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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성평등연구회 X 불꽃페미액션의 '교복 입원 프로젝트'. 영상 속 이들은 교복이 일상생활을 하기에 불편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초등성평등연구회 X 불꽃페미액션의 '교복 입원 프로젝트'. 영상 속 이들은 교복이 일상생활을 하기에 불편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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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상징하고, 학생들이 매일 입는 옷이 있다. 바로 교복이다. 먼저 말하자면 나는 이제 이 교복을 학교에서 없앨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교복의 불편함과 불합리성이다. 입학할 때 교복은 늘 크고 졸업할 때 교복은 늘 작다. 성장 전의 교복은 큼직큼직해서 나름 불편함이 적다고 해도 졸업할 때 교복은 활동을 제한할 정도로 작아져서 힘들다. 보통 2학년쯤 되면 점점 불편해지는데, 그 비싼 교복을 다시 사기 아까워 마저 입는다. 심지어 교복은 가격에 비해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복 바지가 찢어지거나 닳아 없어지는 건 일상다반사이다.

요즘에는 5월 정도만 돼도 덥다. 여기서 또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학교에서 날이 더워지면 바로바로 하복을 입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부분 선생님들은 마음대로 적당히 시원한 옷 입고, 차를 타고 언덕을 올라온다. 그 후 6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해 시원한 교무실에 지낸다. 반팔에 꽉 끼는 와이셔츠 입고 그 위에 니트 입은 후 마이까지 걸쳐 입고 다니는 우리들의 고충을 당연히 모른다. 그래서 학교마다 하복이 허용되는 시점은 천차만별이고 그게 늦는 학교의 학생들은 더움에 쩔어산다.

교복 찬성하는 입장인 사람 중에 하나가 그러더라. 청소년이 교복을 입으면 자신이 학생 신분이라는 것을 자각해 비행 청소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학생인 나의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럽다. 교복에서 착함 바이러스가 뿜뿜 쏟아져 나와 담배 피우던 청소년들이 흡연을 그만둔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또 하나 의문이 있는데 학생신분, 학생다움 이런 단어들은 무엇일까? 어른들은 공감 못 할지 몰라도 이 단어들은 "학생이 감히!" 또는 "어디서 어린 것이!" 라는 인식 속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민주주의 사회에서 '학생신분'이라는 단어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이런 저급한 주장에까지 반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교복 입어야 학생답다고?

교복은 가격에 비해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복 바지가 찢어지거나 닳아 없어지는 건 일상다반사이다.
 교복은 가격에 비해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복 바지가 찢어지거나 닳아 없어지는 건 일상다반사이다.
ⓒ 박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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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측면에서도 교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복이 저렴하다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하루종일 교복만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그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교복값부터가 만만치 않다. 마이, 와이셔츠 두 벌, 바지 두 벌, 조끼, 가디건, 하복 와이셔츠 두 벌, 생활복, 하복 바지 이 모든 걸 다 사면 30만 원 후반은 나온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하루종일, 혹은 1년 내내 교복을 입고 다닐 리가 없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복을 입고 그 외에도 방학, 패딩 또는 교복 위에 걸치기 위한 옷을 구매한다. 결국 어차피 사야 할 옷값)+(교복값) = (전면 사복할 때 옷값) 공식이 거의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들 중에서 교복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다. 교복이 예쁘다거나, 매일 편하게 옷 고를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사복이 허용된 학교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교복이 없는 고등학교 1학년 1년을 보낸 적이 있는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몇 가지 옷을 매일 돌려 입었다. 가끔 기분 낼 때 빼고 말이다. 아침에 옷 고를 생각 굳이 안 해도 된다. 빨려 나오는 대로 입으면 된다. 다들 그러면서 다닌다. 정 교복 이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실제로 가끔 교복을 입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사복 허용은 복장 자체에 대해 자유를 주는 것이다.

'비싼 옷'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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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계속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주요한 주장 중에 하나는, 누군가 비싼 옷을 입어서 이를 입지 못하는 다른 학생이 위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비싼 옷을 과시하고, 경쟁하는 일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교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솔직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그런 친구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있으니까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비싼 옷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누군가 비싼 옷을 입었을 때 누군가는 위축감을, 누군가 자부심을 느낀다는 게 본질이다. 이런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비싼 옷을 입는 것이 나를 치켜세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 비싼 옷을 못 입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두 가지 모두 학교에서 교복 폐지를 통해, 교복 폐지와 함께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세대가 교복을 입는다는 것은 우리 세대도 사회에 진출하였을 때 암묵적으로 정장 또는 우리가 원치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그런 사회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적어도 우리세대는 더운 여름에 길고 불편한 정장을 입는 세대가 아니라 계절과 상황에 맞게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옷을 입고 일하는 세대가 돼야 한다. 이제는 교복 폐지에 관한 의견이 공론화되어 사회적으로 교복을 퇴출하고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태그:#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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