌리째 뽑혀나갔다. 아름다운 도심의 경관을 이루어줘 전국적으로도 가로수로 인기가 높은 수종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뎅강뎅강 잘려나간 것이다. 그것도 수량이 수십년 된 아름드리나무 6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나갔다.

잎의 무성한 도심 가로수 60여 그루를 잘라버린 경산시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 11일 찾은 현장은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잘려나간 밑둥만 흔적으로 드문드문 보이고, 뿌리째 뽑히고 정리가 돼 가로수가 심겨진 사각형 공간만 보일 뿐이다.

 잘라버린 나무를 중장비를 동원해 뿌리까지 뽑아내고 있다
 잘라버린 나무를 중장비를 동원해 뿌리까지 뽑아내고 있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도심의 가로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기능에 이어 뜨거운 여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 삭막한 도시공간을 걷는 시민들에게 휴식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도시공간은 덤으로 만들어준다.

이런 도심 가로수가 밑둥이 잘리고 뿌리째 뽑혀나간 것이다. 도심 가로수를 관리하고 있는 경산시 공원녹지과가 지난 공식 선거기간 중에 벌인 일이다.

이런 경산시의 조치에 대해 경산시민들의 비난이 드세다. 처음 이 문제를 기자에게 제보를 해온 전직교사 조용길씨는 다음과 같이 경산시를 비난했다.

"치료를 위해 경산오거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가로수가 잘려나가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프고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수십년 된 가로수를 잘라버리는지 그것도 온 국민이 선거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 선거기간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경산시에 전화해서 항의도 해보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해명만 들었다. 전형적인 혈세탕진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언론 등의 관심의 눈길이 온통 선거에 쏠린 선거운동 기간에 엉터리 행정을 벌여 시민들의 비난의 눈길을 피한 것이란 비판이다.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나가고 사각박스 모양의 공간만 덩그러니 남았다. 뙤약볕이 내리쫴는 여름날 그늘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나가고 사각박스 모양의 공간만 덩그러니 남았다. 뙤약볕이 내리쫴는 여름날 그늘이 완전히 사라졌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정말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되는 경산시의 행정의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산시 담당 공무원은 다음과 같은 해명을 했다.

낙엽 치우기 어렵다는 민원 때문에 가로수를 잘라버린 경산시

"지속된 민원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전신주의 전선이 나무에 닿아 벌채를 했다. 그 모습도 보기 좋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상가의 간판이 가린다는 민원, 가로수가 커 보행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 메타세쿼이아 낙엽이 잘아 치우기 힘들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전지를 할 것이 아니라 수종을 교체하기에 결정하고 이번에 조치를 한 것이다."

가로수의 공익적 기능이 크지 않느냐, 민원이 아무리 들어오더라도 그 민원이 합리적인지 따지고 행정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일인데, 그것도 수십년을 키운 나무를 잘라버리는 건 너무 안일하게 일 처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가 물음에 담당자는 다시 해명했다.

"가로수를 관리하는 데도 어짜피 예산이 쓰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로수를 언제까지 키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이건 시장님의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제기된 문제라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벌채를 피해 겨우 살아남은 잎이 무성한 메타세콰이아가로수
 벌채를 피해 겨우 살아남은 잎이 무성한 메타세콰이아가로수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런 해명에 대해 경산 녹색당 당원인 백재호씨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오래된 가로수가 즐비한 서구의  도심을 구경해 보지도 못한 것인가. 나무도 생명체다. 보행에 방해가 된다고, 청소하기 힘들다고 하는 어이없는 민원까지 고려했다는 것에 더 분노가 치민다. 그런 말도 안되는 민원은 들어주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바치는 게 아니다. 이건 전형적인 혈세탕진 행정에 생명경시의 반생태적인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경산 녹색당  당원들과 공식 대응할 것이다."

해당 일이 알려지자 경산시의 어이없는 행정에 대한 SNS상의 비난도 드높다. "경산시 완전 미쳤네", "업자 작업 들어갔네", "낙엽이 안지는 나무도 있나요?", "역사와 문화가 뭔지 모르는 천한 것들" 등등의 비난 댓글이 쇄도한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조경업자와 관할 지자체가 결탁해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sns상에서 경산시에 행정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누리꾼들
 sns상에서 경산시에 행정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누리꾼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아무 계획도 없이 나무만 자른 경산시, 경산시의 품격이 땅에 떨어지다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경산시의 행정은 아직 예산조차 배정이 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해당 담당자는 "아직 예산 배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직 어떤 나무를 심을지도 결정이 안되었다. 이번 추경에 예산이 잡히면 그곳에 적합한 새로운 나무를 선택해 심을 것"이라 했다. 즉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무만 잘라버린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잎이 무성한 나무를 이 여름날에 자르고 본 것이다. 뙤약볕이 내리쫴 그늘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 여름날 굳이 이런 일을 벌어야 했을까? 

영남대와 대구대 등등 여러 대학이 집중해 있은 학원도시인 경산시가 벌인 행정이라 더 답답해하기도 한다. 처음 문제제기를 한 조씨는 다음과 같이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창원시는 같은 수종의 가로수를 잘 가꾸고 있다. 같은 수종의 나무로 가로수를 심어놨지만 경산시처럼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는 않는다.
 창원시는 같은 수종의 가로수를 잘 가꾸고 있다. 같은 수종의 나무로 가로수를 심어놨지만 경산시처럼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는 않는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오래된 나무들이 즐비한 풍경은 학원도시의 이미지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인데 왜 이런 어이없는 행정을 벌이는지 안타깝다. 나무를 대하는 행정을 보면 시민들에게 대해는 행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경산시는 이 일에 대해 사과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전임 시장이 이번 선거에도 당선됐으니 그 책임은 더욱 중하다고 본다."

조씨의 말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온 최영조 후보는 당선되어 3선 경산시장이 됐다. 최 당선인은 당선 소감사에서 "소통하는 시장이 되겠다" 밝혔다. 최 당선인은 시민들과 보다 열린 소통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일은 어떻게 보면 큰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무와 같은 생명을 다루는 것을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경산시의 품격은 땅에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떨어진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경산시는 이런 일들은 두 번 다시 벌이지 말아야 한다."

전직교사이자 경산시민인 조씨의 말이다. 

 선거운동 기간 무단 벌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가로수. 아무리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이런 생명을 다루는 데서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가 있다.
 선거운동 기간 무단 벌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가로수. 아무리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이런 생명을 다루는 데서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가 있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발을 동동구르며 이 사건을 안타까워 하시는 한 시민의 제보로 이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 나무와 같은 생명을 대하는 것을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산시의 품격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산은 뚫리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