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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비조선>의 '북한 취재비 1만달러 요구' 오보. 이 언론사는 오보로 판명된 이후에도 사과도, 정정보도도 하지 않았다.
 <티비조선>의 '북한 취재비 1만달러 요구' 오보. 이 언론사는 오보로 판명된 이후에도 사과도, 정정보도도 하지 않았다.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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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오후 2시 54분]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설레는 만큼 걱정도 크다. '호사다마'라고 하지 않던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좋은 일에 마귀가 들끓는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 마귀를 상대할 일은 별로 없는 만큼, '좋은 일일수록 방해도 많다'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미회담의 방해꾼들은 어디에서 나타날까?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다. 가장 유력한 '마귀' 용의자들은 당연히 북미정상회담이 '호사'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일 것이며, 그중에서도 대중의 눈과 귀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바로 언론이다.

지난 5월, 북한이 핵실험장을 폭파하기 직전 한 언론사가 "북, 취재비 1만불 요구",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 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같은 터무니없는 오보를 냈다. 여기서 '오보'라는 말을 썼지만, 꼭 맞는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단어는 확인의 노력을 한 뒤에도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오류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보도 하나가 사태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진위 확인도 없이 터뜨리고 보는 정보는 '오보'보다는 '가짜뉴스'에 가깝다. 티비조선의 '취재비 1만불' 보도 이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티비조선은 지금까지도 그 근거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티비조선은 이 뉴스에 자신만만하게 '단독'을 달아 보도했다.

'연막탄'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제 기자단이 현장에서 취재와 촬영을 하고, 폭파 영상까지 인터넷에 공개한 상황이었다. 영상을 보면 발파 후 언덕이 허물어져 내리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나무젓가락처럼 찢겨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티비조선은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속보'라며 내보냈다.

오죽하면 인터넷 게시판에 폭파 장면을 올려놓고 '연막탄이 저 정도 위력이면 북한의 능력은?', '현장에도 못 간 언론사가 월북해서 취재한 듯' 같은 독자들의 조롱이 줄을 이었다. 결과적으로 '연막탄'은 티비조선이 피운 꼴이 되었는데, 그조차도 불발탄이었다. 하지만 대사를 앞둔 상태에서는 싸구려 연막탄도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풍계리 핵실험장 관리 지휘소 폭파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풍계리 핵실험장 관리 지휘소 폭파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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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남북갈등 해소가 '돈 드는 일'이라 문제?

최근 기고한 "조선일보의 문 대통령 흔들기, 도를 넘었다"에 많은 독자들이 성원을 보내주었다. 남북 갈등구도를 '수익모델'로 삼아 온 일부 상업언론의 보도 행태에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 언론사는 그 뒤에도 화해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예컨대 6월 4일자 사설 "수백조원 대북 지원 美는 돈 내지 않겠다는데"를 보자. 갖가지 이유를 붙이고 낭설까지 동원해 반대하던 이 신문은, 북미대화가 기정사실화 되자 '트럼프는 돈 안쓰겠다는 데, 우리가 떠맡아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트럼프는 대외 문제에 돈 안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사람이다. 그가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 한마디를 문제삼아, 아직 이뤄지지도 회담의 결과를 미리 불평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게다가 남북갈등 자체가 큰 돈 들어가는 문제상황이라는 상식을 <조선>이 모를 리 없는데도 버젓이 이런 말을 한다.

남북이 으르렁거리던 지난 10년간 한국 국방비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7년 24조 4972억 원이던 국방예산은 (<조선>이 지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40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한국은 국가예산의 10% 이상을 국방비로 쓰고 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액수다. 유럽연합국의 평균 국방예산이 한국의 절반인 1.3%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분단상황이 얼마나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지 알 수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다른 나라의 두 배를 쓰는 항목이 있다면, 다른 나라의 절반밖에 못 쓰는 항목이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복지지출이나 사회안전지출 등이 그렇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복지지출 평균은 국내총생산 대비 21.1%였지만, 한국은 절반도 못 되는 10.4%에 머물렀다. 보건투자 역시 바닥권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복지지출 비율과 국방 지출 비율이 뒤바뀌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최고의 자살률와 최저의 행복지수로 대표되는 '헬조선'이다. 시민들의 죽음과 불행한 삶은 돈 따위로 환산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단은 하루 시급해 해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한국의 사회복지투자는 바닥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에 국방비 지출 비율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한국의 사회복지투자는 바닥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에 국방비 지출 비율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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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정정보도도 없이 걸려 있는 '현송월 총살' 기사

"북한은 마치 '백지수표' 같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가 왜곡된 북한 관련 정보를 풍자하며 한 말이다. 백지수표에 어떤 금액을 써 넣어도 받아주듯,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언제나 부정적인 것이어야 한다.

