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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비비안 발라크루쉬난 외교부 장관이 창이 공항에서 그를 맞이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김 위원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싱가포르 외교부가 배포한 이 사진은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김 위원장이 탄 비행기가 중국 에어차이나 소속의 보잉 747기종이라는 것도 그렇게 해서 알려졌다.

중국의 국기가 새겨진 항공기,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번도 등장한 적 없던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에 동행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까지. 눈에 띄는 세 가지를 정리했다.

[① 에어차이나 탄 김정은] 미국 향한 메시지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이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 일행은 보잉 747 기종 에어차이나 CA061편을 이용했다.
▲ 싱가포르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이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 일행은 보잉 747 기종 에어차이나 CA061편을 이용했다.
ⓒ 싱가포르 공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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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 매체도 김 위원장이 에어차이나의 항공기를 이용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은 11일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행 소식을 전하면서 이 사실을 알렸다. 김 위원장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선명하게 그려진 항공기에 올라 손을 흔드는 사진도 실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이다.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전용기 '참매-1호'를 두고 중국의 항공기를 이용한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과 북한 매체가 이를 빠르게 보도한 것을 눈여겨봤다.

이례적인 <노동신문>의 보도 방식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과 담판에 나섰지만, 여차하면 중국이라는 보험이 있다는 것을 내세운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을 드러내 미국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단지 미국을 향한 메시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정일이었다면 절대 안 했을 김정은만의 실용주의적인 리더십이 드러난 지점"이라고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트럼프와 격을 맞추는 장치로도 보인다"라고 짚었다. 안전과 김 위원장의 위상을 생각하며 고른 선택지라는 것이다.

에어차이나를 선택한 것보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다음 날 이를 보도한 <노동신문>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북한 내부 정치용인 노동신문에 김정은의 출발부터 의제, 북한의 요구사항까지 밝힌 것을 보고 놀랐다"라면서 "북한은 승부수를 다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 정상회담 이후에 회담 성과 위주로 보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역시 "북한이 정상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실시간 중계하듯 보도한 것은 너무 이례적"이라며 "북한이 전통적으로 메시지를 주던 방식과 차별화됐다"라고 강조했다.

[② 군복 입은 노광철의 등장]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리센룽(李顯龍) 총리(왼쪽에서 세번째)와 회담하기 위해 도착했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배석하고 있다.
▲ 김정은-리셴룽 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리센룽(李顯龍) 총리(왼쪽에서 세번째)와 회담하기 위해 도착했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배석하고 있다.
ⓒ 싱가포르 총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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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에 앞서 양국 관계자를 소개하는 자리. 유일하게 군복을 입고 리 총리에게 거수경례한 후 악수를 한 이가 있었다. 노광철 인민무력상이다. 노 인민무력상은 김 위원장의 수행원 중 유일하게 군인이다. 최근 임명된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직전까지 군수경제를 담당하는 제2 경제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전문가들은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수행은 북미 정상회담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민 실장은 "제2 경제위원회는 사실상 핵미사일과 관련한 재정을 마련하는 곳, 북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가장 높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핵미사일을 포함한 전략무기를 개발할 때 재정 등 모든 것을 총괄하는 부서의 위원장을 거친 인물이라는 뜻이다.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야기가 나올 텐데, 비핵화할 때 드는 비용, 행정적 조치, 비핵화 후 감당해야 하는 문제 등을 총괄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짚었다.

조성렬 연구위원 역시 "비핵화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즉석에서 자문할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리용호 외무상 등 외무성 사람이 알 수 없는 부분을 노광철이 채워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③ <노동신문>에도 언급 없는 현송월] 공연? 혹은 교류?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현송월 단장이 도착하고 있다.
▲ 싱가포르 온 현송월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현송월 단장이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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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계자들의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 선글라스를 쓴 낯익은 얼굴이 포착됐다.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공연단을 이끌고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부르던 그였다. 현 단장의 동행을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은 분분했다.

구갑우 교수는 "중국과 미국이 수교를 맺고 탁구 등으로 문화교류 한 것처럼 북·미 문화교류 차원에서 온 것 아니겠냐"라고 내다봤다. 1970년대에 미국과 중국이 냉전을 깨기 위해 시도한 '핑퐁외교'와 같은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구 교수는 "현 단장은 스포츠, 문화교류 등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을 수 있다"라면서 "예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공연한 것처럼 미국이 북한을 초청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성렬 연구위원 역시 "현송월이 대표적으로 온 것은 북미의 교류, 교환 방문을 암시한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홍민 실장은 현 단장의 역할이 문화교류 등 회담 의제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송월은 혹시 있을지 모를 (만찬) 공연을 위해 갔을 것"이라며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 수행원을 모두 언급했는데, 현송월 이름은 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현송월이 와야만 북미 문화교류 이야기나 문항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북미 만찬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 온 것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태그:#김정은, #트럼프, #에어차이나, #노광철, #현송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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