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최근 법조계에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 아니 '발각'됐다.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에 대법원이 자신들의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추진을 위하여 재판을 매개로 청와대와 협상을 한 것이 발각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법원 내부의 관점은 사회 일반의 관점과 매우 다른 것 같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그 의견을 듣는다고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 회의에서는 "합리적 근거없이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판사 사찰은 있어도 재판거래는 없었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사회 일반과 법원 내부의 이와 같은 차이는 재판 거래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로 공정성을 상실했고, 특히 공정성 상실 행위가 특정 목적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당연히 재판 거래에 해당하는 점 자체에는 일반 사회와 법원 간에 이견이 없다. 사실 이 정도에 이르면 재심사유에 해당하기도 한다.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즉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VIP(대통령)과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는 것은 권한과 재량 범위 내라서 괜찮은가?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의 보고서에 나온 직접적인 표현으로 "직·간접적으로 VIP와 BH에 힘을 보태왔다"거나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 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온 것은 어떤가?

'사전 교감', '물밑에서 조율',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등의 표현은 실제로 그런 일이 없었다면 사용할 수 없는 표현들이다. 재판거래는 없었다는 판사들은 위와 같은 사전 교감, 물밑 조율, 돌출 판결 방지 등은 재판거래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과연 그런가?

광범위한 재판 거래 의심, 충분히 합리적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국정 운영에 협조하며 판결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상고 법원 도입이라는 재판 거래의 목적도 뚜렷했다. 이것이 재판거래가 아니면 무엇이 재판거래인지 되묻고 싶다.

재판거래 의혹 대상 사건 중 일부 사건(원세훈 국정원장 대선개입 사건, 통진당 지방의원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은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보더라도 재판 거래의 명백한 증거가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은 다른 사건들도 광범위한 재판 거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이다.

동일한 당사자(보고서에  언급된 판사들)가 동일한 목적(상고법원 추진 관련 BH지지 확보)을 위하여 동일한 시기에 작성한 동일한 문건이 있는데, 그 중 일부에 대하여 재판거래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다른 일부 내용에 대해서도 재판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위와 같은 자료를 보고도 아무 근거도 대지 않은 채 고위법관들이 "합리적 근거없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하여 깊은 우려" 운운하면, 그런 법관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만 깊어질 뿐이다.

'재판 거래'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들

대법정에 뛰어든 해고노동자의 절규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원지부 김승하 지부장(2006년 해고)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들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대법정에 뛰어든 해고노동자의 절규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원지부 김승하 지부장(2006년 해고)이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들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사법부 최정점에 있는 대법원이 스스로 사법권의 독립을 내팽개치고 재판 거래를 한 결과 그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들이다.

위 보고서에 직접적으로 언급된 콜텍의 노동자들은 대법원이 "전체적으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원심을 파기환송 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서 2007년 10월 이후 11년째 복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역시 대법원이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어 예상매출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회계부정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 했다. 그 판결이 확정되면서 2009년 6월 이후 9년째 다수의 노동자들이 복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사건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정리해고 정당성 판단 기준은 현재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정리해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소한의 보호 기준을 해체시켜 버렸다.

통상임금 역시 마찬가지이다.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권리인 통상임금 주장에 신의성실 원칙이라는 기이한 법리(?)를 갖다 붙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해당 판결 당사자인 갑을오토택 노동자들뿐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후퇴시켰다.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의 거의 유일한 장치인 가산임금 제도를 사실상 해체하여 버렸다.

발레오만도 조직형태 변경 사건에서 대법원은 노조법에 존재하는 조직형태 변경 제도를 민법상의 제도인 것처럼 둔갑시켜 버렸다. 철도노조 파업사건에서는 대법원이 불과 3년전에 수립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를 사실상 무시하고 판결해버렸다. KTX 승무원들에 대해서 대법원은 철도공사의 근로자(파견근로자)가 아니라고 봤는데 이유가 너무 허술하여 근로자 파견이 아니라는 이유를 찾으려 해봐도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일반사건이면 진작에 압수수색 이뤄졌을 것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법원을 향해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규탄 행진을 하고 있다.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법원을 향해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규탄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번 보고서는 수사가 아닌 조사의 결과일 뿐이다. 조사 과정에서 사법권 남용의 핵심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명백히 거짓 진술을 한 판사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추가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제 수단이 없어 작성자를 확인하지 못한 파일, 법원 자체의 기술력 부족으로 복구하지 못한 파일도 다수 존재한다.

양승태 전 대법관 등 관련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건이었다면 이러한 경우 진작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 수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헌법 제11조 제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광범위한 불법행위,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사법권 독립을 방패 삼아 수사를 피하고자 한다면, 법관들 스스로 사회적 특수계급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미 늦었다. 더 늦기 전에 양승태 등에 대한 신속한 강제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가 쓴 글입니다.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