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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캠프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캠프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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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본업으로 가는 게. 이게 발을 잘못 디딘 거 아닙니까? 여기가 자기하고 안 맞는 데예요. 안 맞는 동네에 온 거죠."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연신 "안타깝다"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3위를 기록한 안철수 후보를 향한 애석함이었다. 유 전 의원은 정치권이, 안철수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여기가 소위 뻘밭이라고 하는데, 와서 뻘밭 뒹굴기에는... 이 뻘밭이라는 건 노무현 대통령 용어예요"라며 위로 아닌 위로도 건넸다. 그러나 그의 진단은 냉혹했다. 노사모나 박사모와 같은 사람도 없고, '안철수 현상' 이후 멘토들도 다 떠나갔고, 안철수 현상에 열광했던 젊은 세대도 이미 나이를 먹고 국민의당에서도 다 떠났다는 것이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는 지금 보수의 주자가 되려고 한다라고들 대개 보고 있으니까 더 의심을 하게 된 거고. 그러니까 당내 화합도 안 되고 정체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고. 그런데 안철수 대표는 그래도 왕년에 안철수 현상이라고 하는 것. 그래도 내가 나가면 더군다나 박원순한테 내가 한 번 양보까지 해 줬던 사람인데 시민들이 나를 알아서 모시겠지, 기대를 했겠죠(중략). 

지금 또 그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바른정당하고 합당을 하면서 거기도 배신자가 됐어요. 벌써 몇 해 되지도 않는데 도와주려고 왔던 사람들 다 떠나요. 지지층도 계속 떠나. 그러면요. 안철수 대표가 여기 전혀 천성에도 안 맞고 그 중요한 인재가 그 공동체를 위해서 더 봉사하려고 그러면 그쪽으로 가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게 아닌가."

'인재'라는 듣기 좋은 말은 진심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러나 핵심은 정치를 그만두라는 권유에 다름 아닌 조언인 셈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도 "솔직히 인간적으로 안쓰럽고 안 돼 보인다"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유 작가는 "지금 필요한 건 진로에 대한 판단이다"라며 "초반에 가장 화려했고 그 이후로 계속 내리막"이란 가감 없는 진단도 내렸다. 유 전 의원과 엇비슷하게 정중하고 사려 깊은 표현이었지만, 맥락은 같아 보였다. 정치를 그만두라는 충고인 셈이다.

"스스로 7~8년의 기간 동안 국민들과 함께 했는데, 국민들이 인정을 안 해준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봐요. 꼭 정치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난 솔직히 인간적으로 안쓰럽고 안 돼 보여요."

'서울시장 3위'보다 더 충격적인 지지자 이탈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캠프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을 위해 쪽지를 준비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캠프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을 위해 쪽지를 준비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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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3위라서가 아니다. 본인은 물론 압도적인 2위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꿈꿨을지 모른다. 그러나, 민심은 냉혹했다. 안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19.6%(97만374표). 19대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기록했던 21.4%의 득표율과 비교한다면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심각성은 비단 득표율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중에 바른미래당을 지지한 사람들이 29.3%. 30%가 채 안 되고요. 그리고 자유한국당 보시면 21.2%. 그리고 민주당 31%입니다. 자유한국당보다 오히려 민주당으로 이탈한 경우가 더 많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MBC 선거방송이 분석한 안철수의 지지층 이탈 현상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약 97만 명의 유권자들 중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 후보의 정당인 바른미래당을 지지한 이들이 불과 30%가 안 됐다는 얘기다.

나머지 유권자들 중 21%가 자유한국당으로, 심지어 바른미래당 지지자보다 많은 31%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3위라는 가시적 숫자보다 안 후보가 더 충격으로 받아들일 상징적 수치는 바로 이런 민심의 이반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바른미래당 내부는 '3위 안철수'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14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한 정병국 바른미래당 선거대책본부장의 진단은 꽤나 솔직했다.

"결과론적으로 국민들이 저희 바른미래당에게 요구했던 것, 안철수 후보에게 요구했던 것은 새로운 정치이고 바른 정치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한 이후 바로 선거전에 진입을 하면서 제대로 합당 정신이나 창당 정신 이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패인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공천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구태 정치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졌다고 보고요. 선거과정에서 통합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도 국민들에게는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았던 거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세력으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정치는 그만"이란 충고, 괜히 쏟아질까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캠프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캠프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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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으로 출발해 '안철수의 새정치'를 거쳐 '극중주의' '양대 기득권 정당 반대'에 이르기까지. 더 들여다볼까. 2011년 '아름다운' 서울시장 후보 양보부터 2012년 대선후보 사퇴 이후 2018년 서울시장 낙마에 이르기까지, 안철수는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바른미래당까지 무려 세 번이나 창당을 거듭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2017년 대선에서도 그는 '3등'이었다.

결국, 새정치의 실체를 확인한 이가 있었을까. 그저 비정치인 출신 유명인 '안철수'라는 이름만 있었지 않았는가.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득권'으로 몰았던 안철수의 실체 없는 정치 여정은 오래된 언어로는 안철수식 '철새 정치'와 동의어로 규정할 수 있다. 

그 안철수 정치가 이제 최종단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선명한 정치철학도, 그 어떤 비전도 없었다. 그저 집권과 권력을 향한 '안철수를 위한' '안철수에 의한' 정치만을 반복했던 정치인 안철수는 과연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개혁과 혁신은커녕 보수주의와 권위주의 정치인으로 변모했던 안철수의 정치 시계는 계속 흐를 수 있을까. 잠시 시계를 2015년으로 되돌려 보자.

"안철수에게 엄중히 묻는다. 당신이 이루려는 '혁신'은 무엇인가? 유신체제로 되돌아가려는 박근혜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뒤 2017년 대선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당신과 비주류가 당권을 차지하고 공천권을 잡기 위한 것인가?"

지난 2015년 11월, 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이사장은 칼럼을 통해 '안철수는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구체적인 이유로 세월호 참사 농성 불참과 MB 비판, 국정 교과서 비판 등 다섯가지를 들었다. 본격적으로 보수를 선언하기 전이자 대선 전, 그의 정치적 스탠스를 따져 물은 것이다. 애석하게도,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저 물음은 유효해 보인다.

"과연 (안철수) 당신이 이루려던 '정치'는 무엇인가?"

지방선거 패배 후 안 후보는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성찰의 시간을 당분간 가지겠다"고 말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딸의 박사학위수여식 때문이란다). 과거 선거 패배 후 미국행과의 동어반복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꼭 달라지시기를.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세간의 잣대를 본인에게 들이대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지시기를. 만약 그 성찰에 성공한다면, '보수의 죽음'만큼이나 '안철수의 새정치'가 완전히 사망했다는 사실도 직시할 수 있을 테니. 유 작가의 충고처럼 마음을 비울 필요도 없다. 3등이란 숫자, 지지율 이탈과 같은 그저 '사실'만 보시라.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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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