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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지난해 가을에 심었던 마늘, 완두콩, 양파를 수확한 자리를 정리하여 참깨를 파종하였다. 마늘과 완두콩과 양파는 수확시기를 기다리다보니 다른 집에 비해 조금 늦은 셈이다.

아주 작은 것이나 심지어 속이 좁은 사람을 빗대어 '깨알 같다'고 비유하는 것처럼 참깨는 작고 가벼운 작물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참깨는 약으로 쓰일 만큼 귀한 식품으로 대접받았고 지금도 선호도가 높은 고급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농산물도 그렇지만 특히 참깨는 씨앗을 넣고 수확하기까지 잔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파종하는 기계도 있다고 하지만 소규모 농가에서는 여전히 심고 베어 수확하기까지 사람의 손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국내산 참깨는 투입한 노동력에 비해 채산성이 없다.

그렇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수입 참깨 때문이다. 한때 수입 참깨의 가격이 국내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었던 적이 있어 참깨를 밀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국 여행객들은 귀국길에 참깨를 들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은 중국이나 인도 현지의 참깨 가격이 올라 밀수는 거의 없다고는 한다. 하지만 수입 참깨는 여전히 국산 참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시골 오일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국산 참깨는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참깨를 재배하지 않은 시골 노인들 중에는 자식들에게 수입산 참깨로 짠 참기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수입 참깨가 참기름으로 나오는 양이 적지만 국산 참기름의 맛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하면서 참깨 농사 못하는 것을 변명한다.

깨알처럼 일은 많아도 소득이 적은 작물


 지난해 완두콩 심었던 자리의 비닐을 걷어내고 퇴비를 뿌린 후 새로 만든 받이다. 반나절씩 이틀 걸쳐 다듬었으니 혼자 10시간 이상 노력한 셈이다. 
두 두둑은 왼편 옥수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 참깨밭 일부 지난해 완두콩 심었던 자리의 비닐을 걷어내고 퇴비를 뿌린 후 새로 만든 받이다. 반나절씩 이틀 걸쳐 다듬었으니 혼자 10시간 이상 노력한 셈이다. 두 두둑은 왼편 옥수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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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가 쉽지 않으니 가격이 높고, 그래서 수입이 늘어난다. 값싼 수입이 늘어나니 소규모 농사를 하는 농민들은 참깨 농사를 기피하여 국산 참깨가 자취를 감추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식량의 자급률이 낮은 나라, 많은 식재료가 수입되는 나라에 살면서 특별히 수입 참깨와 국산 참깨를 구분하는 일이 의미 없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개인의 이기심이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국내에서 나오는 자연농이나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싶은 게 솔직한 생각이다.

그래서 상추나 고추 등 채소는 물론 마늘과 완두콩과 양파에 이어 참깨 역시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작물이기에 자급자족을 목표로 해마다 재배를 거르지 않고 있다. 금년에도 폭 1.2m 길이 25m에 구멍이 9개 뚫린 멀칭 비닐을 덮은 두둑을 5개 만들었었다. 중간에 길을 제외하면 고작 50평 남짓한 밭이다. 

밭에 거름을 내는 일을 내가 했지만, 땅을 뒤집는 일은 경운기를 가진 이웃에게 부탁했다.
두둑을 치고 비닐 씌우는 일은 내 차지였다. 작은 병뚜껑에 구멍을 내고 일정한 간격으로 씨앗을 넣는 작업은 아내의 몫이었다.

11일 새벽, 아내는 남은 두둑 하나에 씨앗을 넣었다. 일을 마친 아내는 씨앗을 넣는 일을 하는데 한 두둑에 약 한 시간씩, 총 5시간 정도 걸렸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밭을 고르고 아내가 씨앗을 넣은 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니 15시간이 훌쩍 넘었다.

참깨는 수확하기까지 90일 가량 걸리는 여름 작물이다. 멀칭을 했다지만 풀매기는 해주어야하고 한 곳에 많이 난 싹은 솎아주어야 한다. 가을에 참깨를 베고 털어 말려서 완전히 식용이 가능하기까지 투입하는 노동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장마나 태풍의 피해가 없을 경우 1말의 참깨 수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도 1되의 시장 가격은 3만 원이었으니 우리가 1말을 구입했을 경우 30만 원이지만 만약 우리가 전량 판매했을 경우 우리에게 30만 원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비료 등 농자대금을 계산하면 우리의 실수입은 더 낮아질 것이다. 

현재 도시 노동자의 시간당 최저임금인 7530원이라고 하니, 실수입을 노동시간으로 나누면 단위시간 당 수입이 결정될 것이다. 그럴 경우 과연 단위시간 당 수입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 수준을 넘을 수 있을는지 엄밀하게 계산해봐야 할 것이다.

아마 아무리 후하게 계산해도 최저임금 수준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참깨 농사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우리 농산물을 지키자는 거창한 애국심 때문이 아니다. 다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우리 땅에서 나오는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자급자족하고 싶기 때문이다. 

10년 농사의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농사 자체가 힘들게 시간만 많이 걸리고 안정적인 소득도 보장되지 않는 일이었다. 거기에 기후에 영향을 받고, 시장 가격에 농락당하고, 정부에 외면당하고... 농촌은 그렇게 노인들만 남은 완전한 소외지역이 되었다. 

마을의 어떤 아주머니(사실은 할머니지만)는 "며칠만 공공근로 나가면 참깨 한 말 값을 뚝딱 벌 수 있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거기에 가뭄과 장마와 태풍 등의 날씨 눈치도 봐야하는 참깨 농사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농촌의 단면을 알 수 있는 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이 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이번 지방 선거 중에 일부 지방 정부의 후보들이 도시 청년들에게 청년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으로 알고 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고육지책의 공약이라고 이해한다. 우선 청년들의 일자리도 마련이 시급하겠지만 어려운 형편의 청년들을 그렇게라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여당이나 야당들이나 중앙당 차원에서 농촌의 청년들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은 찾을 수 없었던 점은 유감이었다. 어떤 정당에서 농민 수당을 거론하는 것을 보았으나 여당이나 거대 야당은 아니었다. 여전히 농촌과 농민들이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실적 사례가 아닌가 한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앞장서서 농촌에 정착하는 청년들에게도 일정한 수당 지급을 현실화했으면 한다. 농민의 나이, 가족, 실제 농사의 규모나 연간 수입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수당을 지급한다면 귀농할 청년들도 늘어날 것이고, 더불어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의 인상은 물가상승의 요인이라는 점만 앞세우지 말고 정부가 참깨 뿐 아니라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는 당해 연도의 최저임금 수준에 맞추어 농민의 손실을 보장해주는 정책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입 참깨의 가격이 언제까지 낮지만은 않을 것이다. 들깨 등 대체 작물을 권장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국산 참깨 생산을 늘리기 위해 기후와 토양에 맞는 품종 개량은 물론 지역마다 참깨 특산 단지를 만들고 기계화 하는 방안도 중앙정부가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 끝으로 현재 시행하는 직불금 제도나 농산물 손해보험 등이 있긴 하지만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요즘 우리 지역은 가뭄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늦게 심은 참깨가 건강한 싹을 틔우기 바라는 마음으로 참깨 밭에 물주는 일을 했다. 그런 일이 건강을 지키는 운동이며 자급자족을 위한 작은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참깨 재배에 투입되는 노동이라고 우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많은 국민들이 농촌의 현실과 농민들의 고단한 현실과 아울러 국산 참깨가 점점 더 귀해지는 이유만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참깨,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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