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라> 영화 포스터

▲ <아일라> 영화 포스터 ⓒ (주)영화사 빅


* 주의! 이 글은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터키의 군인 슐레이만(이스마일 하지오글루 분)은 유엔군으로 참전한다. 그는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부모 없이 홀로 남겨진 5살 소녀(김설 분)를 발견한다. 전쟁의 참상과 부모를 잃은 충격에 말문을 닫은 소녀에게 슐레이만은 '아일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부대로 데리고 와서 정성껏 보살핀다.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딸로, 아일라는 슐레이만을 아버지로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부대가 터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데리고 갈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한국의 아이는 한국에서 키워야 한다는 상부의 원칙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영화 <아일라>는 유엔군으로 한국에 파병되어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 군인 슐레이만이 우연히 발견한 5살 한국 고아와 부녀의 깊은 정을 쌓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삼는다. 고국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으로 받은 슐레이만은 터키로 몰래 아일라를 데리고 가려다가 발각되어 홀로 귀국길에 오른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두 사람은 2010년 MBC 다큐멘터리팀의 도움을 받아 60여 년 만에 기적처럼 재회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슐레이만과 아일라의 이야기는 2010년 MBC 6.25 특집 다큐 <코레 아일라>와 2017년 한국-터키 수교 60주년 특집 MBC 스페셜 <아일라-푸른 눈의 병사와 고아 소녀>로 방송되어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아일라> 영화의 한 장면

▲ <아일라>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슐레이만과 아일라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명을 받은 잔 울카이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영화로 옮기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아일라>를 연출한 계기를 "무엇보다 실화이고 인물들이 아직 생존해 있다는 것이 동기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실화가 가진 의미와 힘을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라고 부연한다.

<아일라>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규모를 자랑하는 스펙터클과 거리를 둔다. 대신에 슐레이만과 아일라의 사연에 전쟁에 대한 입장을 더해 서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는 슐레이만을 통해 '희생'을 관찰한다. 사랑하는 여자가 한국으로의 파병을 만류할 때에 슐레이만은 "그곳은 조국의 도움이 필요하고 조국은 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귀국할 때에 조국은 슐레이만에게 아일라를 버리라고 명령한다.

"한국에 올 때 고향에 모든 걸 두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되니 똑같은 걸 강요하네요"라고 슐레이만은 외친다. 더는 사랑하는 이를 슬픔을 겪지 않겠다고 항변한다. 이미 많은 동료를 전쟁에서 잃었기 때문이다.

<아일라> 영화의 한 장면

▲ <아일라>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슐레이만은 한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개미 때문에 고생하는 상관의 고충을 듣는다. 그는 개미를 모조리 죽이려는 상관에게 공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전쟁과 희생을 막을 방법은 '공존'의 길을 모색할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아일라>는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개봉하여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터키가 제작한 역대급 작품'이란 평가를 받으며 2018년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 터키를 대표하는 영화로 출품되었다. 2017년 12월 한국-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한한 비날리 을드름 총리를 맞이한 문재인 대통령도 <아일라>를 언급하며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25를 잊지 않고 현충일을 기리는 6월에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만든 <아일라>를 만난다는 건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전쟁의 상흔은 절대 잊어선 안 되는 슬픔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아일라> 영화의 한 장면

▲ <아일라>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잔 올카이 감독은 <아일라>를 보는 관객들이 "인간의 순수한 사랑과 친절이 무엇인가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란 바람을 전한다. 그는 "오늘날 세계는 폭력, 인종차별, 정치공작, 욕심, 불신으로 가득 차 있지만,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아일라>를 통해 두 사람의 강하고 순수한 유대관계 속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을 불씨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한다.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죽고 싶지 않다고 한다. 슐레이만이 보여준 행동과 약속을 잊지 않는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 슐레이만은 여자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게는 그 어떤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두 가지 힘이 있어. 바로 선과 사랑이야."

아일라 김설 이스마일 하지오글루 알리 이타이 세틴 테킨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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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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