<조선일보> 웹사이트에는 기막힌 소설들이 꽤 여러 편 걸려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2013년 9월 1일자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음란물 제작·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 '충격'"과, 닷새 뒤에 실린 "음란물 제작 혐의로 총살된 김정은 옛 애인의 섹시 댄스 영상"을 들 수 있다. 이 기사는 해당 언론사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조선>의 터무니없는 오보들 인용 보도한 <뉴욕타임스>. 북한에 대한 무지와 고정관념이 강한 미국은 한국 보수언론의 북한보도에 영향을 받고, 이는 다시 미국의 북한 고립 정책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조선>의 터무니없는 오보들 인용 보도한 <뉴욕타임스>. 북한에 대한 무지와 고정관념이 강한 미국은 한국 보수언론의 북한보도에 영향을 받고, 이는 다시 미국의 북한 고립 정책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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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리 터무니없는 보도를 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안보'에 거품을 무는 언론사 치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주적'을 면밀히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면서 그에 관해 부정확한 정보를 거리낌없이 전하는 것은 자국민을 위험 속에 빠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조선>의 '현송월 총살' 기사는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도 인용되며 미국인들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거짓이라도 동원해 북한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는 것이 '반공의 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 왜곡된 정보가 미국의 '북한 폭격' 여론을 조장하는 데 한몫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이중으로 한국인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더구나 처참하게 총살당했다면서 그 망자의 '섹시 댄스 영상'이라며 사진과 동영상을 싣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보수언론이 말하는 '안보'가 어떻게 천박한 상업주의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믿을 만한 해외 언론사는 '정정보도(Corrections)'란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인쇄판에 이름 표기 하나, 숫자 하나 틀렸어도 인터넷판 기사 하단에 그 사실을 정정해 보도하고, 그 내용을 '정정보도' 페이지에 올려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공연준비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한 제목은 "'북한판 걸그룹' 이끄는 현송월, 엷은 미소에 강렬한 눈빛 눈웃음"이었다. 하지만 앞의 '총살' 기사 두 편은 지금까지도 아무런 정정보도 없이 웹사이트에 걸려있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한 것이다.

모두가 눈으로 확인한 오보조차 책임지지 않은 언론이, 현재와 미래의 확인하기 어려운 오보를 책임지지 않을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독자와 시청자들은 이런 무책임한 언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이들의 북한 관련 보도는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다.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앞에서 <조선>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의 행태를 살펴봤지만, 왜곡된 보도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곡 보도가 미칠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더 이상 이런 짓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대안으로 철저한 '감시와 처벌'을 제안한다.

뉴스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구체적 정보원을 밝히지 않은 채, '전문가,' '고위 관리 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위가 '단독', '속보', '충격' 따위와 같이 등장하면 '가짜뉴스' 취급하면 된다. '뉴스'는 확인된 정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출처 불분명한 소식은 애초부터 뉴스가 아니다. 예를 통해 살펴보자.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송월은 지난 20일 음란물 취급 혐의로 공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현송월이 지난 17일 체포돼 3일만에 공개 총살됐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이 불필요하게 익명 인용을 남발하는 악습을 가지고 있지만, 위 <조선> 기사는 정보의 중요성에 비해 출처가 매우 빈곤하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알려졌다. 소식통은... 전했다"로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실명 없이 '~닷컴'이나 '인터넷뉴스팀' 따위의 바이라인이 달려있다면 '이중 경고등'으로 봐야 한다.

 <조선>의 끔찍한 오보는 현재까지 아무런 사과도, 설명도, 정정보도도 없이 버젓이 걸려있다. 한국의 보수언론은 북한에 관한 한 아무리 무책임한 보도를 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 결과는 매우 위중하다.
 <조선>의 끔찍한 오보는 현재까지 아무런 사과도, 설명도, 정정보도도 없이 버젓이 걸려있다. 한국의 보수언론은 북한에 관한 한 아무리 무책임한 보도를 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 결과는 매우 위중하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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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처벌'이다. 종합편성(종편)방송은 이명박 정부 당시 매우 불투명하고 석연찮은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매체 시장이 불확실한데도 무더기로 방송을 허가했고, 이들을 살리기 위해 종편 미디어렙 허가나 중간광고 허용 같은 무리수까지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흑자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고, 적자를 겨우 면한 방송은 인건비 쥐어짜기로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다.

이들은 흔히 수익을 올리기 위해 광고와 다름 없는 방송을 내보내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016년에 강화된 재승인 심사기준을 제시했는데도, 이들의 보도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5가지 기준 가운데 3가지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방송법령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티비조선은 625.13점을 받아 기본 점수에 미달했고,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 점수도 고작 50%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승인 거부가 아니라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 때는 시민사회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방송은 방통위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무시 받듯,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독자와 시청자는 언론 매체에게 무시 받는다. 잘못된 보도를 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무시를 넘어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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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와 <미디어기호학>을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사회를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