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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MBC 인터뷰 도중 '인이어'를 빼는 장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MBC 인터뷰 도중 '인이어'를 빼는 장면.
ⓒ MBC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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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공직자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 개인의 삶과 다르게 많은 사람과 관계돼 있기 때문에 100만 시정을 맡고 있을때보다는 많은 책임감, 하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재명 당선자)
"어려운이란 말씀도 하셨는데, (선거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셨어요. 앞으로 도지사가 되시면..." (앵커)
"네,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저희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재명 당선자)

개표가 막바지로 향해 가던 13일 밤, 지방선거에서 낙승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MBC와 한 인터뷰를 본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느꼈을 것이다. 분명 방금 전까지 질문을 듣고는 "네, 잘 들립니다"라고 했던 이재명 시장의 '인이어'가 왜 갑자기 고장이 났는지, 아니면 이 당선자가 들리면서도 인터뷰를 회피했는지 말이다. MBC 박성제·김수진 앵커가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인상은 이 당선자의 무례함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그 짧은 인터뷰를, 선거에서 논란이 됐던 내용에 대한 질문을 거부한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이었다. 더욱이 언론의 질문을 시청자의 물음으로, 유권자의 궁금증과 동일시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보일 법한 상황이었다.

이 당선자의 의도적인 인터뷰 중단

JTBC와의 인터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임질 부분 있으면 책임진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 말씀이신가요?"라는 이지은 앵커의 질문을 듣자 이 당선자는 날선 목소리를 냈다. "책임이 무슨 말이죠? 저는 그런 이야기 한적 없는데요?"라고 답했다.

이에 앵커는 "방금 말씀하시면서..."라고 질문을 이어갔고, 이재명 당선자는 "저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는데요.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이라는 가정에서 말한 적 없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가 봐요"라고 쏘아 붙였다.

의문은 노컷뉴스V가 공개한 캠프 사무실 화면 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풀린다. 이 당선자가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중단했다는 사실 말이다

"저는 국민들 스스로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만들어낸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책임지겠습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경기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역시나 여기까진 상식적인 인터뷰요, 그럴 법한 당선 소감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달리 해석할 수도 있지만, '책임' 부분은 스스로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스캔들'에 대한 언론사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 시장은 슬슬 짜증이 나는 얼굴이었다.

급기야 이 시장은 카메라 앞에서 "다른 얘기 하시면 안 됩니까. TV조선의 관심사는 오직 그 부분인 거 같아요"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헌데,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그의 돌변이 여지없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당선자의 논리는 이랬다.

"대변인! 더 이상 하지마, 인터뷰." 
"엉뚱한 질문을 자꾸해서 안 돼. 약속을 어기기 때문에 안 돼. 다 취소해."
"엉뚱한 얘기하면 다 내가 끊어 버릴 거야.
"예의가 없어, 예의가 없어."

자, 거듭 영상을 봐도 답은 한 가지다. 그러니까 이 당선자는 스스로 언급한 책임이랄지 논란에 대한 질문을 언론사들마다 거푸 하자 예의를 언급했다. 과연 그 예의라는 것이 무언인가. 각 방송사가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예의가 없다는 것인가, 본인이 거북한 질문을 받은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났다는 것인가. 아니면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예의가 없다고 말한 것인가.

전 국민이 보는 MBC 카메라 앞에서 "잘 안 들린다"며 이어폰을 빼 버린 이재명 당선자는 과연 유권자들 앞에, 시청자들 앞에서 예의를 지킨 것일까? 과연 이 당선자가 언급한 '책임'의 뜻은 무엇인가. 물론 언론이 관련 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질문하는 것을 두고 이재명 당선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 방송을 통해 인터뷰를 시청하던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그래서 14일 낮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그는 "시간 지나고 보니 내가 지나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사과하지 않았던가.

이 당선자는 선거 막판 이슈로 떠오른 논란에 대해 "선거 승리로 논란을 입증하겠다"는 발언을 종종해 왔다. 하지만 선거 운동 과정과 당선 후는 분명 다른 상황이다. 심지어 이 시장은 선거 기간 각종 고소고발 건으로 얽켜 있기도 하다. 논란의 진위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당선 직후 보여준 이러한 태도는 지지여부를 떠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태그:#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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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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