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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혜숙은 남들이 보면 다소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된 사람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일을 하다가 나이 오십에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주로 쓰는 윤혜숙 작가는 5년간 10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 중 한 가지 주제로 여러 명의 작가가 모여 책을 내는 방식인 '앤솔로지'(단편집)가 5권이나 된다. 그녀에게는 '앤솔로지의 여왕'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2018년 6월 9일. 그녀를 만났다.


"어영부영 하다 정년, 왠지 억울하더라고요"

인터뷰에 응하는 윤혜숙 작가
▲ 윤혜숙 작가 인터뷰에 응하는 윤혜숙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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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
"어린 시절부터 읽었던 <작은 아씨들>의 '조'처럼 막연하게 작가가 되면 멋있겠다 그런 생각은 있었지 글을 쓰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쉰이 되고 직장생활이 다분히 자기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내가 원하던 인생이었나 하는 회의가 들더라고요. 처음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던 것 같아요. 기계치였던 터라 인터넷 시대에 맞게 달라진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그냥 월급 받는 생활에 안주하면서 어영부영 하다 보면 정년될 거고 그렇게 끝나는 게 왠지 억울하더라고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작가가 되는 건 다른 거잖아요? 더 늦기 전에 일단 저질러 보자 싶었고, 그런 생각이 들자 직장 생활이 더없이 넌덜머리가 나더라고요. 사직서를 내자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요즘 같이 불안한 시대엔 월급쟁이가 제일이라며 엄청 말렸지만... 이미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와 있더라고요."

- 회사에서 받는 급여를 포기하고 전업 작가가 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나?
"20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한 것 같아요. 영화, 비디오, DVD 관련한 마케터 일을 했어요.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비디오, 골프 비디오, 다큐멘터리 교육용 비디오를 기획하고 시장에 론칭하는 일은 재미있었어요. 기획한 비디오마다 반응이 좋으니까 타고난 마케터라는 자부심도 있었죠.

그러는 사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마케팅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면서 기계치였던 나에게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잡는 게 힘들더라고요. 시대에 통하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회사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나보다 잘 하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함께 왔던 것 같아요."

-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이를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용기를 줄만한 계기가 있었나?
"처음엔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책 관련한 일이고 마케팅 일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무작정 출판사에 전화했죠. 독자에게 책을 알리는 게 출판 마케팅이고 당연히 출판사라면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전화 받은 분이 그러더라고요. 지금이 단군 이래 최악의 불경기라 있는 직원도 자를 판이라고. 특히 제일 먼저 타깃이 되는 게 마케팅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역시 글 쓰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요.

믿는 구석이라고는 책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 내 안에 할 얘기가 많다는 것, 이십 년 전 고 정채봉 선생님이 동화를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해주셨던 말, 십 년 가까운 타이핑 봉사를 하면서 간접적으로 동화 작법 공부를 했다는 거였어요. 3년 안에는 어떻게든 등단을 하겠지 하는 터무니없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제가 워낙 근거 없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거든요."

- 200권을 타이핑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손가락이 저리다. 힘든 봉사활동을 통해서 작가의 꿈을 선물 받았다면 그것도 멋진 일 같다.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회사 다닐 때는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했어요. 동네 아동복지센터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거나 노인복지회관에서 식사 봉사를 하기도 했는데, 그 날도 동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는데 엘리베이터 벽에 시각장애자를 위한 타이핑 봉사자를 구한다는 안내 문구를 보게 되었죠.

그렇게 봉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타이핑 책들이 모두 성인들을 위한 거예요. 그러다 시각 장애 어린이에게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어거지를 부렸는데, 그게 통하더라고요. 궁하면 통한다는 게 딱 맞는 말일 거예요. 2백 권 넘게 타이핑을 했는데, 그러는 사이 천 권 가까운 동화책을 읽게 되었고, 내가 타이핑 한 책을 어떤 아이가 읽는다고 생각하면 마치 내가 그 책을 쓰기나 한 것처럼 기쁘더라고요. 그렇게 동화와 만났어요. 그때의 경험이 얼마 전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로 출간되었어요.

지금도 가끔 습작하는 후배들이 어떻게 문장 공부를 하면 좋냐고 물어요. 그때마다 필사하듯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손에 익을 정도로 타이핑을 해보라고 권유하는데, 생각보다 힘든가 봐요, 몇 달 뒤에 물어보면 한 권 하다 그만뒀다고 하더라고요."

"글쓰기 강좌는 다 쫓아다니며 들었다"

- 신인 작가가 첫 책을 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첫 책은 어떻게 나왔나?
"회사를 그만 둔 뒤에는 동화인지 수필인지 그런 건 따지지 않고 무작정 썼어요. 그렇게 쓰다가 혼자 쓰는 것보다 함께 힘이 되어 줄 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내가 쓴 글에 대한 평가도 받고 싶었고요. 그렇게 해서 청소년소설, 동화, 그림책 합평반을 만들어서 함께 썼어요. 지금도 다른 사람들을 읽는 것도 또 다른 글쓰기라는 생각이라는 데는 변함없어요.

