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방송은 "최근 스타워즈 시리즈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팬덤의 목소리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그에 굴복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라며 제작진의 소신을 강조했다.

CNN 방송은 "최근 스타워즈 시리즈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팬덤의 목소리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그에 굴복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라며 제작진의 소신을 강조했다. ⓒ CNN 홈페이지 갈무리


<스타워즈> 시리즈가 어긋난 팬덤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팬은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 동양계 배우 켈리 마리 트란이 맡은 극 중 캐릭터 때문에 '영화를 망쳤다'며 항의했고, SNS에는 최근 개봉한 <한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에 대한 보이콧 선언도 나왔다.

또한 배우 켈리 마리 트란의 SNS 계정에 인종차별 발언과 지나친 비난이 쏟아졌다. 몇 개월에 걸쳐 악성 댓글이 계속되자, 켈리 마리 트란이 자신의 계정에서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 사태에 관해 CNN은 "팬덤의 목소리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그에 굴복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켈리 마리 트란에 대한 비난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백인 남성 영화팬들의 반발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캐릭터에 대한 반발 넘어 배우 향한 비난, SNS에 악성 댓글까지

 게시물을 삭제한 켈리 마리 트란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게시물을 삭제한 켈리 마리 트란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 켈리 마리 트란


최근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의 로즈 티코 역할을 맡은 베트남계 미국인 여성 배우 켈리 마리 트랜은 영화팬들의 비난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아시아계 여배우로는 처음으로 출연해 화제가 된 켈리 마리 트란은 로즈 티코 역할을 맡았다. 로즈 티코는 저항군 항공정비사로, 제국군을 탈출해 저항군에 합류한 전사 '핀'(존 보예가)과 함께 제국군 함선에 침투하기 위한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스타워즈> 시리즈의 '골수팬'들 자처하는 일부 팬들이 켈리 마리 트란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개봉 직후 일부 팬들은 기존 작품과의 개연성, 역할의 비중 등을 문제 삼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난의 방향은 영화적 요소를 넘어 인종 혹은 성차별로 번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우키피디아(<스타 워즈> 시리즈 팬덤을 위한 온라인 백과사전)'에서 로즈 티코를 소개하는 글에는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칭총(Ching Chong)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고, 켈리 마리 트란의 인스타그램은 그를 비난하는 글이 넘쳐났다. 결국 이와 같은 비난을 참지 못해 최근 켈리 마리 트란이 직접 모든 게시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팬덤의 과도한 반발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켈리 마리 트란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모두 삭제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ProtectStarWarsCasts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으며 스타워즈 제작진과 동료 할리우드 배우들이 켈리 마리 트란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은 배우 마크 해밀은 켈리 마리 트란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같은 날 미드 <뉴스룸>에 출연했던 동양계 여성 배우 올리비아 문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사람의 동양계 미국인 여성 배우로서, 나는 켈리 마리 트란의 행보가 매우 자랑스럽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한 로즈 티코의 소개글이 '칭총' 등의 단어로 편집된 것에 관해서 우키피디아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키피디아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했다"라고 밝혔다.

"<스타워즈>를 전유물로 여긴 백인 남성 영화팬들의 반발"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의 한 장면. 핀(존 보예가, 왼쪽)은 로즈 티코(켈리 마리 트란, 오른쪽)를 만나 다른 성격의 인물로 변한다. 주인공 레이를 돕는 인물로 흑인과 동양계 여성이 등장한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의 한 장면. 핀(존 보예가, 왼쪽)은 로즈 티코(켈리 마리 트란, 오른쪽)를 만나 다른 성격의 인물로 변한다. 주인공 레이를 돕는 인물로 흑인과 동양계 여성이 등장한 것이 인상적이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워싱턴포스트>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또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우주를 무대로 하는 공상과학 장르) 스타트렉 시리즈보다 진보적인 방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디즈니가 인수한 이후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스타워즈 시리즈의 원조 팬들은 지금쯤 대부분 50대가 되었을 것"이라며 "디즈니가 새로운 주인이 되면서 스타워즈 시리즈는 지난 몇 년간 리부트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 작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캐릭터로 확장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켈리 마리 트란에 대한 비난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백인 남성 영화팬들의 반발로 보인다"라며 "다른 영화에서도 다문화주의와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정치적인 반발에 부딪혔다"라고 분석했다. 

유명 코미디언 로버트 스미겔은 "자녀들을 데리고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러 갈 수 있어서 기뻤다"라며 "하지만 최근 논란을 일으키는 팬들은 대다수의 스타워즈 팬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CNN 방송은 "최근 스타워즈 시리즈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팬덤의 목소리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그에 굴복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라며 제작진의 소신을 강조했다.

켈리 마리 트란은 비록 인스타그램 계정을 닫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미국 CBS뉴스에 따르면 그는 "나의 부모님은 차별을 극복하셨고, 그 덕분에 내가 이 나라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켈리 마리 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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