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한국에서 국제결혼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지는 꽤 오래 되었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결혼 건수는 2만 건이 넘었고, 그중 1만 5천건 가량이 한국남성과 외국여성의 결혼이다. 국제 결혼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 때문인지 한국방송공사에서는 '러브 인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 결혼의 모습을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결혼에는 어두운 부분도 있다. 한국이 낯선 이들에게는 모르는 사람들 뿐인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에 더해 이주여성 중에 폭력 피해를 겪는 여성들도 있다.

폭력 피해 이주여성쉼터에 1년에 700명 정도의 이주여성이 500명의 자녀를 동반하고 쉼터를 방문할 정도라고 한다. 이주여성의 폭력 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알기도 어렵다.

 아무도몰랐던이야기
 아무도몰랐던이야기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펴낸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주여성의 어려움을 담은 책이다.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외국인 신분의 이주여성이 여성폭력을 피해 찾을 수 있는 쉼터를 운영한다. 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가 쉼터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1인칭으로 서술했다.

책은 결혼 생활 과정에서 폭력 피해를 입고 쉼터로 대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 이야기의 문제를 분석해 그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비판을 묶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주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막막함과 전문가가 바라본 사회 구조의 문제까지도 파악하게 된다.

이주여성들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 없이 서로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오해한 상태로 결혼하기도 한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개인의 말만 믿고 결혼하였다가 낭패를 본다. 처음에는 상냥했던 남편이 결혼을 하자 태도를 돌변하여 돈을 주고 사왔으니 일이나 하라며 사람 대접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발생해도 이주여성들은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핍박을 당해도 표현하기 어렵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고통을 그대로 감내한다. 이 때문에 이주여성을 노린 폭력,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혹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주여성들은 한국의 물정에 어둡기 때문에 착취를 당해도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최저임금에 위반되거나,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하게 되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으니 관공서에서 도움을 얻기도 쉽지 않다. 법원에서 재판을 하게 되어도 권리를 보호받기 쉽지 않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짝이 된 남편과 가족들마저 이주여성을 핍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부부 사이에도 가정폭력이 일소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주여성들에게 가정폭력이 없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2015년 <전국다문화가정실태조사>에 의하면 결혼이주여성 30퍼센트 이상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의논할 상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에 있어 '통제'가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고립'을 가져온다고 했을 때, 결혼이주여성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민간 자원의 활성화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76P


많은 돈을 주고 아내를 사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내에게 투입한 돈을 다시 벌어들이려고 한다. 하루종일 아내를 혹사시키면서 집안일만 하게 하고, 여권을 빼앗기도 한다. 심지어 이주여성이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것도 막기까지 한다.

이주여성이 한국어를 잘하게 되어서 소통이 되면 자신의 부부생활에 도움이 될 텐데도, 이주여성을 아내로서 가정을 이루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냥 돈주고 사온 일꾼으로 보고 한국어 교육을 막는 것이다.

여기에 시어머니나 시누이가 새로온 이주여성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한 이야기에서는 베트남의 농촌보다도 한국의 시집살이가 더 고통스러웠다고 하는데, 충격적이었다.

나는 한국에 입국한 후 음식, 날씨, 지리 적응 등으로 힘들었지만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시집 가족과의 관계였다. 베트남 내 고향에서는 결혼을 하면 분가를 하거나 같은 땅에서 살더라도 각자 생활을 한다. 결혼한 자식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때로는 시부모가 자녀를 도와주기도 하고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삶을 간섭하지는 않는다. 남편의 가족들은 우리 결혼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했다. -79P


이주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남편을 신고하면, 경찰들은 가족간의 일이라고 여기고 크게 개입하지 않고 화해를 종용하기도 한다. 신고를 해서 남편이 형사 재판에 넘어가도 문제다. 남편이 이혼을 제기하여 이주여성의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은 자신이 경제적 능력이 있고 아이를 돌볼 준비를 했다는 것을 준비하기 어렵고, 때문에 재판에서 아이까지 빼앗기고 모든 것을 잃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한국에서 국제결혼은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국제결혼이 이미 많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주여성들은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이 책에는 피해자의 다양한 경험이 실려 있고, 이는 폭력 피해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쇳말이라고 한다. 또한 이 책은 이주여성들이 두려움과 결핍, 갈등과 위험 속에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가길 기원하고 있다. 이들이 겪는 폭력이 줄어드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 폭력 피해 여성들의 생존 분투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지음, 오월의봄(2018)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전화해주실 일 있으신경우에 쪽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