쓰는 동안에도 여기저기 공모전에 계속 문을 두드렸죠. 나이도 많은 신인작가를 알리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본선에 몇 번 오를 뿐 최종심에서 계속 떨어지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작가적 자질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과 열패감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별로 실패를 모르고 살았던 터라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댔죠.

습작 2년쯤 지났을까 신여랑 작가가 공모전 당선 말고 책을 출간하는 것도 등단의 한 방법이라며 제 원고가 사계절출판사에서 좋아할 만한 작품 같다며 투고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나중에서야 담당 편집장이 신여랑 작가가 한 번도 누구 원고를 봐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없는데 너무 강력하게 (제 원고를) 미는 바람에 더 찬찬히 읽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좀 쉽게 책을 낸 편이에요. 그 책이 일제강점기 때 전기수 이야기를 담은 <뽀이들이 온다>예요."

-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들었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강의를 들었나.
"늦게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여러 도서관에서 하는 글쓰기 강좌는 거의 다 쫓아다니며 들었어요. 그때 강정규 작가님의 글쓰기 강좌도 들었는데 "동화는 나이 들수록 더 잘 쓸 수 있는 유일한 글"이라는 작가님의 말이 굉장한 위로가 되었어요.

당시 여기저기에서 인문학, 평생학습, 시민교육 붐이 한창이었던 것도 운이 좋았어요. 대학과 지자체가 연대해서 대학 교수들이 진행하는 시민 특강이 참 많았는데, 주로 역사, 문학, 심리학 이런 강좌들이 많았어요.

저는 특히 저자 강연을 많이 들었어요. 저자 강연의 좋은 점은 몇 십 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한두 시간 안에 들려주기 때문에 강의만 열심히 들으면 책 몇 권을 읽은 효과가 있어요. 역사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계회도' '전기수' 같은 소재는 모두 강의에서 시작해서 점점 확장된 이야기예요."

- 글을 쓰기 위해서 오히려 더욱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계회도를 모티프로 한 <밤의 화사들>이 역사 강좌를 통해서 들은 내용을 토대로 썼다니 놀랍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다면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했던 '시민들을 위한 한 권의 책 쓰기'라는 강좌였어요. 글쓰기를 배울 만한 곳이 없나 여기저기 검색하고 있는데 그 강좌가 딱 눈에 띄는 거예요. 제게 딱 필요한 강의라 생각했죠. 부랴부랴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이미 신청 마감이 되었다며 다음에 신청하라고 하더군요. 6개월을 더 기다리란 말이었어요.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일인데 그 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죠. 아마 제가 전화를 끊자마자 분명히 어떤 분이 거리가 멀다,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며 전화를 걸 거다. 그러면 그 자리는 제 것이니 내일 아침에 꼭 연락해달라고 전화번호를 남겼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9시에 전화가 왔어요. 정말 취소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는 이야기였죠. 집이 멀어서 도저히 못 가겠다는 이유였죠.(웃음) 그때 같이 들었던 임인숙 선생의 독서치료 강좌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강의를 들으러 다니다 보면 당일에 사정이 생겨서 못 나오는 사람이 꼭 있죠. 집이 멀다거나,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죠.(웃음) 그리고 공부하러 왔다는데 설마 쫓아낼까?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 이야기를 들으니 상당히 적극적인 성격인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비결이라도 있나?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일단 덤비는 식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통하더라고요.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자는 게 저의 철학이에요."

"글만 써서 먹고 살기 힘들어... 시간 효율적으로 써야"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는 윤혜숙 작가
▲ 윤혜숙 작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는 윤혜숙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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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작가를 소개하는 곳에 이력서에 칸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고 적혀있는 걸 봤다. 많은 종류의 일을 했던 것이 집필에 어떤 영향을 주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마다 나름 최선을 다했고 어떤 식으로든 절대로 쓸모없이 낭비한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당시엔 모르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 관련 경험이 <뽀이들이 온다>를 집필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주말마다 전국의 재래시장을 돌아다녔는데 인물 캐릭터를 잡거나 상황을 묘사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 책이 잘 팔리지 않는 현실에서 작가도 결국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회사를 그만 둔 걸 후회하지 않나. 회사를 다니기 전과 후의 생활은 어떤가?
"물론 회사에 다닐 때 돈을 더 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수준에 맞추어 살아요. 소득이 줄면 소비가 함께 줄면 된다고 생각해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작가를 선택하면서 제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브랜드 옷이나 시장표 옷이든 어떤 옷을 입더라도 제 자신은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 만약 회사에 다니는 후배가 작가가 되겠다며 그만 두고 싶다고 하면 어떤 말을 해줄 것 같나.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시간을 온전히 글쓰기를 위해서 쓰고 싶다는 이유였어요. 지금은 언제든 쓸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언제든 안 쓸 수도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아직 젊은 분이라면 일을 하면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좋다는 충고를 해주고 싶어요.

