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한 장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포스터. ⓒ 판시네마


시작부터 양측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다. 자녀를 두고 자신들의 변호사와 함께 옥신각신 하는 두 남녀는 가정법원에서 상대를 탓하거나 애써 무시하려 한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렇게 합의에 이를 수 없을 정도로 상한 부부 관계를 암시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관용의 나라, 상대의 권리와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프랑스에서 이처럼 부부가 대립하는 사례가 있던가. 영화는 두 남녀의 갈등 원인을 교묘하게 가린 채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그 시선을 한 아이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으로 옮긴다.

공포 영화 보다 무서운 공포

다정하게 자신을 부르는 아빠 앙투안(드니 메노셰)의 목소리에 움찔 하는 줄리앙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엄마 미리암(레아 드루케)과 달리 이 아이는 분명 아빠에게 학대받았거나 아빠의 이면을 봤을 것이다. 영화는 명쾌하게 이 아이가 불안해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법원 판결에 따라 정해진 날 아빠와 엄마를 오가는 아이의 처지를 묘사할 뿐이다.

줄리앙의 누나 조세핀(마틸드 오느뵈)과 미리암 역시 아빠와 남편에 대해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지점부터 영화는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앙투안의 모습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예측할 수 없는 폭력성'을 품은 앙투안은 어느새 이들에겐 아빠나 남편이 아닌 일종의 괴물이었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한 장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한 장면. ⓒ 판시네마


다루고 있는 주제와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미덕은 프랑스에 국한한 특별한 사례가 아닌 가정을 이루고 있는 현대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 사례를 특별하게 풀었다는 데 있다. 통상 다른 드라마 장르에서 제공하던 배경적 설명을 빼고 바로 캐릭터들의 심리와 비언어적 모습을 묘사하면서 영화는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강렬한 불안감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이를 테면 시한폭탄 같은 앙투안의 모습 이전에 불안해하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관객은 십중팔구 터질 시점을 예측하지 못해 함께 불안에 떨기 마련이다. 분노조절장애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심리적 맥거핀인 셈이다. 동시에 앙투안이 항상 차에 가지고 다니는 총구류나 도구 등 역시 물리적 맥거핀으로 작용한다.

가정 폭력 문제를 스릴러 혹은 공포로 풀었다면 매우 식상했을 것인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오히려 역발상을 꾀했다. 화가 났는지 마음이 풀렸는지 알 수 없는 앙투안, 그리고 도움을 줄 듯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곁에 없는 미리암의 가족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며 영화는 후반부에 등장할 가장 큰 공포를 암시한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야 이 영화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다. 과연 미리암과 줄리앙, 조세핀에겐 진짜 평화가 찾아올까. 이 작품의 프리퀄 격인 단편 <모든 것을 잃기 전에>로 2014년 오스카 상 후보로 오른 바 있는 신인 감독 자비에 르그랑의 도전 정신이 빛난다. 간단한 구조와 아이디어로 최고의 효과를 보는 법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한 줄 평 : 그 어떤 공포나 스릴러 영화보다 깊은 공포감을 선사한다
평점 : ★★★★(4/5)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련 정보
연출 : 자비에 르그랑
출연 : 레아 드루케, 드니 메노세, 토마 지오리아, 마틸드 오느뵈
수입 및 배급 : 판시네마
러닝타임 : 93분
개봉 : 2018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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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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