일정한 시간은 생계를 위해, 하루 두 시간 혹은 세 시간 정해놓고 집중해서 글 쓰는 거예요. 프랑스처럼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의 예술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예술인복지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투잡을 하면서 버틸 수밖에 없어요. 글만 써서 먹고 살기에는 우리의 환경이 힘들잖아요."

- 청소년 소설에, 특히 역사 관련 소설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습작기에는 생활동화, 판타지, 추리 동화 여러 장르의 글을 썼어요. 문제는 내가 요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거였고, 내가 쓴 비슷한 소재의 동화는 이미 다 나와 있는 거였어요. 다른 작가, 다른 동화와 소설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이 모아졌어요. 마케터의 입장에서 보면 틈새시장 같은 거죠.

공자 석가 삼국지가 현재에도 유효하듯이 학교에서 배웠던 왕조와 위인 중의 정사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살아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에게 들려주자고 마음먹었죠. 역사물은 무엇보다 넘치다 싶을 만큼의 엄청난 자료 조사가 필요한데 다행히 저는 공부하는 걸 재미있어 하니까 승산이 있겠다 싶었지요.

무엇보다 초등학생에게는 전반적인 역사 지식이 필요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역사를 보는 자기만의 시각이 필요한 시기니까 작품을 통해 역사와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면 작가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앤솔로지, 점점 수요 늘어날 것"

- 현대사를 다룬 <광장에 서다>와 차별과 혐오를 다룬 <내가 없으면 좋겠어?> 등 여러 작가들과 함께 발간한 책이 많은데, 공동 집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런 공동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 선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무엇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공부하는 것도 필요해요.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작가들을 섭외합니다. 집필 작가들이 구성되면 각자 정해진 주제를 어떤 이야기로 풀어낼 것인지 각자 쓰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토론하죠. 이때 다루는 이야기가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정하는 게 필요해요.

제가 함께했던 앤솔로지(단편집)들은 초고가 완성되면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가 모여 각자 작품이 부족한 부분이나 수정해야 할 내용을 교차 검증하는 합평 시간을 가진 후 이를 바탕으로 원고 수정에 들어갑니다. 보통 집필 계약을 한 후 일 년 이내 책 한 권이 출간됩니다."

윤혜숙 작가의 앤솔로지 중 광장에 서다 표지
▲ 광장에 서다 윤혜숙 작가의 앤솔로지 중 광장에 서다 표지
ⓒ 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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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솔로지가 매력적인 출판 형식으로 보이는데 앤솔로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 그리고 '앤솔로지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꽃을 모아놓은 것이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인데, 문학작품을 모아서 하나의 작품집으로 내는 거예요. 출간의 기회가 적은 신인 작가들에겐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작품을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또 요즘 아이들이 두꺼운 책, 장편을 읽어내는 독서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져 몇몇 출판사에서는 장편동화도 300매 이내, 청소년소설도 500매 이내로 써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보면 앤솔로지는 다양한 작가의 목소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동일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점점 수요가 높아질 거라고 봐요.

처음에는 단편소설을 쓰고 싶다는 이유에서 앤솔로지 기획을 시작했는데, 그 사이 나온 앤솔로지들이 모두 잘 팔려서 이제는 몇몇 출판사에서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해요. 하지만 아직은 제가 기획한 앤솔로지를 내는 데도 버거운 터라 다른 작가들에게 양보하기도 해요.

기획에서부터 출간까지를 주도하고, 나온 책의 절반 이상이 앤솔로지이다 보니 '앤솔로지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본의 아니게 갖게 되었어요(웃음). 인생을 바꾼 여행 이야기 <여섯 개의 배낭>, 청소년들의 오타쿠 이야기 <내가 덕후라고?>,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 <광장에 서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내가 없으면 좋겠어?>, 강원도 출신 작가들이 김유정에게 보내는 헌사 <다시, 봄 봄>, 곧 나올 귀신들의 현대적 해석 <이웃집 구미호> 등이 그사이 제가 함께한 앤솔로지들이에요."

독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윤혜숙 작가
▲ 윤혜숙 작가 독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윤혜숙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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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
"교보문고 정문에는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표제석이 있어요. 저는 그 말을 좋아하고, 세상에 책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 손꼽는 많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에는 모두 책벌레, 도서관 붙박이였던 시간이 있었어요.

성공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살아야 할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욱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겁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려면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죠.

지혜는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데, 모든 것을 다 경험하기에는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너무 많죠. 그것을 대신 해주는 것이 바로 책이죠.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행복하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에너지)을 갖는 일이라고 확신해요. 열심히 책을 읽읍시다.(웃음)"

아동과 청소년들의 마음에 가닿는 이야기를 더 많이 쓰고 싶다는 윤혜숙 작가와의 만남은 세 시간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웠다. 많은 이야기 중 작가가 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작성했다.

오직 글을 쓰겠다는 마음 하나로 회사를 그만뒀고 열심히 달려온 그녀의 모습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건 그녀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책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닐까. 그녀가 풀어갈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광장에 서다 -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소연 외 지음, 별숲(2017)


태그:#청소년 소설, #윤혜숙 작가, #앤솔로지, #역사소설, #나의숲을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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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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